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럽 조지아 여행 24일차
텔라비에서 트빌리시로

2025년 5월18일부터 6월12일까지 26일간의 조지아 자유여행

by 해피매지션 정호선

6월 10일.

모기와의 불청객 만남

아침 8시에 일어나 어제의 여행 일지를 정리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야외에서 식사를 하면서 모기에 물린 곳이 간지러워 긁었더니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모기 기피제를 미리 챙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내도 두세 군데 물렸다고 했다.

조지아의 아름다운 자연에는 이런 작은 불청객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여행의 일부였다. 완벽한 여행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와이너리에서의 마지막 아침

[ 텔라비에 있는 추비니 와이너리 포도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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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밖으로 나와 와이너리를 다시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아침 햇살 아래 펼쳐진 포도밭의 풍경은 어제 저녁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조식을 제공해준다고 해서 나만 샐러드, 계란 프라이, 커피로 된 아침을 먹었다. 신선한 채소와 갓 구운 계란의 맛이 일품이었다. 리카가 정성스럽게 준비해준 마지막 식사였다.

숙박비, 와인 테스팅, 석식을 합해서 418라리를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렇게 큰 와이너리임에도 불구하고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조지아의 독특한 결제 문화를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시골 풍경과 LG의 만남

[ 텔라비 버스 정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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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에 택시를 대절해서 텔라비로 나왔다. 텔라비 버스 터미널은 한국의 면 단위 시골 마을 같은 정겨운 모습이었다. 정류장 인근에 야채와 과일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화장실 사용료가 0.4라리였는데, 돈을 지불하고 들어가서 충격을 받았다. 서서 보는 소변기가 매우 지저분했고, 대변을 보는 곳은 세 곳 모두 문이 없고 불결했다. 여행 중 만나는 이런 시설들의 격차가 참으로 컸다.

버스 터미널에서는 미니버스들이 여러 대 서 있었는데, 어디에서 표를 사는지 표시가 없어 의자에 앉아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위에 1, 2, 3, 4번호와 목적지가 써 있었지만 오래되어서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미니버스는 12시에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모퉁이를 도는데 LG 냉장고와 세탁기가 박스째 밖에 놓여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이 보였다. 이런 시골 마을에서 LG 제품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런 곳까지 진출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러웠다.


가르자아니에서의 만원 승차

4명이 타고 출발해서 30분 후 1명이 더 탔다. 12시 55분 가르자아니에서 여러 명이 타서 미니버스는 만원이 되었다. 천천히 다니던 버스 기사분은 이때부터 속도를 내서 달리기 시작했다.

【가르자아니(Gurjaani)】 가르자아니는 카헤티 지역의 또 다른 와인 생산지로, 텔라비에서 트빌리시로 가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이 지역 역시 포도 재배에 최적화된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어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알라지니 벨리(Alazani Valley) 지역의 달콤한 와인으로 유명하며, 소규모 가족 와이너리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조지아에는 오래 달린 차들이 많아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왕복 2차선임에도 불구하고 추월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기사분의 숙련된 운전 실력으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이사니역: 트빌리시 외곽의 교통 요충지

2시 32분에 이사니(ISANI)역에 도착했다. 2시간 32분이 걸렸다. 이사니역은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도 함께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트빌리시 외곽의 중요한 교통 요충지였다.

[ 이사니 지하철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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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니 지역】 이사니는 트빌리시 남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지하철 이사니역을 중심으로 한 교통의 요충지다. 시내와 외곽을 연결하는 버스들이 집결하는 곳이며, 대형 쇼핑센터와 시장들이 위치해 있어 트빌리시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이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오는 마슈루트카들의 종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사니역 인근 맥도널드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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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에서 맥도널드 로고가 기둥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그 로고를 따라 걸었더니 2분 거리에 맥도널드가 있었다. 들어가서 메뉴를 고르고 좌석표를 들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시원하고 쾌적했으며 화장실도 깨끗했다. 여행 중 만나는 익숙한 브랜드의 안락함이 새삼 고마웠다.


트빌리시 온천 지역: 아바노투바니의 매력

3시 27분에 트빌리시 온천 지역으로 볼트를 타고 이동했다. 온천 지역은 빨간 벽돌로 만든 둥근 돔들이 많이 보였다.

