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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튜브라이트 Oct 10. 2015

똥을 내보내는 고귀한 시간

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4

몇 년 전, 몽골 초원을 내 집 안방처럼 누비던 아주 잠깐의 시간이 있었다. 그 자연의 시간이 무섭고도 어마어마하면서 한편 행복했었는지 문득 길을 걷다가도, 신문을 보다가도 그 푸른 몽골 초원이 내 눈 앞에 펼쳐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책을 읽었는데, 내용 중에 저자가 동물의 똥을 땔감으로 쓰기 위해 초원에서 모으면서 이 똥이 땔감으로 바로 쓰기에 적당히 말랐는지 앞뒤로 뒤집어 보면서 요리조리 그 건조함의 정도를 눈여겨 판단하는 장면이 나온다. 근데 난 이 장면에 갑자기 꽂혀 버리고 말았다. 의외로 더러울 거라는 생각보다도 먼저 든 생각은 나는 똥을 언제 이렇게 자세히 관찰해 본 적이 있던가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누군가 내가 만든 똥을 집어 들고 저렇게 관찰한다면 나는 너무나 쑥스러울 텐데 그것을 만든 장본인이 이를 알면 어찌나 난처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자의 그런 행동이 왠지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성스러운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바로 초원으로 날아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태어나 마르고 있을 그 똥의 질감을 느껴보기를 몸소 시도해보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졌다.



우리에게 배설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제대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영양을 섭취해 다시금 내보내는 일, 내보내는 일이 없다면 우리 몸은 순환의 법칙 속에 존재할 수가 없다. 그 정도로 배설의 시간이란 매우 소중하고도 신비에 휩싸이는 시간이다. 간혹 가다 길가에서 주인과 함께 산책하던 강아지들이 갑자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힘을 주는 자세를 취하면 왠지 가던 길도 멈추고 조용하게 같이 힘을 보태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온몸의 힘을 다해 쓰임이 다한 그 무언가를 뭉쳐 밖으로 내보내는 중요한 일을 하는 이 순간이 그 생명에게는 우주에 빨려 들어갔다 나오는 듯한 에너지의 출입이 있을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인도에 가서 한동안 라씨의 맛에 흠뻑 빠져 지내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화장실 출입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그때의 답답함이란 아직도 내 몸 어딘가에 분명히 새겨져 있을 것 같은 정도의 엄청난 느낌이다. 먹는 것 만큼이나 제대로 내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그때 몸소 경험했다. 몸이 가벼울 때의 행복을 다들 아는지. 그래서 가끔은 공복 상태나 배가 고픈 상태를 즐기게 되기도 한다.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일정에 치여 깊이 안정하고 즐겨야 할 배설의 시간을 쫓기듯 혹은 모아서 긴급상황이 되었을 때서야 급히 급히 해결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문득 초원의 어딘가에서 심호흡하며 작업을 진행할 그 누군가를 떠올리니, 맛있는 것을 즐기는 동시에 집어넣기 바쁜 먹방을 볼 때의 만족감보다 더한 행복감이 그에게 있을 것만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든다. 배설의 시간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도록 확보되어야 더 평화에 가득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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