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유럽 조지아 여행 11일차
바투미에서 메스티아로

2025년 5월18일부터 6월12일까지 26일간의 조지아 자유여행

by 해피매지션 정호선

5월 28일 수요일.

바투미에서의 4박 5일이 금세 지났다. 바투미는 변화무쌍하고 발전이 빠른 도시 같다는 느낌이었고, 조금은 젊지만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다. 흑해의 해양 도시에서 이제 코카서스 산맥의 스바네티 지역으로 향할 시간이다.

[ 바투미의 새벽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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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바투미 바닷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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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에 일어나 6시 30분 택시를 탈 준비를 했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Get Your Guide에서 예약한 공유 택시 미팅 시간이 7시 30분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그래서 7시 5분에 만나는 장소에 갔다. 그런데 30분이 다 되어도 차가 오지 않았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만나는 장소가 잘못되었나 해서 왔다 갔다 하며 내가 탈 택시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고 있는데 웬 택시 기사가 와서 아는 척했다. 내가 탈 택시를 만나지 못했다고 하며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기사와 내가 탈 택시 기사 간 전화 통화 결과, 늦잠을 자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택시 기사가 우리를 실제 메스티아행 기사에게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빙빙 돌며 데려다주고 수고비로 50라리를 요구했다. 고맙기는 했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이어서 15라리만 주었다.


바투미에서 메스티아까지의 험난한 여정

우여곡절 끝에 메스티아로 가는 택시에 우리 부부만 타고 7시 50분에 출발했다. 바투미에서 메스티아까지는 약 230km의 거리로, 직선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산악 지형을 통과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가는 도중 주위를 보니 멋진 광경은 볼 수 없었고, 왕복 2차선이며 차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땅의 크기에 비해 인구가 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지아의 인구밀도는 평방킬로미터당 약 65명으로, 한국의 515명에 비해 매우 낮다.

아침에 오던 비는 8시경 그쳤다. 9시 20분에 세나키(Senaki)라는 곳의 주유소에 차가 멈췄다. 6인승 차와 기사 포함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6인승 차로 갈아타야 했다. 처음 탔던 택시로 계속 가는 것이 아니고 중간에 다른 승객들과 합류하는 시스템이었다.

앞자리에 기사와 그리스 여성, 중간에 인도 남성 둘, 그리고 뒤에 우리 부부가 탔다. 아마도 세 사람은 쿠타이시에서 온 것으로 보였다. 좁은 차 안에서 7시간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왔다.


주그디디에서의 예상치 못한 지연

10시에 주그디디(Zugdidi)에 도착했다. 주그디디는 사메그렐로 지방의 중심 도시로, 스바네티 지역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자동차 수리를 위해 15분 걸린다고 했으나 40분이 걸렸다. 정말 황당했다.

다른 승객들은 옆에 있는 마트에 들러 맥주와 먹을거리를 사서 먹다가 차로 가져와서 먹었다. 11시가 훌쩍 넘어서야 주그디디에서 출발했다. 이미 예정보다 1시간 이상 지연된 상태였다.

자동차 수리가 제대로 안 되었는지 바퀴 휠 뚜껑이 떨어져 나가 2번이나 멈춰서 찾아야 했다. 기사는 결국 휠 3개를 아예 빼서 기사 자리 옆에 두고 출발했다. 음악을 크게 틀고, 앞에서 창문을 열어놔서 시원했지만 바람이 들이쳐 불편했다.


산악 지대로의 험난한 여정

중간에 고기가 든 빵을 만들어 파는 곳에서 빵을 사서 먹었다. 바로 구운 빵이어서 맛있었다. 하지만 앞의 기사는 옆자리 그리스 여성과 계속 크게 이야기하고, 음악도 최대 볼륨으로 틀고 가서 아주 거슬렸다. 7시간 동안 이런 소음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 엥우리 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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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우리 댐(Enguri Dam)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이 댐은 조지아와 압하지야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수력발전 댐으로, 높이 271.5미터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콘크리트 아치댐이다. 1961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987년에 완공되었으며, 조지아 전력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댐 위쪽 길로 가니 차가 별로 없었다.

중간에 작은 폭포 앞에 세워줘서 사진을 찍었다. 가는 곳마다 개 한두 마리가 진을 치고 있었다. 관광객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려는 듯했다. 가는 도중 날씨가 좋았지만, 차 안의 소음과 불편함으로 제대로 경치를 즐기기 어려웠다.

