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카페여행 떠나자!
10여년 전쯤에 나는 도쿄의 패션, 메이크업, 음식 모든 것이 한국보다 더 트렌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주저없이 첫 해외여행을 도쿄로 떠났고, 그 결정은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한집 건너 한집이 맛집이고, 인스타그램에 인증된 카페들이 넘쳐나고 메이크업, 패션은 오히려 한국 스타일을 따라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도쿄 여행의 메리트는 없어진 것일까?
아니!! 캐릭터 천국 일본답게 다양한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카페라면 도쿄여행을 갈 이유가 충분하다. 요즘 캐릭터 제품에 열광하는 키덜트족들이 늘어나고 있어 한국에서도 키티카페, 원피스 카페, 라인프렌즈 카페가
생겨나고 있지만 일본의 캐릭터 카페 수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반면에 도쿄에는 덕질하기 딱 좋은 캐릭터 카페가 많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길!
일본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는 너무나 많다.키티, 도라에몽, 리락쿠마, 토토로, 짱구, 페코짱, 구데타마, 후치코까지...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캐릭터 하나로 얼마나 다양한 굿즈를 개발하는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수집욕을 불러 일으킨다. 굿즈들 모으는 것만 해도 버거울 때가 많은데 이제 캐릭터 카페까지 다양해지면서 지갑을 탈탈 털어가주신다. 특히 한정기간에만 열리는 캐릭터 카페들은 최저가 항공을 찾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의 파르코 백화점의 THE GUEST cafe & diner 에서는 다양한 캐릭터 카페가 한정기간 오픈된다. 미피카페, 리락쿠마카페, 미니언즈카페, 마이멜로디카페, 너의 이름은 카페, 구데타마 카페 등등.. 도쿄에는 이케부쿠로점이 있으니 도쿄여행 기간에 기간한정 캐릭터 카페가 열리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나는 여행중에 미피, 마이멜로디, 리락쿠마, 구데타마 카페를 방문했었는데 맛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입보다는 눈으로 먹는 메뉴들이랄까? 비주얼이 열일하고 있어서 인증샷만 찍어도 배부른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기간에 이런 캐릭터 카페가 열리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온고잉으로 계속되는 캐릭터 카페도 많으니깐. 이제부터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도쿄 캐릭터 카페 5곳을 소개하겠다. (글, 사진 : 낭만소녀)
01. 앨리스 인 원더랜드 판타지 다이닝 긴자
(Alice In Wonderland Fantasy Dinning Ginza)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앨리스 덕후인 나의 눈에 띈 앨리스 인 원더랜드 판타지 다이닝 긴자. 1층에 있는 매장도 아니고 5층인데다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A2사이즈의 작은 간판을 매의 눈으로 발견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후기를 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방문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직원이 나와 토끼 머리띠를 하라고 쥐어주며 또 다른 작은 문을 열어 안내해 주기에 조금 겁을 먹었더랬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분홍분홍한 색감이 가득! 영문자가 가득한 앨리스 원작 동화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해 판타지한 기분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복도를 지나 펼쳐진 공간은 더욱 더 판타지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끌었다. 대부분 여자 손님이었고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손님들도 꽤 있었다. 커다란 찻잔 속에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가히 독보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테이블 좌석은 물론 칸칸이 막혀있는 소파 좌석도 있어 프라이빗하게 지인들과의 작은 파티를 즐겨도 좋은 카페 & 다이닝이다.
식사와 음료를 주문했는데 인테리어만큼이나 메뉴 비주얼은 많이 신박하지는 않았다. 식사 메뉴보다는 디저트 메뉴가 더욱 화려하고 예쁜 편이며 기간 한정 메뉴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히죽히죽 웃는 체셔 고양이 딸기시럽소다(640엔) 였는데, 빨대에 꽂혀진 체셔고양이 그림 하나로 엄청 특별해진 것 같다. 이렇게 사진도 찍으면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맛도 기대이상으로 좋아서 성공!
