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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튜브라이트 Oct 10. 2015

인간이 영역표시하는 방법

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3

연말에 몹시도 중요한 손님이 올 예정이라, 요즘 매주 주말 우리 가족들은 몇 년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대청소에 시달리며 재채기 돌림 노래를 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먼지가 어찌나 많은지...


겉으로 보아서도 물론 이것저것 버리고 제 위치를 찾고 가지치기를 할 물건들이 많지만 대청소를 하면서 우리가 놀란 사실은 눈 앞에 보이는 물건은 치워야 할 물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나의 모습이 마치 TV  프로의 자연 다큐에 나오는,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집 짓는 새와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방의 물건을 보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


난 약간의 문자 중독? 혹은 종이 중독인 것 같다. 내가 봐도 놀라우리만치 책상의 위, 아래, 옆 다른 가구와의 사이 틈새, 책상 서랍, 책장 꼭대기, 벽이라고 따질 것 없이 온통 글이 쓰인 무언가가 온통 처박혀 있다. 물론 먼지와 섞여 서로 간 매우 단단히 얽혀있다. 어미 새가 집을 짓기 위해 엄청난 날갯짓을 통해 어딘가에서 물건을 관찰해서 이웃 새들과는 구별되는 내 공간을 규정짓고, 또 아늑하게 할 그런 물건들은 연신 물고 오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정말 생각했다. 아니 색깔도 왠지 안 맞고, 질감도 서로 다른 그런 물건들이 뭐에 그리 마음에 들어 자꾸 물어와서 둥지를 트는지, 애써 물어 오는 그 물건들에 과연 무슨 법칙이나 개성 혹은 취향이 있는 건지 말이다.



근데 나는 내 방에서 끝도 없이 쏟아지는 영화 포스터, 팸플릿, 전시회에서 산 책, 설명서, 포장 박스, 쇼핑백 등등 이제 와서 보면 마땅히 쓰기도 어려운, 아니 너무 많아서 지금부터 하나씩 써보려고 노력한다 해도 쌓이는 속도가 사용 속도보다 더 빠를 것 같은 그런 물건들이 엄청나게 숨어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발견하는 대로 차례로 집으로 들고 움직이는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한 것일까. 아마 받아 들고 오면서는 무척이나 뿌듯했겠지. 무슨 쪽지들, 편지들에다가 스티커, 무언가가 적힌 서로 다른 인쇄물들. 하아, 정말 하루 종일 치우면서 반성하고 또 후회했더랬다. 나는 이것들을 가득 끌어안고 이곳이 진정 내 방임을 느끼고 안정감을 얻었던 것일까. 그 새가 사는 둥지와 내가 사는 방이 어딘가 비슷하게 느껴져 정말 갑자기 새의 인형 탈을 쓰고 주둥이를 놀리며 여전히 이것은 이제는 정말 버려도 되는 것인지 한참을 분류만 했다.


결국에 버릴 것이라고 규정 지은 물건들은 거실에 쌓아뒀다가 이제는 마당으로 퇴출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필요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하는 노파심에  다시금 지하실로 옮겨졌더랬다. 그리고는 아 이젠 정말이지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개운함. 곧 지하실도 온통 종이로 뒤덮이겠지.


두 눈을 감고 계속 연이어 물고 늘어지는 생각의 꼬리에서 벗어나 무념무상의 상태로 지속해야 하는 명상을 시도했을 때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도대체 명상이 무엇인지, 그게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오랫동안 명상을 하신 분이 설명해주셨다. 그것은 바로 마음의 청소와도 같은 단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자세히 설명하면, 먼저 두 눈을 감고 내 생각은 잠잠하게 몰아낸 다음에 어떤 몸의 느낌에 집중하는데 예를 들면 내 앞에서 나를 돌보아 주는 스승이 내 몸을 향해 후우하고 계속해서 바람을 불고 있다. 그럼 그 바람에 못 이겨 내 안에 새겨졌던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 모두가 등 뒤로 연기처럼 후후 빠져나가는 것이다. 1분 1초 우리 안에 쌓이는 좋고, 나쁜 인상들이 얼마나 많이 새겨져 있는지! 각각의 작은 느낌과 기억들이 하루를 만들고, 그것이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몇 년을, 그렇게 우리 나이 만큼을, 아니 어쩌면 전생의 몇 번의 인생의 굴레를  모두 담고 있다. 보다 깊은 명상을 위해서는 먼저 앞의 단계에서 좋았던, 싫었던, 아팠던, 짜증 났던, 화났던, 즐거웠던, 그런 인상들을 모두 털어낼 필요가 있다. 마음을 백지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진정 비워야만 채워진다고.

청소의 원리를 내 방에도 내 마음에도 오늘 당장 적용해야 한다.

좋은 것을 비워야만 더 좋은 것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고,

나쁜 것을 비워야만  나쁜 것이 너무 큰 에너지로 변화하여 나에게 반격할 기회를 갖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결국은 욕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인가, 하는 깨달음도 갑자기 든다.

(아니, 무슨 종이 욕심이 그렇게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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