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떠난다, 오키나와로.
여자 혼자 떠나는 오키나와 렌트카 여행이라면 시간과 일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저녁 6~7시 정도면 많은 상점과 식당, 카페, 관광지가 슬슬 문을 닫기 때문. 나하 시내나 아메리칸 빌리지에는 그나마 밤까지 운영하는 상점과 레스토랑이 있는 편이지만, 다른 지역의 숙소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하루의 일정을 오전 9시 ~ 오후 6시로 잡고 짜도록 하자. 밤엔 무얼 하면 좋으냐고? 안전하게 숙소 내, 혹은 숙소 주변 식당, 편의점 등을 활용해 저녁 식사를 하고, 폐장 시간이 밤 11시인 이온몰 라이캄, 새벽 4~5시까지 운영하는 메가 돈키호테 등에 가면 된다!
흠. 역시 소문대로 연착을 자주하는(!) 피치항공이 2시간 또 연착을 하는 바람에 숙소 체크인 마감 시간인 저녁 8시보다 늦게 도착할 위기. 렌트카를 몰고 가는 중 길에 보이는 아무 편의점에 들러 저녁 식사 거리를 구매했고(참고로, 오키나와의 모든 편의점은 넓은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이동 중에 잠깐잠깐 들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밤 9시 반 즈음에야 기노완에 있는 저렴한 아파트형 숙소 '위클리 하버뷰 맨션 기노완'에 체크인, 숙소 안에서 간단한 저녁 식사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눈부신 아침 햇살에 눈을 뜨면 이제 본격적인 오키나와 일정이 시작되겠지? 자 함께 달려보자!!!!
아침식사 -> 시키나엔 -> 미나토가와 구경 및 점심식사 -> 아메리칸 빌리지와 선셋 비치 & 간식시간 -> 세컨드 스트리트 -> 저녁식사
아침 일찍 눈이 떠진 김에 숙소 앞 24시 모스버거에 가서 오랜만에 모닝 세트를 먹으며 오늘의 일정을 점검한다. 오늘의 주 목적지는 ‘시키나엔’과 ‘미나토가와’이다. 아메리칸 빌리지에서는 ‘타코 라이스’를 먹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선셋 비치를 구경할 생각이다. 중고 물품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늦은 오후엔 ‘세컨드 스트리트’에 들러 볼 예정이다.
조용한 산책으로 오키나와 여행을 시작해볼까?
원래 계획은 9시쯤 일어나 천천히 준비하고 미나토가와를 둘러본 후 시키나엔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오픈 시간에 맞춰 시키나엔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나하시의 시키나엔까지는 숙소에서 차로 20분 거리인데, 출근 시간인지라 조금 막혔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시키나엔’은 외국(주로 중국)의 사신들을 위해 지어졌던 별장이다. 중국 전통양식과 오키나와 전통양식이 혼합된 스타일로 연못과 정원,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을 따라 주욱 들어가면 별장 건물 안까지 돌아볼 수 있고, 한 바퀴 돌고 나오는 데에는 총 40분 정도가 걸렸다. 관람객이 나 말고는 한 팀밖에 없어서 풍경을 감상하며 조용히 걷기 좋았다.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슈리성 방문 시 가볍게 연계해 둘러보기 괜찮을 듯하다. (슈리성은 예전에 충분히 들러봤으므로 이번엔 과감히 패스했다!)
*운영시간: 4~9월 오전 9시 ~ 오후 6시, 10월 ~ 3월 오전 9시~ 오후 5시 반 (수요일 휴무, 입장마감은 30분 전)
*입장료: 현금 400엔 (중학생 이하 소인 200엔)
*주차장: 넉넉히 있음 걱정 안해도 될듯
*맵코드: 33 131 090*25
주의사항: 숲이 울창하고 연못이 있어 벌레가 있음.
기노완에 오키나와 숙소를 잡은 이유?
카페거리에 가려고!