영업시간 : 17:00~23:30 (월~금) / 16:00~23:30(토,일)
주소 : Tōkyō-to, Chūō-ku, Ginza, 8丁目8−5 太陽ビル
02. 카렐 차펙 (Karel Capek)
아기자기한 소품샵이 많은 키치죠지의 나카미치 쇼핑스트리트에 위치한 카렐차펙. 일본의 티 브랜드인 카렐차펙은 한국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나에게는 클래식하고 어려운 홍차에 대한 인식을 귀엽고 친근하게 바꾸어준 브랜드이기도 하다. 오너인 야마다 우타코가 그린 일러스트는 홍차 못지 않게 유명해 피규어나 키친용품과 콜라보레이션 되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홍차와 잼, 컵, 서적을 판매했는데 최근에는 아이스크림이나 푸딩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잠시 쉬어가는 카페로도 사랑받고 있다.
카렐차펙 홍차는 1회용 티백도 있지만 매번 새로운 디자인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틴케이스에 담겨져 유명하다.사실 나는 홍차보다도 이 틴케이스에 더 욕심이 나는 1인이다. 혹자는 예쁜 쓰레기라고도 하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작품일 뿐! 어차피 덕질할 것, 행복하게 덕질하자! 카렐차펙 푸딩은 구입하면 컵까지 함께 제공되어 횡재한 기분까지 든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핫하게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꿀벌 패키지의 홍차맛 소프트 아이스크림 (650엔). 일본 디저트 중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빠질 수 없는데 홍차맛은 카렐차펙과 잘 어울린다. 카라멜라이징한 아몬드는 바삭한 식감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정말 잘 어울린다. 이 곳의 디저트는 모두 테이크아웃이다. 홍차와 캐릭터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카렐차펙은 무조건 1순위이다.
영업시간 : 11:00~20:00(연중무휴)
주소 : 2 Chome-17-5 Kichijōji Honchō, Musashino-shi, Tōkyō-to
03. 라스칼 베이커리 (RASCAL BAKERY)
일본의 CHARABREAD에서 콜라보레이션해 개점한 라스칼 베이커리. 1977년 일본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인데 원작은 미국 작가 스털링 노스 <꼬마너구리 라스칼>이다. 새끼 너구리와 12살 소년 스털링의 우정과 성장을 감동적으로 보여주었고 너구리에 대한 환상도 가지게 해주었다.
이제는 40살이 넘는 라스칼이지만 비주얼은 여전히 아기 너구리! 동안 중의 동안이라고나 할까.. 일본 인기 캐릭터이니만큼 웨이팅은 감수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픈이지만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매장에서 브런치를 먹는 것은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오전 9시 30분 경 순번표를 나눠주는데 이걸 받지 못하면 기다림이 더 길어지거나 브런치를 못 먹을 수도 있다. 테이크아웃이나 굿즈만 구입할 생각이라면 굳이 순번표는 필요없다.
라스칼 굿즈는 머그컵, 손수건, 접시, 인형, 동전지갑, 문구류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출구 없는 매력으로 한번보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라스칼! 지갑 털리지 않게 조심 또 조심!
