망하지 않고 성장할 것 같은 회사
워렌 버핏도 주식투자는 절대 쉬운 게 아니라고 할 만큼 개인투자자들에게 인덱스펀드를 매수하고 장기간 보유를 독려할 정도다. A는 스스로 공부하고 확인해본 결과, 인덱스펀드에 장기투자는 옳다고 판단을 내렸고, 그렇게 개인연금계좌에 S&P500과 KOSPI200 인덱스 추종 ETF를 담은 A였다. 개별 주식으로도 거래를 하고 싶은 욕망을 끊어낼 수는 없었다.
A는 가치투자와 장기투자에서 강조하는 두 가지 핵심을 가지고 주식을 골라보고 싶었다. 어떤 회사가 돈을 지금도 잘 벌고 있고, 올해 보다 내년, 내년 보다는 내 후년에도 꾸준히 돈을 더 벌 것 같은지 곰곰히 고민을 해 보았다.
가장 먼저 A의 머리에 떠오른 기업은 은행이었다. 은행은 망할 일이 절대 없을 것 같았다. 지금도 돈을 벌고 있고 앞으로도 돈을 벌 것 같은 회사, 은행이 이 단순한 두 가지 조건에 완벽히 부합했다.
A는 은행에 대한 기사를 찾아 보기 시작했다. 국내 4대은행에 대해 검색해 보자 언제나 수익을 내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금리가 낮아졌을 때는 박리다매로,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는 높은 금리로 꾸준히 수익을 냈다. 사상최대 이자수익을 올렸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A는 주식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은행의 재무제표를 확인했다. 은행은 다른 회사와 다르게 재무제표를 해석해야 한다지만, 은행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확인 할 수 있었다.
A는 은행에 관한 기사를 보던 중 더 큰 흥미를 끄는 기사를 보게 됐다. 4대은행의 배당수익율이 6%에 달한다는 기사였다.
단순 계산으로 세금을 제외하고, 100만원의 은행 주식을 사면 연 6만원, 1000만원을 사면 60만원, 1억을 사면 600만원의 배당수익율이 나온다는 뜻이었다. A는 적금금리를 찾아 보았다. 아무리 높아도 6%를 넘는 적금 금리는 찾을 수 없었고 보통 2-3% 낮으면 1%대의 적금 금리를 주고 있었다. 물론 이 적금 금리도 세전 금리였다. 게다가 이자율이 높은 적금 상품은 가입 금액이 정해져 있었고, 여러 귀찮은 조건을 만족해야 가입이 가능했다.
A는 의문이 들었다. 은행에서 배당을 받는게 확실히 이득이 컸다. 같은 은행에 적금을 드는 것과 주식을 사는 것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 A는 사뭇 궁금했다. 왜 사람들은 적금 보다 최소 1-2%라도 높은 배당을 주는 은행주식을 사지 않고 적금을 드는 것인지. 그 이유는 찾을 수 없었지만, A는 그 이유를 주식의 변동성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적금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주식은 주식가격이 변하고 원금도 보장받지 못 하기에 사람들이 꺼려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A는 적금이 아닌 은행주식을 사고 배당을 받아 보고 싶었다. 4대은행이 망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A가 공부한 바에 의하면 한 회사의 적정주식가격으로 유지되는 때 보다 낮거나 높게 책정되는 건 당연하다고 배웠다. 은행이 지금처럼 수익을 올리고 앞으로도 수익을 올린다면, 장기로 보아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처럼 보였다.
그렇게 A는 은행주식을 매수하고 보유하기로 마음 먹었다. 망하지 않고 돈을 꾸준히 벌 것 같은 회사,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까지 안정적으로 주는 회사의 주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A는 자신이 보유한 은행의 정보에 대해 검색하고 재무제표를 확인했다. 그리고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 보고 또 찾아 보았다. 찾다보니 나라에서 은행의 배당에 대해 자제권고를 내렸다는 기사를 읽게 됐다. A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인 은행에게 정부에서 배당에 대해 관리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A는 여러 기사를 찾아보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IMF에 은행들이 줄 도산하고 국가의 세금으로 현재의 4대은행 체재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읽게 됐다. 누군가는 관치금융이라는 강한 어조로 정부의 개입을 과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배당 뿐만이 아닌 대출에도 개입했다. 뭐가 맞는지 A는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했다. A는 은행이 수익을 내고 앞으로 낼지 안 낼 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수익을 내고 성장하는 회사는 결국 그 가치를 인정 받는다.”는 이론이 은행이라고 다를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A가 더욱 이목을 더 끈 기사의 내용은 은행이 망했었다라는 사실이었다. 은행도 망할 수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본적이 없는 A였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였다. 은행도 다른 기업들처럼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사기업이지, 국가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아니었다. A는 은행이 언제 어떻게 망했는지, 어떤 위기에 처해 있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은행이 망한 사례에 대해 찾아보니 은행파산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다. 은행이 파산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뛰어가는 뱅크런 사태는 한 나라의 경제가 무너졌을 때 일어나는 일이었다. IMF 시절만큼의 파급력 있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은행이 파산 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예금, 부동산, 주식, 채권 등등 투자자산 중 손해나 하락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A는 장기투자 종목으로 4대 은행 중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주식을 매수 했다. A는 자신이 이 은행과 거래를 끊지 않는 한 이 은행의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기로 했다. 이렇게 A의 포트폴리오에는 인덱스 ETF와 은행 주식이 포함됐다.
은행의 주식을 매수한 A는 다른 기업들의 리스트도 확인해 보았다. 은행보다 시총이 높은 회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1위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00조였다. 역시 삼성이군 이라고 말하며 A는 감탄했다. 그리고 그 밑으로도 시가총액 순으로 정렬된 회사들을 살펴 보았다. 명단에 포함된 자신이 매수한 은행의 시총을 보게 되었다. 4대은행의 시총이 10조에서 20조 사이에 형성 되어 있었다. 10조에서 20조라는 금액이 감이 안 왔지만 역시 높다는 감탄을 하며 시총 순으로 정리된 회사들을 하나 하나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A의 머리를 지나쳤다. 은행만큼 안정적이고 수익을 꾸준히 낼 것 같은 회사보다 더 높은 시총을 가진 회사들이 있다는 점에 의문이 들었다. 시총이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들여 은행이 아닌 삼성전자다 다른 기업들을 더 매수 했을까.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은행 보다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들이 더 높은 시총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A는 SK하이닉스가 얼만큼의 수익을 냈는지 찾아 보았다. 순이익이 2조가량 되었다. 4대은행의 분기 순이익은 다 합쳐서 4조 중반 정도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은행도 1조 초반에서 중반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A는 다시 한 번 자신이 공부한 내용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했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회사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더 높은 시총의 주식들에 대해 공부가 필요했다. 어째서 이 주식들이 이런 평가를 받는지 알고 싶어지는 A였다. 높은 시총의 주식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선은 자신이 매수한 은행을 장기투자로 보유하기로 한 결심은 바꾸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A의 머리에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매수한 은행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주 하락에 대한 기사를 찾아 보며, 하락의 이유를 찾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