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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Sep 20. 2018

아트리움 호텔

도시화의 부작용과 호텔 상품

아트리움 호텔의 탄생


1800년대 후반 자동차의 사용이 보편화되고 이를 지원하는 도로망이 구축되면서 도심의 고소득 계층은 조금 더 넓고 쾌적한 교외 지역에 그들만의 거주지를 만들어 도심을 떠나갑니다. 그리고 도심부의 오래된 주택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해온 사람들과 해외에서의 이민자들로 채워집니다. 이러한 거주자의 변화로 도심 지역에서의 세수가 급격하게 감소했고 도심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 정부들은 치안 유지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며 미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미국의 군수 산업은 전후에도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의 총기 소비를 부추깁니다. 누구나 자유로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었고 밤이 찾아온 대도시의 도심부 여기저기에서 총성이 들리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도심부에 거주하는 이들은 밤이 되면 문을 꼭꼭 걸어 잠그었고 객지를 찾아 호텔에 머무는 이들은 밤에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포트먼(John Portman)이 조지아텍을 졸업하고 애틀랜타에서 건축설계 실무를 시작하던 1950년대 미국의 대도시들은 이처럼 탈도심에 따른 급격한 도심 공동화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대형 마천루들이 가득 메운 도심부는 밤이 되면서 교외의 주거 지역으로 빠져나간 사람들로 인해 텅 빈 유령의 도시처럼 변했고 슬럼가에서 흘러나온 범죄자들과 갈 곳이 없는 노숙자들만이 거리를 배회했습니다. 다른 여느 건축가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건축가 포트먼 또한 이처럼 활기를 잃어가는 도심부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아이디어에 골몰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애틀랜타 도심부의 재생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 피치트리 센터(Peachtree Center)의 설계 의뢰가 들어온 것은 그가 설계한 애틀랜타 도심부의 ‘머천다이즈 마트’가 개장하고 4년이 지난 1965년이었습니다. 머천다이즈 마트를 통해 쇠락한 도심부의 재생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그에게 애틀랜타 도심부의 핵심 지역을 다시금 활성화시키고자 의도된 대규모 복합용도 개발 프로젝트의 설계권이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피치트리 센터 전경


하지만 이전까지 그는 호텔을 설계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반면에 피치트리 센터의 개발 계획에서 호텔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슬럼화 된 도심부를 재생하기 위한 선결 조건 중 하나는 밤에도 이곳 도심부에 평범한 사람들이 넘쳐나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잠시 이 도시를 찾은 외지인들로 하여금 이 도심부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치안이 형편없었던 도심부에 대형 호텔을 건립하고 외지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사실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외지인들에게 위험한 도시라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오명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이곳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업무가 끝난 후 잠깐이나마 지역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이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색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포트먼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도심의 가로에 등을 돌리고 거대한 빌딩 블록의 내부에 안전한 인공적 가로와 광장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중세 유럽의 도시들에 위치한 저택들에서 자주 보이는 중정(patio)의 개념을 차용하여 발전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존 도시의 맥락과는 단절되어 들어선 이 새로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른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포트먼은 정글과 같은 도심의 가로에 등을 돌리고 내부 지향적인 인공의 광장과 가로를 만들어낸 것에 더해 비나 눈과 같이 항상 사람들이 모이는 데에 방해가 되는 자연적 요인으로부터의 자유로움 또한 확보함으로써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이 거대한 빌딩 블록 내부에 형성된 가로와 광장들을 거대한 유리 지붕으로 덮어 씌웁니다. 아트리움(atrium)으로 불리는 이 내부의 가로 및 광장은 마치 외부의 실제 가로인 것처럼 자연광이 들었고 비나 눈처럼 자유로운 활보를 방해하는 요소들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빌딩 블록에 위치한 오피스에서 업무를 마친 사람들은 저녁이 되면서 같은 블록 내의 호텔 아트리움에 모여들었습니다. 이곳에는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음악과, 위협적이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더군다나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들은 안전하지 않은 도심부에서의 숙소로 향하는 교통편을 고민할 필요 없이 이 광장을 둘러싸고 솟아있는 호텔 객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이 호텔이 애틀랜타의 도심부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아트리움 호텔, 하얏트 리젠시(Hyatt Regency) 호텔입니다.

