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윈난성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중국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고성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된 고풍스러운 도시와 곳곳에 보존된 많은 명승지와 유적, 유물이 윈난성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윈난성의 또 다른 자랑은, 천하절경이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은 수려한 자연 경관이다. 환상적인 날씨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 호도협 트래킹에 도전하여 몸으로 직접 느껴볼 수도 있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여행자에게 천국 같은 이곳, 오랜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윈난성의 다양한 매력에 빠져들어 보자.
윈난성의 많은 도시 중에서 쿤밍, 다리, 리장, 호도협을 대표 도시로 뽑아보았다. 쿤밍, 다리, 리장에는 서로 다른 분위기, 서로 다른 번화함과 조용함이 공존하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로 여행자를 맞을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교통수단도 매우 발달하여 이동하는데에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초보 여행자들도 쉽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호도협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트래킹 코스가 있어, 역동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윈난성 대표 도시 네 곳의 추천 코스를 살펴보자.
윈난성 여행의 시작점, 쿤밍.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은 이미 많은 현대적 발전이 이루어진 곳이다. 크고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고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다국적 체인점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일반적인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쿤밍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니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쿤밍에서 1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석림. 한자를 풀어보면 ‘돌의 숲’이라는 뜻을 가졌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으로, 카르스트 지형으로 형성되어 수많은 기암괴석들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쿤밍 도심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다양한 모양의 기암 괴석들이 만들어 내는 진풍경 덕에 쿤밍의 인기 관광지로 꼽히며, 여행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석림에 가기 위해서는 입장료와 왕복 차비는 물론 많은 시간까지 소비된다. 여행을 가기 전 사전조사를 할 때부터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과연 이곳이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에 대해 나에게 수차례의 질문을 던졌지만, 석림에 도착하는 순간 나의 의문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석림 풍경구에 도착하고 나서도 몇 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드디어 석림의 본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 마주하는 석림의 거대한 규모와 웅장한 기에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고개를 들면 보이는 기암괴석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지고, 석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서 전체 석림 풍경구를 조망하면 그 놀라움은 절정에 달한다.
쿤밍에서 5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도착하는 작은 도시 ‘다리’. 쿤밍에서 봤던 높은 건물들의 화려함과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에 정감이 가고 기대감마저 높아진다.
다리 고성은 이 지역이 중국 송나라 대리국의 도읍지였을 때 세워진 성이다. 지금은 많이 손실되어 성벽 일부와 남문, 북문 정도만 남아있을 뿐이다. 흔적만 남아있어 고성과 바깥 마을의 경계가 모호하다 보니, 지금 있는 곳이 성 내부인지, 아닌지 헷갈릴 수도 있다.
고성 안은 이리저리 갈림길이 많아 길을 잃기에 십상이므로, 미리 지도를 보고 구경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도를 봐도 감이 오지 않는 여행자들을 위해 고성 안 여러 거리 중 꼭 가볼 만한 두 개의 거리를 추천한다.
다리 고성의 가장 메인이 되는 거리. 웬만한 상점들과 먹을거리는 이곳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리 고성은 이미 관광객을 위한 하나의 상권으로 모습이 많이 변해버려 큰 대형 상점이나 옷가게,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고성의 옛 분위기를 상상한 여행자들은 조금 당황할 수도 있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푸싱루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녁이 되면 건물들의 조명으로 거리가 밝게 빛나며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의 화려함이 더해진다.
거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간식거리를 사 먹으며 천천히 푸싱루의 분위기를 즐겨보자.
화려한 푸싱루와 달리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거리는 바로 ‘인민루’이다. 푸싱루보다는 조금 짧은 거리지만 작고 분위기 좋은 카페와 아기자기하고 특이한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줄이 서 있어, 하나하나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플리마켓처럼 여러 사람이 길거리에 좌판을 깔고 다양한 수공예품들도 팔고 있어서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악세사리도 많이 구경할 수 있다. 꼼꼼히 살펴본다면 선물용으로도 좋은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다리 고성을 어느 정도 둘러봤다면 얼하이 호수로 자리를 옮겨보자. 고성에서부터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전체 길이가 40km에 달하는 매우 크고 넓은 호수이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의 모습에 이곳이 과연 호수인가, 바다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잔잔히 흐르는 호수를 보고 있으면 마음속 시끄러운 일들도 모두 정리되는 것만 같다. 다양한 각도에서 눈에 담고 싶다면 자전거를 대여해서 호수를 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리 고성 내의 여러 곳에서 쉽게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