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9
주변이 너무나 시끄러울 땐 고요 속에 갇히고 싶다. 어떤 말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을 때가 있다. 바쁘고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혹은 내일 할 일이 너무 많아 압박감이 느껴질 때, 아니면 주변의 크고 작은 소음으로 마음이 버거울 때 눈과 귀, 입을 닫고 싶어 진다. 내가 명상을 접한 뒤부터 어느 순간 갑자기 명상이 고파진다.
명상은 어떤 어려운 종교적 개념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명상이라고 하면 뭔지 모르게 추상적으로만 느껴지고,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데 10분, 20분, 30분, 40분, 50분, 1시간을 앉아 있어도 나에게는 왜 아무 기별도 없는지 맞춰 놓은 타이머는 느리게만 움직이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도 프리초프 카프라도 명상을 했다는데 그렇담 분명 거기에 내가 모르는 뭔가 좋은 비밀이 분명히 숨겨져 있을 텐데 내가 처음에 명상이란 것을 접했을 때 한자리에 돌처럼 굳어져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곤욕스러웠다. 또 최소 15분은 집중해야 하며 그 이후 어느 순간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어떤 빛이 떠오른다는데 나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하루 종일 일에 열중하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숨 쉴 여유조차 갖지 않으니 원시와 태초의 내 감각은 스러져만 가는 위기를 맞으며 문득 명상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름 정리된 명상의 개념이란 모든 마음의 창, 감각의 창을 닫고 내 안에 조용히 거하는 것이다. 이 때, '아무 생각 없이!'가 포인트다. 눈만 감은 채로 머리 속에서는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을 담고 있다면 그것은 명상의 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냥 눈을 감고 딴 생각만 계속하면서 나와 주변의 생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얽매이는 중이다. 명상에 집중될 때 어느 한 느낌은 갑자기 내가 철갑옷을 입은 듯 모든 감각이 철수되고, 순간 진공 속에 갇히는 느낌이다. 주변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데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린 느낌. 이런 것이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상대성 이론의 감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지 않고 매우 고요한 중심부, 태풍의 눈에 얌전히 앉아있는 느낌. 밖에는 무슨 일이 있어? 하고 나는 아무렇지도 아무 동요도 하지 않게 되는 그런 느낌. 땅에 깊이 뿌리 박고 앉아있는 묵직한 나무 같은 느낌 말이다.
명상에 있어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명상을 하면서 그러한 기를 공유하고 공유받는 작업이다. 인도의 한 아쉬람에서 삿상(스승을 앞에 모시고 다 함께 모여 명상하는 것) 시간에 나는 좀 이상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날은 명상을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명상이 딱 시작되는 순간, 즉 눈을 감은 순간부터 나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데다 시간이 갈수록 눈물이 마구 흘러내리고 콧물까지 나와서 속으로 주변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창피함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런 눈물이 1시간여의 명상 시간 동안 계속 지속되었고 "That's all."이라는 명상을 끝마치는 신호가 들리자 신기하게도 멈추는 것이었다. 이 때의 눈물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사실 아직도 완벽히 이해되지 않았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의 무언가가 후련히 내려간 느낌이 들고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줄곧 행복감에 노닐고 있는 듯한 상태가 되었다. 현실로 돌아와서도 어려움 앞에서도 용기가 들고 걱정 앞에서도 좌절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게 되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물을 와르르 쏟던 그날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명상을 할 때는 요가에서 흔히 궁극의 한 동작으로 일컬어지는 금강좌나 연화좌, 달인좌로 앉아서 해야 하지만 그것은 우리 몸이 가장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모습이기에 그렇다. 그런 자세를 취하면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하는데 오히려 의자에 앉는 것이 더 편안하다면 굳이 바닥에 앉아 명상에 임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이 들어 관절이 안 좋은 분이나 다리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쥐가 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자세가 명상에 빠져드는데 방해만 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가끔 고요함과 침묵이 그리워진다면 그리고 조용함 속에 나를 내맡겨보고 싶다면 명상을 한 번 시도해보자. 어느 순간에 깨달음이 올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