순번표가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굿즈 구입이나 음료 테이크아웃 뿐이었다. 다양한 표정의 라스칼 얼굴 모양을 한 빵(330엔)과 라스칼 아트가 올라간 코코아(420엔)를 테이크아웃했다. 빵의 맛은 비주얼만큼 특별하지 않았지만 한번쯤 먹을만 하다. 코코아는 그냥 그대로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은 예쁜 비주얼로 인스타그램 인증용으로도 최고이다. 라스칼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곳에 오면 누구나 라스칼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영업시간 : 8:00~20:00(평일) / 10:00~20:00(토,일)
주소 : 4 Chome-7-2 Kichijōji Honchō, Musashino-shi, Tōkyō-to
04. 피터래빗 가든 카페
(Peter Rabbit Garden Cafe)
100여년의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20세기 최고의 아동문학인 피터래빗을 카페로 만나볼 수 있다. 영국 작가 비아트릭스 포터의 23부작 그림동화의 주인공으로 탄생한 피터래빗은 작은 시골농장, 숲속 등을 배경으로 소박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는데 피터래빗 가든 카페 역시 도쿄 도심 속 작은 숲 속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품샵과 예쁜 카페가 많기로 유명한 지유가오카에 위치해 있어 쇼핑과 먹방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실내 좌석과 테라스 좌석으로 나뉘어져 있고 몇몇 테이블에는 피터래빗 인형이 앉아 있다. 그들은 다른 손님들과 식사하느라 아쉽게도 난 피터래빗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동화 속 패터래빗의 집을 연상케 했고 패터래빗 굿즈나 책도 구입할 수도 있다.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기 좋은 도쿄 카페, 피터 래빗 가든 카페. 경양식레스토랑에서 나올법한 클래식한 메뉴이지만 곳곳에 피터래빗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피터래빗 라떼 아트 카푸치노(734엔), 모닝빵 & 블랙커런트잼 (626엔), 야채커리 (1598엔), 버거라이스(1490엔)를 주문했고, 피터래빗이 포인트로 장식되어 있어 사진찍기에도 좋고 맛도 괜찮아서 돈 아깝지가 않다.
영업시간 : 11:00~21:00 (연중무휴)
주소 : 1 Chome-25-20 Jiyūgaoka, Mokuro-ku, Tōkyō-to
05. 시로히게 슈크림 공방
(Shiro-Hige’s Cream Puff Factory)
일본문화를 접했던 사람 중에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왠지 미타카의 지브리 스튜디오에 있을법한 토토로 디저트가 시모키타자와에 있다고 해서 의아했다.짝퉁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내부는 토토로 관련 그림과 디저트가 가득한 걸로 봐서는 캐릭터 저작권을 가져와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일본에서는 그런 디저트들이 많으니깐..1층은 슈크림 공방이고 2층은 카페인데 테이크아웃할 사람들은 1층에서 구매하면 되고, 커피와 함께 먹고 갈 사람들은 2층에서 주문하면 슈크림을 가져다 준다. 카페는 전화예약만 가능하고 기다리지 않으려면 예약은 필수인 것 같다. 예약을 간과한 나는 40여분을 춥게 기다려야만 했다.
1층의 슈크림 공방에는 토토로 슈크림 외에도 토토로 모양의 쿠키를 판매하고 있다. 토토로 슈크림은 현재 커스터드, 커스터드&바나나, 딸기, 초콜렛 4가지 맛을 판매하고 있다. 시즌에 따라서 맛이 조금씩 바뀌니 참고하자. 딸기크림(1월~6월), 복숭아크림(7월~9월), 마론크림(10월~12월), 카라멜 바나나크림(1월~4월), 말차크림(5월~8월), 딸기 &크림치즈(9월~12월)이다. 커스터드와 초콜렛 크림만 4계절 내내 판매된다. 토토로의 머리 장식에 따라 맛을 구별할 수 있다.
40여분 기다림 끝에 착석하고 나니 토토로 슈크림이 맛 없으면 되게 억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기다림을 보상해주듯이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다. 빤히 날 쳐다보는 듯한 토토로에 이미 마음이 녹아 내렸달까? 반으로 쪼개야 할 때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지만 한 입 먹고 내 손길은 거침이 없어졌다.
옆 테이블의 커플은 식사 주문 후 4가지 맛의 슈크림을 모두 주문해서 먹길래 과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먹고 나니 그들의 선택이 굿초이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딸기크림퍼프(440엔)가 커스터드크림퍼프(400엔)보다 훨씬 맛있었다. 계절에 따라 제철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크림이 들어 있으니 꼭 맞춰서 가보길 바란다.
영업시간 : 10:30~19:00 (화 휴무)
주소 : 5 Chome-3-1 Daita, Setagaya-ku, Tōkyō-to
도쿄여행까지 가서 한국에도 있을법한 뻔한 인테리어의 뻔한 디저트를 먹기 싫다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함께 할 수 있는 도쿄 카페를 추천한다. 그 곳에 있는 캐릭터들은 당신을 입덕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