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THE OPERATION 01화

프롤로그

그녀의 시점

by 호수를 걷다




들어가며


사랑은 존재를 통합시키는가, 혹은 분열시키는가.


한 여성이 쓴 소설 속 인물들이 현실의 자기 조각처럼 파생되어 흩어진다. 기억, 심장, 사랑의 전이 속에서 한 존재가 또 다른 존재로 복제된다. 결국 모든 인물은 ‘그녀’의 내면에서 비롯된 그림자들이다. 모든 이야기는 그녀에게서 시작해, 그녀로 끝난다.







줄거리


그녀는 작가지망생이다.
동거중인 애인의 곁에서, 점점 관계의 권태로움을 느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다이어리 속에서 ‘Thound of mind’라는 시와 한 여성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녀는 다이어리를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사진 속 여인을 찾아 나선다. 그 여자의 이름은 해리.

해리는 매력적이지만, 자존감이 낮은 젊은 여성이다. 그런 그녀를 비정상적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많은 남성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고립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와 금지된 관계를 맺는다. 그는 그녀에게 단 한 번의 강렬한 밤을 남긴다. 해리는 그 남자에게 자신의 심장을 주겠다고 말한 뒤, 자살한다.


그 남자에게는 두 딸이 있다. 심장이 약한 혜선, 그리고 감정이 메마른 윤아.

혜선은 해리의 심장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곧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안,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살아가는 듯한 극심한 이인증에 시달린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심장 주인을 찾아 나선다.


한편, 동생 윤아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 지만과의 무미건조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미스터리한 남자 인성에게 빠진다.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 쓰고 노트북을 닫는다. 그리고 다이어리와 시가 적힌 종이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짐을 싼다.







등장인물

그녀
작가지망생. 사랑하는 애인과의 동거 속에서 권태와 공허를 느낀다. 한때는 글쓰기에 몰두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면의 소음과 혼란 속에서 글을 포기했다. 그러나 오래된 시와 사진을 발견한 순간,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글은 곧 ‘인격의 파생’을 다루는 심리적 실험이 된다.

해리
삶을 포기한 여성.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게 하는 존재. 그녀의 죽음은 ‘이식’이라는 형태로 다른 인물들의 삶을 뒤흔든다.

혜선
심장 이식을 받은 여성. 삶을 되찾았지만, 그 심장으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기억과 감정의 경계에서 ‘나’와 ‘타자’가 뒤섞이는 인물.

윤아
사랑의 권태 속에 새로운 욕망을 갈망하는 여성. 하지만 새로운 사랑이 곧 파멸로 이어진다. 그녀는 사랑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선다.

지만
윤아의 남자. 식어버린 사랑을 지키기 위해 침묵을 택한다. 그의 사랑은 진실하지만, 동시에 타인을 소유하려는 거짓된 욕망이기도 하다.

인성
해리의 심장을 쫓는 남자. 사랑을 갈망하지만 결국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한 인물. 그의 시선은 욕망이자 폭력이다.

한 남자
아내를 배반하고, 결국 한 여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남자. 그러나 그의 죄는 한 딸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그의 존재는 구원과 죄의 이중성을 상징한다.








THE OPERATION

프롤로그


자기(Self)는 우리가 되기를 요구하는 그 무엇이다. — C.G. Jung




「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질문 속에서 살아간다.


사랑은 나를 하나로 묶어주는가, 아니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는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자기를 구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을까.


내가 바라보는 ‘대상’은 정말 ‘너’였을까.
아니면 내가 그려낸 나의 한 조각이었을까.


그 경계를 끝내 구분할 수 없다면,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너를 사랑하지 않은 것일까.」






그녀는 작가지망생이었다. 한 번만 그녀를 본다면 게으르고 무딘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애인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머릿속의 생각이 자주 엉켜 하고 싶은 말을 한꺼번에 쏟아내곤 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종종 두서가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음에 집착하던 그녀는 결국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였지만, 그가 출근한 뒤에는 낯선 동네의 낯선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섰고, 그녀는 그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고요함 속에 남겨졌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그의 존재가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와 함께하는 일상이 오히려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쓰고자 한 글은 합리적이지만 비현실적이고, 감정적이지만 이성적이며, 감각적이지만 무감각하고, 착하지만 잔혹한 글이었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글.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어떤 여자인지, 어떤 개성을 가진 작가인지 가장 정확히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녀는 똑똑하게 말하는 것이 싫었다. 길고 유창한 문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미식거렸다. 그녀는 무한히 생각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단순해 보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한 여성으로만 보이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늘 그 두 지점 사이에서 머물렀다.


그녀는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명상과 요가를 했고, 식단을 바꾸었으며, 주말이면 산이나 바다로 나가 몇 시간씩 자연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을 때마다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결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는 그 질문을 품은 채, 답을 찾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집을 떠나 애인의 집으로 들어갔고, 그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세 단어가 떠올랐다. 고정관념, 사고, 시선.


햇살이 좋던 어느 정오, 그녀는 잠시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응접실 식탁 위 빨간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노트북 자판 위에 손을 올렸다. 화면 위에는 제목이 떠 있었다.
‘고정관념과 삶의 방정식.’


그녀는 다시 글을 쓰려 했다. 한 여성의 영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가, 그 변화는 정말 가능한 일인가. 그녀는 그 답을 알고 싶었다. 글을 쓰지 않던 시간 동안 느꼈던 절망과 외로움, 그리고 삶을 포기한 듯한 마음을, 이제는 자신이 만들어낼 인물들에게 옮겨놓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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