[ 메스티아 가는 길에 잠깐 내린 뷰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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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중간에 계속 공사 중이었고, 길이 좋지 않았다.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면 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먼지가 창문 사이로 들어왔다. 가는 도중 산 뷰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었다. 코카서스 산맥의 웅장한 풍경이 점점 눈에 들어왔지만, 몸의 피로는 계속 누적되어갔다.


메스티아 도착, 그리고 구원 같은 따뜻함

[ 메스티아에 도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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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30분경 드디어 메스티아에 도착했다. 메스티아는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스바네티 지방의 중심 도시로, 인구는 약 2,600명의 작은 산악 마을이다. 7시간의 험난한 여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우리에게 메스티아의 첫인상은 구원 같았다.

큰 캐리어 가방이 있어 기사에게 부탁해서 내가 숙박할 게스트하우스까지 데려다달라고 했다. 게스트하우스 앞에 도착하니 게스트하우스 호스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설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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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층 방이었는데, 창문을 열자 눈 덮인 설산이 바로 보이는 방이었다. 바투미의 답답한 고층 아파트와는 완전히 다른 개방감이었다. 호스트가 이것저것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는데, 인상도 좋고 늘 웃어서 마음이 편해졌다. 바투미의 거친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따뜻함이 온몸을 감쌌다.


다음 일정 준비와 현지 정보 수집

메스티아 정류장에 혼자 나가서 앞으로 이동하는 차편에 대해 문의했다. 길 양쪽에 터미널표를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쿠타이시행은 8시에 출발하고 5시간 걸려 1시에 도착한다고 했다. 큰 캐리어 문제없다는 정보를 얻었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표 판매점에서 5월 29일 우쉬굴리(Ushguli) 투어를 예약했다. 원래 50라리였지만 깎아서 1인 40라리에 예약했다. 10시 출발하여 4시경 돌아온다고 했다.

5월 30일 것은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센트럴 터미널에서 십자가 전망대까지 차로 왕복 이동에 1인 50라리로 예약했다. 십자가 전망대에서 코룰디 호수까지 걸은 후 내려올 계획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마법 같은 저녁

저녁 시간이 되어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준비했다. 준비하는 중인 게스트하우스 할머니께서 갓 따온 오이와 갓 구운 카차푸리 등 음식을 주셨고, 우리가 조리를 잘할 수 있게 세심하게 도와주셨다. 7시간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던 우리에게는 천사 같은 도움이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우리는 방 앞 발코니로 테이블을 옮겨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설산이 보이는 발코니에서 마시는 조지아 와인은 바투미에서의 모든 피로를 씻어주는 것 같았다.


[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돼지고기 굽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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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특별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스트가 바로 앞 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피우기 시작했다. 장작을 쌓고 불을 지펴 돼지고기를 구우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사촌 친척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준비하는 것이었다.


모닥불 앞에서의 마법 같은 순간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 한 병을 그들 4명에게 주며 한 잔씩 따라주었다. "한국에서 온 선물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들은 바로 구운 따뜻한 고기를 접시에 담아 나에게 건네주었다. 갓 구운 고기의 향기와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 메스티아 게스트하우스 앞마당에서 캠프파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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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고기 굽는 작업이 끝난 후, 호스트가 우리에게 손짓하며 모닥불 앞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는 술자리를 그 모닥불 앞으로 옮겼다. 호스트가 장작을 더 갖다 주어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모닥불의 따뜻한 빛이 아내의 얼굴을 비추는 모습이 너무 이뻐 보였다. 아내는 조지아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런 게 진짜 행복이네"라고 말했다. 그 말투에는 진심으로 감동받은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보, 이렇게 모닥불 앞에서 와인을 마시니까 정말 좋다. 정말 이런 경험을 할 줄은 몰랐어." 아내가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불빛에 반사되는 와인의 루비 빛깔이 아내의 눈동자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웠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그 모닥불 앞에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조지아 호스트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따뜻했다.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장작 소리, 별이 쏟아질 듯한 메스티아의 밤하늘, 그리고 아내의 행복한 웃음소리.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아내는 와인잔을 비우며 "오늘 아침에 그렇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메스티아 게스트하우스에 와서 이런 캠핑 분위기를 만끽할 줄은 정말 몰랐다.

친절한 사람들과 모닥불, 그리고 조지아 와인. 아내의 행복한 미소.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감격스러운 경험이었다.

아침 바투미에서 기사를 못 만나 벌인 해프닝, 메스티아로 오는 길이 매우 구불구불하고 시끄러운 음악과 큰 소리의 잡담을 5시간 동안 듣느라 힘든 여정이었다. 그 모든 고생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여행에서는 힘든 순간 뒤에 오는 기쁨이 더욱 특별하다는 것을,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이런 소박한 순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내의 환한 미소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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