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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Jun 11. 2020

[비건]쫄깃한 무반죽 피자 도우 만들기.


발칸을 여행할 때 아드리아해에 면한 몬테네그로의 휴양도시 울치니(Ulcinj)라는 곳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의 일기를 보면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버스가 오지 않았다. 버스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응. 다음 목적지로 가려던 계획은 버스가 오지 않아 틀어졌고, 발이 묵인 곳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울치니라 그곳에 갔지요. 지금처럼 길에서 구글 맵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던 때가 아니었기에, 어딘지도 모르고 숙소를 구했고, 해변이 코앞이라던 그 집 아들내미의 말과는 달리 바다까지 삼십 분은 족히 걸어야 했습니다. 반면, 속초도 그렇고 강릉도 그렇지만,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물가가 저렴한 것은 그 동네도 마찬가지여서, 근처 빵집에서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 커다란 화덕에 구워 내는 피자 한 판이 단 돈 1유로였어요. 쫄깃하고 부드러운 피자 도우에 토마토 소스, 그리고 치즈.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그 심플한 피자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도시와 해변을 탐험하고 숙소로 돌아갈 때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는데도 지갑에서 1유로짜리 동전을 꺼내 손에 꼬옥 쥐었고, 아침이면 피자 먹을 생각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ㅎ


미니오븐에 구워 먹는 처지에 피자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런 미물을 이용해서도 쫀득쫀득 끝내주게 맛있는 피자를 구울 수 있으니, 이것은 모두 다 도우의 출중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반죽기 없이, 손으로 힘들게 치대는 노동 없이 피자 도우 만드는 저의 방법이에요. 주말을 앞두고 미리미리 만들어 두어요.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아무 때나 뚝딱 피자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요.

비건 피자.


재료: 6인분.

물 300g

이스트 1g

설탕 10g

비건 두유 요거트 100g (요거트 없어도 실망하지 말아요. 요 밑에 자세히!)

강력분 200g

중력분 300g

소금 6g

올리브오일 조금



만들기:

1. 액티브 드라이 이스트를 사용한다면, 믹싱 볼에 미지근한 물(30-40도)과 이스트, 설탕을 넣고 잘 저어 5분에서 10분간 둡니다. 이스트를 활성화시키는 거예요. 이스트의 양이 워낙 적어 거품이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을 거예요. 만약 인스턴트 이스트를 사용한다면 활성화시킬 필요가 없어요.

2. 1에 요거트, 강력분, 중력분, 소금을 넣고 주걱으로 날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어요.

3. 반죽을 담을 뚜껑 있는 그릇을 준비해요. 반죽이 2-3배 커질 테니 넉넉히 큰 그릇으로요. 그릇 안쪽에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반죽을 넣고 뚜껑을 덮어요.

4. 실온에서 한두 시간 둡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한 시간이면 충분해요.

5. 이제 냉장고에 들어갈 시간이에요. 냉장고 안에서 반죽이 조금씩 부풀 거예요. 반죽의 상태에 따라, 그리고 몇 배로 부풀리고 싶은지에 따라 이틀에서 삼 일이 걸려요. (뭐? 삼 일? 그럼 언제 먹어 싶잖아요? 더 빨리 만드는 방법은 아래에 있어요. 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많이 줘야 더 맛있어요.)

사흘이 지났어요.


6. 원하는 만큼 충분히 부풀었으면 반죽을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30분 정도 두고,

7. 가볍게 밀가루 뿌린 작업대에서 반죽을 원하는 크기로 분할해 동그랗게 만들어요.

8. 반죽의 윗면이 마르지 않게 살짝 밀가루를 뿌리거나 비닐로 덮어 5분간 둔 다음 피자를 만들어 먹습니다.

9. 냉동 보관 방법은 아래에 있어요.

집에서 만든 비건 모짜렐라를 올려 구웠어요.                                


피자 소스 레시피는 찾아보면 별처럼 무수히 많을 거예요.


피자는 아무거나 올려 구우면 되니 좋아요. 시엄마가 볶아주신 마늘쫑 볶음과 부추 얹었어요.


쫄깃하고 구수하고 달큰하기까지 해요. 역시 저온숙성.


두꺼워도, 얇아도 맛있어요.



팁:

1. 강력분이 없다면 중력분을 더 넣어요.

2. 비건 두유 요거트가 없다면 요거트 대신 물을 75g 넣어요. 물의 양이 총 375g 되는 거예요.

3. 이스트의 양을 두 배(2g)로 올리면, 하루 만에 저만큼 부풀 거예요. 만드는 과정은 같아요.

4. 1인분에 반죽 150g 기준이에요.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기분 좋게 배부른 양.

5. 냉동 보관하는 방법 - 7번, 분할해 동그랗게 만든 다음, 비닐 랩으로 싸요. 실온에 5분 정도 두면 랩으로 싼 반죽이 아래와 같이 빵빵해질 거예요. 그럼 냉동실에 넣고 얼려 보관합니다.

이렇게 빵빵해져요. 좀 귀엽죠?



6. 해동할 때 - 냉동실에서 반죽을 꺼내 실온에 둬요. 반죽 당 300g으로 분할했고,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2시간이면 반죽이 녹을 거예요. 1인분 150g으로 분할하면 더 빨리 녹겠죠? 실온에서 말고 냉장실에 내려 천천히 해동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해동된 반죽을 밀가루 뿌린 작업대에 올려 동그랗게 만들어, 8번 - 마르지 않게 덮어 5분간 둔 다음 잘 펴서 피자를 만들어 먹어요.

7. 피자 성형할 때 팁 - 덧밀가루 팍팍 써도 돼요. 옥수숫가루(전분 말고 가루요)처럼 거친 가루를 사용하면 더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동그랗게 네모랗게 아무렴 어때요.

못생겼죠? 아무렴 어때요.


8. 피자 구울 때 팁 - 오븐은 무조건 뜨거워야 해요. 온도를 최대로 올려 충분히 예열해요. 오븐 팬도 함께 예열하면 좋아요. 최대 온도에서 6분-7분 정도 굽습니다. 마지막 1-2분 동안은 브로일러 기능으로 바꿔 주면 더 좋아요.

9. 피자 소스는 150g 반죽 당 30g 이면 충분해요.


울치니의 그 피자집. 훈훈하게도 다들 목 빼고 피자를 기다리고 있어요.
다 만드는 데 채 오 분도 걸리지 않아요. 화덕에서는 1-2분!
핏짜!


비건 두유 요거트 만들기:

https://blog.naver.com/bakyou1/2217267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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