내가 기노완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순전히 이른 시간에 '미나토가와 카페거리'에 가기 위해서였다. 숙소에서 차를 타면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 이곳의 가게들은 10시 반~11시 정도가 되어야 슬슬 오픈을 하기 때문에 헤매는 시간과 주차할 시간을 포함해 오전 10시에 딱 맞춰 숙소에서 출발을 할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시키나엔을 먼저 가게 되었다. 어쨌든, 미나토가와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반쯤이었다.
미나토가와 카페거리는 1층짜리 흰 단층벽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특이한 분위기의 동네다. 본래 이 건물들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미군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 지어졌던 주택들로, 이 지역의 정식 명칭은 ‘미나토가와 스테이트사이드 타운’ 혹은 ‘미나토가와 외국인 주택가’이다. 오래된 주택들이 하나둘 힙한 스타일의 카페와 식당, 소품점 등으로 변신했고, 덕분에 현재 젊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인기 스팟이 되었다. 오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니,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평일 오전을 노려 방문해야 한다.
미나토가와에는 주차 공간을 갖춘 카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카페 한 곳을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고 나처럼 여러 군데를 돌아다닐 생각이라면 그냥 맘 편히 코인 주차장을 이용하자. 미나토가와 카페거리의 코인 주차장은 ‘미나토가와 스테이트사이드 주차장’이다. 하지만 자리가 넉넉하지 않고 길도 좁은 편이므로 주차가 두렵다면 마음 편하게 미나토가와 카페거리에서 3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대로변의 선 파킹 코인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サンパーキング港川駐車場/맵코드: 33 341 362*38)
*요금: 8시 ~ 저녁 8시 30분에 100엔/ 저녁 8시 ~ 아침 8시 60분에 100엔
*맵코드: 33 340 059
미나토가와에 와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10시 반의 이른 시간에 오픈하는 소품가게 ‘프룻츠’. 들어가자마자 입이 떡벌어지는 예쁜 물건들이 많았다. 그리고 잠시 후 홀린 듯이 곧 생일을 맞는 친구를 위해 예쁜 컵 두개를 사게 되었다..ㅎㅎ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다른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디자인의 소품들을 팔고 있다.
오키나와 여행코스 추천 샵 - 프룻츠 Proots
*주소: 오키나와현 우라소에시 미나토가와 2번가 16-7 沖縄県浦添市港川2丁目16−7
*운영시간: 10시 30분 ~ 18시 30분 (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proots_okinawa
‘와 카페 노도카’에서 인기 있는 메뉴는 정갈한 ‘쇼카도 벤토’와 다양한 맛의 ‘도라야끼’! 특히이 곳의 도라야끼는 치-도라 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크림치즈를 얹은 도라야끼의 준말인 것 같다. 도라야끼는 미리 주문해두고 나갈 때 포장해 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함! 덮밥 같은 식사류나 파르페, 빙수, 각종 음료는 물론 다도와 관련된 메뉴도 있다. 입구 쪽에는 좌식 테이블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반 테이블 좌석이 있다.
*주소: 오키나와현 우라소에시 미나토가와 2번가 10-9 沖縄県浦添市 港川2丁目10−9
*운영시간 11시 ~ 10시
*카페 주차장: 평행주차 시 10대까지 가능
*인스타그램: wacafenodoka
‘오하코르테’는 미나토가와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라고 할 수 있다. 외관과 내부가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빈티지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정갈하게 꾸며져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나하 시내와 나하 공항에도 분점이 있는 가게로, 시즌마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기간 한정 타르트를 판매하고 있다. 쿠키, 레몬 케이크 등 선물 포장이 가능한 제품도 있으며 커피, 음료도 판매한다.
관광객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하던 터라 마음이 급해진 나는, 이왕 미나토가와에 왔으니 오하코르테에 안 들러볼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결국 타르트 두 개와 아이스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버렸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원두도 따로 구매했다. 배가 부르지 않느냐고? 모두 잘 아는 것처럼... 밥이 들어가는 배와 디저트가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괜찮다!!
