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텔스닷컴 Feb 28. 2019

촉촉히 젖은 잿빛 도시, 런던 거리 따라 걷기

런던 여행코스, 런던 여행후기, 영국 런던 여행

Strand, London


우아하게 솟은 커다란 시계탑과 자그마한 탑처럼 쌓아 올려진 거대한 다리. 거리 곳곳에 서 있는 빨간 전화 부스와 도심을 가르는 이층 버스. 무뚝뚝하지만 세련된, 고풍스럽지만 아기자기한. 


런던이라는 도시는 그런 묘한 이중성을 지닌 채로 늘 머릿속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초월적 공간이었다.  



Tower Bridge Road


상상과 이야기로 점철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은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현실 속 장면이 되어 나타났다. 이상의 도시에 발을 딛고, 숨결을 공유하는 그 순간은 너무나 짜릿하면서도 사실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비현실적인 순간이어서 오히려 자못 평온한 상태로 침착하게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글, 사진 : 윤뉴)





런던에서의 여정은 여행이라기보단 좀 더 일상적인 자연스러움을 받든 그런 하루하루를 만들어보고 싶은 심정이 컸다. 가장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곳이었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깊은 구석의 내면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정처 없이 북적북적한 인파 속에서 터덜터덜 거리를 걸어보기도 하고, 한적한 동네의 일상적 틈바구니에 끼어 아무렇게나 드러누워보기도 하며 그렇게 사는 것, 그게 이곳 런던에서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Charing Cross Road


햇살이 잔잔히 비치는 거리엔 북적한 인파로 활기가 넘치는데, 힐끗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칙칙한 먹구름이 언제든 빗방울을 떨굴 수 있다는 기세로 뭉게뭉게 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까랑한 가면을 쓰고 있는 새침한 이 런던이라는 도시의 매력 중 하나다.


이곳 런던에서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날씨 따위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의 여정엔 항상 바람막이와 가벼운 외투가 손에 들려 있게 되었다. 여느 흔한 런던er의 일상처럼. 



Trafalgar Square


언젠가 늘 타보고 싶었던 빨간 이층 데크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아 새초롬하게 두리번거리며 몇 개의 신호등을 건넜을까. 버스는 어느덧 우릴 번잡한 광장에 데려다 놓았다. 트라팔가 광장은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광장인데, 내셔널 갤러리부터 광장 양쪽의 거대한 분수로 이어지는 계단은 사색과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트라팔가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피카딜리와 버킹엄 궁전, 동쪽으로는 코번트 가든, 북쪽으로는 소호, 남쪽으로는 빅벤, 런던아이 등 런던의 랜드마크가 즐비한 웨스트민스터 구역으로 이어진다. 



Charing Cross Road


우리는 트라팔가의 내셔널 갤러리 뒤편으로 난 채링크로스 로드를 따라 오래된 거리로 향했다. 채링크로스 로드는 런던에서도 알아주는 서점 거리인데, 이곳의 유난히 많은 서점들 중에서도 낡고 빛이 바랜 고서적으로 켜켜이 쌓인 작은 서점에 발길을 붙잡혔다. 아주 오래된 서점인데, 빼곡한 책장으로 가득 차 작고 비좁은 통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의 틈새만 유지한 채 수많은 서적을 쌓아두고 있었다.


혹시나 소장하고 싶은 희귀본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낡은 책들 틈새를 파고들어 보았지만, 아쉽게도 내 품에 안긴 녀석은 없다. 



Charing Cross Road


채링크로스 로드를 따라 걷다 보면 거리 곳곳의 작은 골목골목마다 자잘하고 특색 있는 상점 거리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오래된 골동품을 취급하는 엔틱 샵들은 꽤나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Antique shop
Antique shop


우리도 우연히 작은 골목에 접어들어 오래된 악보나 지도 등의 특수한 고서, 번쩍이는 은제 식기와 자잘한 장식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을 여럿 마주했다. 이곳 거리에서는 딱히 무언가 소비하지 않아도 누구나 유리 너머로 짧게나마 눈요기를 할 수 있다. 



London Bridge


칙칙한 하늘이 무심코 내려앉은 템즈 강가를 걷는다. 런던 시내를 흐르는 템즈강은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런던을 동서로 가로지르는데, 서쪽에서 흘러 들어와 동쪽의 북해로 빠져나간다. 시내 전반에 걸쳐 흐르는 강물은 런던브릿지, 밀레니엄브릿지, 타워브릿지 등 유명한 교량을 세우고 런던의 은은한 경치를 형성하는데 한몫 단단히 기여하고 있음엔 틀림이 없다. 



Bankside


하루 정도는 정처 없이 강가를 따라 걷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강물은 찰나의 단조로운 빛깔의 변화에도 시시각각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에, 늘 새로운 감정으로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잔잔히 흐르는 물가 주변에는 신기하게도 늘 한적하고 풍요로운 골목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나직이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자잘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뚜벅이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이다.  



Borough Market


템즈강을 따라 밀레니엄 브릿지와 런던 브릿지 사이를 잇는 뱅크사이드를 빠져나오면 그 끝엔 지친 발걸음을 달래줄 큰 시장이 하나 있다. 버로우 마켓이라고,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중 하나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현지인들의 장바구니를 책임지는 재래 식품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물론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길가에 빼곡히 늘어선 먹거리 장터에서 갓 구운 신선한 베이커리 등의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며 맛볼 수 있는 덕분에 여행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다. 비싼 물가와 먹을 것 없기로 소문난 영국 여행 중 흔하지 않게 풍족함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Oxford Street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런던의 거리는 또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완벽히 다른 도시가 된다. 번쩍이는 네온사인으로 가득 덮인 거리는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린 듯 우중충했던 낮의 잿빛 이미지를 탈피하고 화려하게 생기를 내뿜는다. 



Big Ben


더욱이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빅벤과 런던아이가 자리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거리는 빛나는 야경과 함께 모든 이들의 이목을 독차지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템즈 강의 운치를 등에 업고 우뚝 솟은 시계탑은 이곳을 찾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London Eye


다리의 끝을 향해 두어 번 반복해 걸으며 깊어가는 밤을 못내 아쉽게 흘러 보낸다. 자비로운 웨스트민스터의 야경엔 비록 런던아이와 빅벤뿐일지라도 그렇게 런던의 거리는 완벽한 밤이 된다. 그리고 우리 걷기 여행의 솔찬한 이야기도 어느새 밤하늘에 사르르 녹아내린다. 





런던의 아름다운 거리 사이,

감성을 간직한 멋진 숙소를 원한다면 <클릭>







모녀가 함께하는 다른 여행기가 보고 싶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알프스의 만년설 자락을 타고, 스위스 기차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