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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튜브라이트 Oct 10. 2015

자발적 유머러스함

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6

나도 모르게 귀여운 것에, 예쁜 것에, 아름다운 것에, 독특한 것에 눈길이 가는 것은 참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 한동안은 아, 나도 외모로 판단하는 고작 그런 사람인가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는데 그게 엉뚱하게도 동물에 대해서다.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사랑이 퐁퐁 피어나게 만드는 그런 동물이 있는가 하면, 떠올려만 봐도 무섭고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동물도 있다. 이것은 물론 단순히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는 그 동물에 대해 내게 뿌리 박힌 어떤 이미지나 속성 때문일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주는 힘이 매우 크다.


나는 한동안 당나귀(동키)를 너무 키우고 싶다고 욕망했던 적이 있다.  동키는 웬일인지 아주 귀엽거나 예쁜 외모도 아닌데 그렇다고 못생겼거나 무서운 외모도 아니지만 뭔지 모를 유머러스함을 내재하고 있는 그런 짐승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쁘고, 못나고, 아름답고, 추하고 등등의 기본 분류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테고리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외모 같아서 말이다. 왠지 모르게 동키는 가만히 서 있는 모습만 봐도 뿌듯해지고 실실 웃음이 나는 느낌이 든다. 나도 정말 왜 그런지 도통 모르겠는데 그렇다. 딱히 어떻다 하는 캐릭터도 없고 영화나 동화책에서도 조연일 뿐인 동키인데, 그래도 주연보다 조금 더 애정이 가는 조연이라고 말하면 더 가까운 느낌일까? 아무튼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런 외모인 것 같아서 동키를 새로운 분류법에 의한 동물로 특별 대우해주고 싶다. 동키가 좋아서 인도에 가서 마당에 동키를 키우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도 계시다면 안부를 묻고 싶다.



또 이런 비슷한 동물이 나무늘보이다. 이름마저 너무나 절묘하다. 나무늘보의 존재를 알고 나서는 한동안 나무늘보 이미지를 찾아보기도 하고 관련 다큐를 보기도 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와,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니! 근데 이 동물은 왠지 모를 유머러스함도 갖추고 있다니! 게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그런 느낌이 그냥 외모에서 묻어나오다니! 그래서 나는 나무늘보가 좋다. 그냥 좋다.


그래서 가끔은 왠지 모르게 이유 없이(실제로는 어떻게든 이유가 있겠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그냥 좋아지는 사람이 있나 보다. 이상하게 자꾸만 다시 보고 싶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가끔 떠올리고, 잘 있었으면 하는, 그리고 언젠가는 우연히 만나면 좋겠다고 상상하고,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만나고, 아주 오래 오래간만에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매우 친근한 그런 사람들. 머리로 마음으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매우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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