*주소: 오키나와현 우라소에시 미나토가와 2번가 17-1 #18 沖縄県浦添市港川2丁目17-1 #18
*운영시간: 11시 30분 ~ 19시
*카페 주차장: 3대 가능
*맵코드: 33 341 002
소개한 곳들 외에도 빈티지 샵을 겸하는 카레 가게 ‘teianda’, 염소고기 카레&햄버그를 파는 'rat&sheep', 평이 무척 좋은 커피숍 ‘세라도 커피’, 빈티지한 장난감을 파는 가게 ‘카사 마칠다’, 웨딩전문 스튜디오 ‘엔조이 웨딩’, 매운 음식을 주로 파는 카페 ‘스파이스 카페 호치호치’ 무척 다양한 가게들이 있으니 시간을 들여 찬찬히 둘러볼만 하다.
오키나와 여행 코스, 무조건 들러보겠지?
여기는 아메리칸 빌리지!
‘아메리칸 빌리지’는 오키나와 여행 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스팟. 저녁~밤 사이의 야경이 화려하고 철판 코스요리 등 저녁 식사 하기 좋은 레스토랑이 많아 늦은 시간대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내가 이번에 아메리칸 빌리지에 방문한 이유는 딱 세 가지인데, 오늘 묵을 숙소가 이 부근이기 때문에, 아메리칸 빌리지의 ‘선셋 비치’를 보러, 그리고 저번에 먹지 못했던 ‘타코 라이스’를 먹기 위해서이다!!!
평일 낮 시간대인 덕분인지 데포 아일랜드 주차장이 한가해 주차를 쉽게 할 수 있었다. 아메리칸 빌리지에 처음 왔던 건 밤 시간대였는데, 그땐 어둡고 조명이 화려해서 뭐가 뭔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낮에 오니 너무 편한걸?
오랜만에 온 김에 여기저기 들러 구경을 좀 하다가, 맥주를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오리온 맥주 로고가 그려진 관련 물품을 좀 샀다. 그러고 보니, 오리온 맥주 공장은 과연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 운전이 가능하면서 맥주 시음을 하지 않을 예정인 친구를 꾀어야만 가볼 수 있을 그곳…!
자, 다음 코스.‘타코 라이스 카페 키지무나’는 데포 아일랜드 C동 2층에 있다. 키지무나는 류큐 지방의 전설에 등장하는 나무의 정령으로...이런 생김새를 하고 있다고 한다 (...) 이 키지무나 모형을 발견하면 바로 계단 위로 올라가면 된다.
요게 오키나와의 소울 푸드 ‘타코 라이스’! 말은 많이 들었는데, 직접 먹는 건 처음이다. 이 곳의 메뉴는 크게 ‘오무 타코’와 ‘타코 라이스’가 있는데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다. 토핑을 선택하고 나면 마일드 미트와 스파이시 미트, 칠리빈, 카레미트 총 네 가지 맛 중에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다. 결제하고 나면 주문 번호를 건네주는데, 번호를 가지고 자리에 앉아 대기하면 된다.
나는 ‘타코 라이스 아보카도(860엔)’에 ‘마일드 미트’를 선택했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맛있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와 짭짤한 고기, 그리고 부드러운 아보카도의 환상적인 조화! ㅎㅎ 부담스럽지 않은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먹어보자.
*주소: 오키나와현 나카가미군 차탄정 미하마 9-1 데포아일랜드 C동 2층
*운영시간: 오전 11시 ~ 밤 10시
*이온몰 라이캄, 세나카지마 우미카지테라스, 온나손 세라카키 해변에도 지점이 있다.
오키나와에 왔으면 바다는 보고 가야지.
식사 후엔 이온몰 아메리칸 빌리지 점으로 이동해 주차했다. 매장 내에서 음료를 하나 사 들고 ‘선셋 비치’로 걸으면 5~10분 정도가 걸린다. 선셋 비치는 이름 그대로 노을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라는데, 석양까지 보려면 다음에 한 번 더 와야 할 듯 ㅎㅎ 규모는 작지만, 모래가 곱고 레포츠, 바비큐 그릴, 선베드 같은 다양한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비어있는 바비큐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일본인 여행객들이 사진을 부탁하기에 찰칵찰칵 찍어주었다.
