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닷가에서의 네 번째 여름이 끝나고 있어요. 올여름 그쪽의 날씨는 어땠나요? 이곳은 좋다가 말았어요. 칠월 한 달 날씨가 끝내주게 좋더니, 팔월이 되면서 모든 게 끝났거든요. 비, 구름, 비, 구름, 비, 비, 비, 비, 비. 해가 난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여서, 건조기 없는 저희 집은 빨래를 할 때마다 계획을 짜야 했지요. "빤스 세 장 남았고, 양말은 아직 괜찮아! 내일모레는 비 없이 구름이니까 일단 그날 빤스!!" 그러고 보니 지난 두 번의 여름도 이런 식이었어요. 작년 여름엔 아예 칠월부터 비가 끊이지 않았고, 재작년 여름에도 날씨 때문에 나가서 논 기억이 없어요. 그렇다면 비구름비구름비비비는 동해안의 전형적 여름 날씨? 그런가요?
지난 일요일은 해수욕장 폐장일이었어요. 다행히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치고 점심 무렵 해가 났지요. 빗물에 깨끗하게 씻긴 파란 하늘에 새털 모양의 구름이 모였다 흩어졌고 바닷물은 신비로운 초록빛으로 빛났어요. 한 달 만의 바다예요. 벌써 물이 꽤 차가워졌지만, 내가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언제나 나보다 한 걸음 앞서 물속으로 들어가 나를 부르는 듯 웃는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것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미소를 따라 수평선만이 존재하는 그 푸른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비록 반나절이었지만,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잊지 않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됐어요. ;)
암튼, 날씨가 이렇다 보니 저희 집 밥상은 여름 밥상이 아니었어요. 향신료 푹푹 달여(!) 쌀국수까지 말아먹었으니 말 다 했죠? 이것저것 필요한 거 많은 쌀국수 국물 만들기는 다음에 소개하고, 일단 오늘은 보글보글 두부조림이에요. 이름처럼 빨갛게 만들 수도 있고, 같은 양념에 빨간 거 빼고 허옇게 만들 수도 있어요. 둘 다 매우 맛있어요.
재료: (밥 필요 없는) 2인분
두부 450g
소금 몇 꼬집
간장 15g
비건 굴소스 15g
다크소이소스(노추, 노두유) 5g
참기름 3g
마스코바도 2g
볶은 후추 빻은 것 1g
라오깐마 10g (없어도 돼요)
채수 190g (혹은 물 190g + 베지 부용 3g)
옥수수전분 10g
물 30g
생강 5g
마늘 12g
대파 80g
표고버섯 150g
당근 60g
기타 채소 120g
볶은 땅콩 20g
태국 고추 5개 (없어도 돼요)
요리술 1T
준비하기:
1. 두부는 열 조각으로 잘라 소금 몇 꼬집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요.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구워도 돼요.
2. 계량컵에 간장, 비건 굴소스, 노두유, 참기름, 마스코바도, 후추, 라오깐마, 채수를 넣고 잘 섞어요.
3. 작은 종지에 옥수수전분과 물을 넣고 전분물을 만들어요.
4. 생강, 마늘은 다지고, 대파는 흰 부분과 초록 부분을 따로 썰어 두어요.
5. 표고버섯, 당근, 기타 채소도 썰고요.
6. 볶은 땅콩, 고추, 요리술 꺼내 놓고요. 이제 준비가 다 되었어요. 에프의 두부도 다 구워졌을 거예요.
만들기:
1. 중강불,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생강을 볶아 향을 내요. 향이 나면,
2. 마늘을 넣고 향이 나도록 충분히 볶아요. 마늘이 황금색이 되었다면,
3. 마른 고추랑 대파 흰 부분을 넣고 볶아요. 대파 숨이 죽으면,
4. 표고버섯을 넣고 불을 강불로 올려 볶아요, 주걱 양손에 들고 섞으면 볶으면 편해요. 버섯 향이 나고 버섯 또한 숨이 죽으면,
5. 당근과 나머지 채소를 넣고 볶아요. 채소들이 어느 정도 익으면,
6. 요리술 치익~ 뿌리고, 술이 확 날아가면,
7. 양념물을 부어요. 붓자마자 금방 끓을 거예요. 끓으면 불을 중불로 줄이고,
7. 전분물을 몇 번에 나눠 넣고,
8. 구운 두부를 넣어요. 이제 보글보글 졸이면 돼요.
9. 원하는 만큼 졸았으면 초록 부분 대파랑 땅콩을 넣고 한 번 휘리릭 섞어요. 30초쯤?
10. 완성!
팁:
0. 아래의 레시피를 수정했어요.
1. 조림의 두부는 좀 보들보들해야 맛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다른 요리에 넣을 때보다 덜 구워요. 에프 190도에서 11분, 뒤집어 9분. 제가 쓰는 에프는 422예요.
2. 비건 굴소스는 집에서 만들었어요.
3. 집에서 만든 다크소이소스랑 시판 노두유를 비교해 보니 염도의 차이가 별로 없네요. 어떤 것이든 오케이.
4. 후추의 양은 취향에 따라 조절하세요. 레시피대로 넣으면 살짝 칼칼한 정도예요.
5. 라오깐마가 뭐냐! 나 그런 거 없다! 없으면 안 넣으면 돼요. 없이 만들어도 맛있어요. 태국 고추 빼고, 후추 양까지 줄인다면 맵찔이도 잘 먹을 거예요. 레시피대로 만들면 진짜 쬐끔 매운 정도이고요.
6. 여러분 버섯의 계절이에요. 생 표고버섯의 가격이 꽤 좋아요. 마른 버섯 불린 것과 차원이 다른 맛이에요. 생 표고 많을 때 많이 많이 드세요.
7. 기타 채소는 집에 있는 어떤 채소라도 상관없어요. 샐러리, 파프리카, 양파 등등.
8. 얼마나 졸이냐? 국물 넉넉히 먹고 싶으면 덜 졸이고, 졸임으로 먹고 싶다면 더 졸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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