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심포니 오브 라이트’로 대표 되는 화려한 조명의 마천루, 또는 ‘홍콩 누아르’ 영화 속 어둡고 차가운 모습 등 도회적인 분위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도심에 국한된 것일 뿐, 서울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홍콩에서는 ‘빌딩 숲’을 조금만 벗어나면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진짜 숲’을 만날 수 있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느끼는 데 두 다리만큼 좋은 방법도 없을 터.큰 준비 없이도 부담 없이 나설 수 있는 홍콩의 하이킹 코스를 따라 도보 여행을 계획해 보자.
1979년부터 1996년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주도 아래 정비된 홍콩의 하이킹 코스는 카오룽 반도와 홍콩 섬 내 전원 공원과 자연의 신비를 마주할 수 있는 명소들을 연결하고 있다.
이들은 도심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고, 각 코스가 구간별로 나뉘어 있어 자신의 체력과 시간에 맞추어 구간을 선택해 걸을 수 있다.
PATH가 소개하는 홍콩의 대표 하이킹 코스와 추천 코스를 통해 도시의 화려함과 자연의 소박함이 공존하는 홍콩을 만나보자. 그럼 신발 끈 단단히 매고, 출발!
걷는 여행인 만큼 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등산화나 워킹화를 준비하자. 풀밭을 걷다 보면 다리에 상처가 나거나 모기에 물릴 수도 있으니 되도록 긴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겠다.
땀을 배출하고 체온을 유지해 주는 기능성 옷을 입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걷는 도중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작은 우산이나 우비도 챙겨가자.
에너지를 채워줄 음식도 잊지 말자. 하이킹 코스 안에서는 가게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콜릿, 바나나 등 간편히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 간식을 챙기고, 물이나 이온음료를 준비해 틈틈이 수분을 보충하자.
산속에서는 기상 변화가 빠르니 날씨를 꼭 체크하도록 하자. 또한, 가장 짧은 하이킹 코스가 50km인 만큼한번에 코스 전체를 도는 것은 어렵다.
오랫동안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하이킹 코스의 일부만 걷는 것으로 계획해 보자. 하이킹의 목적이 '끝까지 도달'이 아닌, '즐거움‘임을 명심, 또 명심하자!
홍콩을 이루고 있는 땅 중에서 가장 큰 섬인 홍콩 섬, 이 홍콩 섬의 서쪽에서부터 동남쪽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홍콩 트래일은 1985년에 만들어진 하이킹 코스로, 총 8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홍콩 트래일은 특히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하이킹 코스이다. 도심의 빽빽한 마천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망대부터,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적, 시야가 절로 트이는 듯한 바닷가 풍광 등, 홍콩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장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긴 하지만, 코스의 끝 무렵엔, 어느새 불어온 남중국해의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준다.
이처럼 전망이 탁월한 대신, 홍콩 트래일은 다른 트래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늘이나 쉴 곳이 부족한 편이다. 본격적으로 길을 걷기 전, 충분한 간식과 더불어 모자나 비옷 등을 준비해 날씨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구간 안에는 야영장이 없으므로, 해가 지기 전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내려온 뒤, 다음날 이어서 걷는 방법으로 정복해 보자.
Section 1. 빅토리아 피크 - 폭푸람 저수지
Victoria Peak - Pok Fu Lam Reservoir
길이 : 7km / 소요시간 : 3시간 / 난이도 : 중간
'도심 속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코스로, '피크 트램'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피크의 정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진 - 루가드길]
홍콩 시내 고층빌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가드 길(Lugard Road)을 지나면 울창한 나무숲의 할렉 길(Harlech Road)이 나온다.
[사진 - 폭푸람 저수지]
내리막길을 따라 최초로 홍콩에 조성된 저수지인 폭푸람 저수지(Pok Fu Lam Reservoir)까지 가 보자.
[사진 - 홍콩 트래일의 오솔길]
MTR 센트럴(Central)역 근처에서 피크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 정상까지 올라가거나, MTR 홍콩(Hong Kong)역 D번 출구 근처 익스체인지 스퀘어 버스 정류장에서 15번 버스를 타고 피크 갤러리아에서 내리면 된다.
Section 8. 드래곤스 백
Dragon’s back
길이 : 8.5km / 소요시간 : 6시간 / 난이도 : 어려움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길이 '용의 등’을 걷는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코스로, Time 지 아시아판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도시 하이킹 코스'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굽이굽이 산길을 걸으며 아름답기로 소문난 남중국해의 탁 트인 해변을 감상해 보자.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은 힘든 여정에 대한 훌륭한 보상이 될 것이다.
MTR 샤우케이완(Shau Kei Wan)역 A3 출구 근처 샤우케이완 버스 정류장에서 9번 버스를 타고, 토테이완(To Tei Wan)에서 내린다. 섹오 길(Shek O Road)에 하이킹 코스 입구가 있다.
홍콩 트래일의 출발점이자 피크 트램의 종착점인 빅토리아 피크는 빌딩숲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트램 정류장이 있는 피크 타워에는 전망대와 세계적인 스타들과 똑같이 생긴 밀랍 인형을 전시한 ‘마담 투소 박물관’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오래 걸을 수 없는 가족을 동반한 여행자라면 빅토리아 피크를 한 바퀴 도는 형태인 '피크 서클 워크(The Peak Circle Walk)’를 따라 걸어보자. 주민들에게 조깅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자,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이다.
홍콩 섬 남쪽에서 시작해서 바다를 건너 카오룽 반도 신계(New Territory)까지 세로로 연결된 윌슨 트래일은 홍콩 대표 하이킹 코스 중 가장 늦은 1996년에 조성되었다. 윌슨 트래일은 구간 대부분이 산속에 있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Section 5. 샤틴 패스 - 카오룽 저수지
Sha Tin Pass - Kowloon Reservoir
길이 : 7.4km / 소요시간 : 2시간 30분 / 난이도 : 쉬움
이 코스는 맥리호스 트래일과 윌슨 트래일,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하이킹 초보라면 비교적 쉬운 코스인 윌슨 트래일을 따라가 보자. 이 길을 따라가면 신도시인 샤틴(Sha Tin) 지역과 홍콩에서 가장 높다는 타이모 산 (Tai Mo Shan), 바늘 언덕(Needle Hill)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카오룽 반도의 전경을 보고 싶거나, 홍콩의 상징과도 같은 사자 바위(Lion’s Rock)를 따라 걷고자 한다면 맥리호스 트래일 5번 구간을 선택하자. 단, 난이도는 윌슨 트래일보다 높다.
Hill)역에서 하차, 택시를 타고 샤틴 패스 촌(Sha Tin Pass Tsuen)의 Lion Pavilion 정자에서 내린다.
Country Park
전원 공원(Country park)이란 자연 보호와 더불어 시민들의 일상에 자연을 가까이 두기 위해 조성된 공원으로, 캠핑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들이 전원 공원 안을 지나가게 되어 있어, 하이킹을 한다면 따로 찾아가지 않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카오룽 반도와 홍콩 섬을 통틀어 총 24개의 전원 공원이 있는데, 윌슨 트래일은 이 중 홍콩에서 제일 높다는 타이모 산(Tai Mo Shan)이 있는 ‘타이모 전원 공원’을 포함, 8개의 전원 공원을 지나가는 코스이다. 울창한 홍콩의 산 속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전원 공원 안에 마련된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지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