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점
1. Self (그녀의 시점)
「그럴 때가 있다.
매일같은 악몽, 멈추지 않는 생각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하얗게 비워질 때가 있다.
또 그런 때가 있다.
내가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타인보다 내가 더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매일같은 어둠이 이어지고,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가 무한히 반복될 것 같은 권태로움.
스스로에게 고립됨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마다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어떤 이에게는 수시로, 또 어떤 이에게는 단 한 번의 일로 남는다.
만약 그 감각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그들은 이 책을 곧 덮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의 설명은 덧붙이지 않겠다.
공통적으로, 처음 그 기분에 젖어들었을 때의 당혹감과 두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 속에서 가장 오래 남는 질문 하나 — 나는 누구인가. 어째서 우리는 그런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는가.
그 답을 생각해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두 번째 의문과 마주했다. 나는 나를 따라잡을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그것을 하나의 공식처럼 생각해보기로 했다.
뒤돌아보니, 그녀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과거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내가 있다. 현재의 나는 성장의 과정 속에서 혼란에 빠진 나다. 현재의 나는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수십 가지의 나를 만들어 미래로 향하는 과정에서 다시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내가 이 순간 완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과거의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고, 현재였던 과거 또한 내가 아니다. 모든 것이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전부가 아니게 된다.
자기만의 삶의 공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잘 만든 삶의 공식’이란 과연 존재할까. 그 ‘잘 만든다’는 기준은 결국 고정관념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선, 그 공식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또 우리는 연인 관계 속에서 어떻게 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혹은 애초에 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존재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삶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공식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녀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그 글이, 지금 그녀가 막 다시 켠 노트북의 첫 화면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글 뒤에 한마디도 덧붙이지 못한 채 노트북을 다시 꺼버렸다. 그리고 오랜 기간 집을 비워버렸다.
얼마나 오랜 뒤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일까. 그 커서는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깜빡이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