음.. 오후가 되니 땡볕에 가만히 앉아있기가 제법 힘이 든다 ㅎㅎ 이온몰 매장에서 쇼핑을 마저 한 후 이번엔 새 숙소로 이동! 오늘 묵을 곳은 ‘호텔 선셋 어메리칸’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바다가 보이는 널찍한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가성비 짱 호텔이다.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차로 10분 거리로 가깝기 때문에 문제없이 도착 후 체크인을 완료했다. 객실 내에서 잠시 쉰 후 세컨드 스트리트로 출발!
오키나와 여행의 재미, 중고물품 구경하기
세컨드 스트리트는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상점이다. 구제 물품에 관심이 많아 어디로 여행을 떠나든 그 나라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중고물품 매장에 한 번씩 찾아가 보는 편인데, 오키나와에도 세컨드 스트리트 매장이 있길래 저녁 시간 활용 겸 들러보기로 했다. 숙소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인 세컨드 스트리트 아와세 지점에 갈 것이다.
매장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모든 제품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옷과 액세서리, 명품, 시계, 카메라, 유아용품, 장난감, 취미용품, 주방용품 등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자리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의류로, 어린이용과 남성복, 여성복 코너가 모두 준비되어 있고 탈의실도 있어 원하는 옷을 가져가 입어볼 수 있다.
사이즈도 잘 맞고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꼼꼼히 뒤지고 입어보고 하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살까 말까 엄청 고민되는 티셔츠랑 청바지가 있었는데… 에잇, 포기하고 이따가 맛있는 거나 더 먹기로 한다!
*주소: 오키나와현 오키나와시 히야네 1번가 9번 6호 沖縄県沖縄市比屋根1丁目9番 6号
*운영시간: 오전 10시 ~ 밤 10시
어차피 밤엔 먹부림 아니면 쇼핑밖에는 할 일이 없다! 돌아가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드럭스토어가 보이길래 괜히 한번 들러본 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 북쪽 지역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듯, 국제학교가 있고 영어 간판, 양식 레스토랑이 무척 많았다. 아쉽게도 주변에 편의점은 없었고, 호텔 가까이 위치한 ‘트랜짓 카페’가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길래 그곳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야외 좌석에 앉았더니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는ㅠㅠ) 밤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와 아주 시원했다. 낮이나 노을이 질 때쯤 트랜짓 카페에 방문한다면 무척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주문한 건 오키나와 빠에야(1,380엔)와 갈릭 버터 소스를 곁들인 그릴 비프(1,630엔), 그리고 칵테일(670엔)까지! 다 먹을 수 있었냐고? 물론! 나만을 위한 힐링 여행인데, 내가 먹어보고 싶은 건 다 먹어봐야지~ 히히! 혹시 모를 배탈을 위해 소화제도 든든히 챙겨왔지!
*주소: 오키나와현 나카가미군 차탄정 미야기 2-220 沖縄県中頭郡北谷町 宮城2−220
*영업시간: 화 ~ 금 오전 11시 ~ 자정 / 토~ 월 8시 ~ 자정
*인스타그램: transitcafe_chatan
힐링만점 오키나와 여행코스,
내일이 기다려지는구나!
아이고~ 많이 먹긴 했군... 배가 터질 것 같구나~! 한 시간 정도 느긋하게 식사를 한 후 나왔더니 시간은 10시 반. 바닷길을 따라 좀 걷다 들어갈까 했지만, 주변이 제법 어두웠기 때문에 포기, 숙소로 돌아와 소화제를 챙겨 먹고 내일의 일정을 점검한다. 내일은 코우리 섬과 세소코 섬에서 느긋하게 지낼 예정이다. 내일도 낼 모레도 오키나와 구석구석을 실컷 돌아다닐 예정!!! 룰루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