【아바노투바니(Abanotubani) 온천 지역】

[ 아바노투바니 온천 지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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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노투바니는 트빌리시의 역사적인 온천 지구로, '아바노'는 조지아어로 '목욕'을 의미한다. 이 지역은 트빌리시 건립 전설과도 관련이 깊다. 5세기 바흐탕 고르가살리 왕이 사냥 중 매가 온천에 빠져 죽은 것을 발견하고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다는 전설이 있다. 현재도 전통적인 황 온천이 운영되고 있으며, 둥근 돔 모양의 건물들이 이 지역의 특징이다. 온천의 물은 37-47도의 황 성분이 풍부한 천연 온천수로, 피부 질환과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독특한 건축물들을 본 후 인근에 있는 폭포를 보려고 올라갔다. 폭포는 보타닉 가든 내에 있어 입장료 4라리를 내야 했다. 이미 많은 곳을 다녀온 터라 굳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며 보지 않기로 하고 그냥 내려왔다.

대신 길에서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모자를 발견해 25라리에 구입했다. 여행의 마무리에 작은 기념품을 하나 더 장만한 셈이었다.


호스텔로의 복귀와 마지막 준비

4시 50분에 호스텔에 도착했다. 까르푸에서 선물로 가져갈 소금과 저녁 식사 거리 등을 구입했다. 이제 하루 더 머물고 모레 새벽 비행기로 서울로 떠날 예정이니 줄 선물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 안주인 마이아 아주머니께 드릴 꽃 구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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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숙소에 도착해서 안주인 마이아 아주머니에게 선물로 드릴 화분을 20라리에 사서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주인의 아들 내외와 손녀가 주방에 있었다. 가족 모임이 있는 것 같았다.


정을 나누는 따뜻한 저녁

들어와 보니 주인의 큰아들 부부와 손녀, 작은 아들 부부가 와 있었다. 가족 모임이 있는 것 같았다. 주인 아주머니 마이아는 아들 내외와 함께 만든 작은 감자전과 치즈를 가져다주셨다. 정을 주고받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1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손녀가 거실에 앉아 있었는데, 블랙핑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K-pop이 이런 곳까지 인기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그녀에게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모든 가족을 불러 모았다. 갑자기 나는 즉석 마술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가족들이 모두 거실에 모이자 나는 네 가지 정도의 마술을 보여주었다. 드롭링 마술, 줄 사이의 링을 빼는 마술, 동전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마술, 종이로 하는 마술까지. 모든 가족들은 내 마술을 보며 박수를 치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손녀는 마술에 완전히 빠져서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한 표정을 지길래 나는 손녀에게 마술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손녀가 가족들 앞에서 마술을 보여주도록 했다. 녀가 마술을 성공했을 때 온 가족이 환호하는 모습이 정말 따뜻했다. 나는 그 손녀와 작은 며느리에게 링 마술 도구를 선물했다.

우리는 60년 되었다는 귀한 꼬냑을 얻어 마셨다. 작은 며느리는 만삭이었는데 7월 초에 출산을 한다고 했다. 새 생명의 탄생을 앞둔 가족의 행복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는 작은 아들에게 이렇게 가족들이 자주 모이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번역기를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연세가 드셨으니 가급적 가족들이 자주 모이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말에서 조지아의 깊은 가족 중심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조지아의 가족 문화】 조지아는 전통적으로 가족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부모에 대한 효도와 가족 간의 유대는 조지아 사회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결혼 후에도 부모와 가까운 곳에 살며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가족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화는 조지아의 수프라(Supra) 전통과도 연결되어 있어, 가족이 모이면 항상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 문화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지만, 가족을 향한 사랑과 책임감은 여전히 조지아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작은 아들 부부가 먼저 집으로 돌아갔고, 그 뒤 큰아들 가족도 돌아갔다. 떠나기 전 손녀는 나에게 배운 마술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주인 부부와 우리는 식탁에서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테라스로 나가서 조지아의 밤공기를 마시며 계속 마셨다. 고차 아저씨는 자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 같은 손님들과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이야기하셨다.

번역기를 통해 나누는 대화였지만, 마술로 시작된 교감은 언어의 벽을 넘어섰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손님을 환대하는 정신, 그리고 함께 나누는 기쁨은 전 세계 공통의 언어였다.

11시까지 마시고 방으로 들어왔다. 조지아 가족의 따뜻한 정과 마술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가슴 깊이 남는 밤이었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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