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점
2. Persona (그녀의 시점)
그녀는 Duffy의 노래를 좋아한다.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머리가 좋고 민첩하지만, 동시에 게으르다.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 위에서 보낸다. 애인과 나란히 누워 지루하게 긴 하루를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그것을 여유라 부른다.
그녀는 스스로가 지루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
그녀는 작가지망생이었다. ‘이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글을 쓰지 않았고, 책을 읽지도 않았으며, 애인의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애인이 돌아오기 전까지 실컷 잠을 자고, 그가 집에 들어오면 그제야 일어났다. 한참 뒤, 그가 잠에 들면 옆에 누워 그를 바라보다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고, 이윽고 함께 잠이 들었다. 그녀의 하루는 그의 시계 속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애인은 그런 그녀를 이해했다.
사실, 그녀가 이유 없이 글쓰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야기를 쉽게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척척 엮어냈다. 그래서 글을 시작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너무 많은 생각에 빠져버렸다. 자신의 생각, 관념, 사고방식, 그 모든 것이 수만 갈래로 얽히고설켜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밥을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잠에 들 때조차, 생각은 끊임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여전히, 자판 앞에 앉으면 단 한 글자도 더할 수 없었다. 커서는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서 깜빡일 뿐이었다.
어느 저녁, 그녀가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을 때, 머릿속의 생각들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생각이 머릿속을 뚫고 나와 자신의 머리를 잠식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결심했다.
‘생각을 멈추자.’
그녀는 다시는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노트북을 닫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혼란을 느꼈다. 게다가 혼자 있는 것에 외로움까지 더해져, 그녀는 애인과 항상 함께하려 했다.
그래서 그녀는 애인의 집에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다 곧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공식적인 동거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그의 집에 눌러앉아버렸다. 옷가지나 속옷을 따로 챙길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집을 오갈 때마다 애인의 옷을 입고 나갔고, 때로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집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여 있던 것들만으로도 충분했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그녀는 애인의 퇴근 시간에 맞춰 문자를 보냈다. 그가 직접 그녀의 집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집에서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하지만 그가 일을 나가면, 그녀는 다시 혼자 남았다. 할 일이 없는 그녀는 낯선 동네, 낯선 집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집을 나가는 것이 싫었다. 동시에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으면서도, 매일 같은 반복 속에서 삶의 지겨움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외출을 결심했다. 전철역 앞에서 낡은 다이어리 한 권을 발견했고, 그 안에는 구겨진 종이 몇 장이 들어 있었다. 그 위에는 Thunder, Perfect Mind라는 시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