하얏트 리젠시 애틀랜타는 결과적으로 슬럼화 된 애틀랜타의 도심부에 활력을 다시 찾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비슷한 문제들로 고민하던 미 전역의 대도시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이 도시들은 아트리움 호텔의 개념을 앞다투어 복제하고 재생산했습니다. 맨해턴 최대 규모의 호텔인 ‘매리엇 마르퀴스 타임즈 스퀘어’ 또한 이 무렵 포트먼에 의해 설계된 초대형 아트리움 호텔의 대표적인 사례들 중 하나입니다.


하얏트 리젠시 애틀랜타 호텔의 아트리움


아트리움 호텔로 인해 다시 활기를 찾게 된 구도심 지역은 이곳을 떠나갔던 상인들과 주민들까지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밤늦게까지 활기를 잃지 않는 호텔의 아트리움은 외지인들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또한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갔고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 도심으로 돌아오는 이들을 위해 인근에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습니다.


게다가 1970년대 말에 발생한 오일쇼크는 자가운전에 기반을 둔 미국 중산층들이 통근에 소요되는 교통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교외 주거 지역의 발전과 함께 교외의 단독주택 단지로 이주해갔던 이들은 매일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데 소용되는 교통비를 절감하기 위해 다시 도심의 고층 아파트로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따라 교외의 쇼핑센터로 이주해갔던 상인들 또한 이들을 따라 도심의 쇼핑몰로 옮겨오게 됩니다. 이들의 귀환으로 인해 이제껏 고전해 왔던 도심의 지방정부는 필요한 수준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필요한 수준의 치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트리움 호텔의 성과와 한계


사실 도심의 가로로부터 등을 돌린 내부 지향적 거대 빌딩 블록은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족적인 거대 빌딩 블록들은 더욱 거대한 도심 내에서 하나의 섬으로서만 존재할 뿐, 주변의 도시 맥락과는 전혀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애초의 의도대로 공동화된 도심을 재생하는 데에는 성공하게 되지만 도심 전체가 활기를 되찾게 되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아트리움 호텔은 폐쇄적인 방해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트리움 호텔이 생겨나던 당시만 해도 건물 외부의 도심 가로는 무법지대나 다름없었지만 이제 도심의 가로는 적정한 수준의 치안이 확보된 곳이었습니다. 즉 더 이상 사람들의 행위가 실내로만 국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 셈이었습니다.

또한 실내에 만들어진 거대한 단일 공간은 이의 유지 및 보수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했습니다. 거대한 공간의 냉난방을 위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고 비효율적으로 길어진 동선으로 인해 호텔의 운영 비용은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호텔을 포함하는 빌딩 블록의 규모가 더욱 거대해져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상품으로써의 호텔은 객실이라는 요소를 기반으로 합니다. 오늘날 객실이 상품의 주축을 이루는 제한적 서비스나 선택적 서비스 호텔은 물론 매출에서 객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덜한 전반적 서비스 호텔에서도 공급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객실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객실에 더 많은 수요를 끌어들일 것이냐 하는 문제는 단순히 객실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객지에서 안락한 숙박을 원하는 수요자는 쾌적한 객실은 물론 업무 전 양질의 아침 식사나 업무 후 지인들과의 즐거운 저녁 식사를 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호텔에 머무르기를 원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수익의 주축이 아닌 식음료 시설이 실제로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데 있어서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으며 객실과 비객실 부분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트리움 호텔은 객지를 찾은 이방인들이 안전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필요 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부가적인 욕구들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여 더 많은 수요를 객실로 끌어들이고자 했던 시도였습니다. 이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 지출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이들을 객실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텔 상품의 공급자는 비핵심적 요소들에 대해 외부의 자원을 활용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지는 반면 사업의 리스크가 증가하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수익성이 좋은 객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식음료는 인근 레스토랑 등을 활용하는 전략의 경우 시장이 좋을 때에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습니다.

반면에 치안 등의 이유로 주변의 레스토랑들이 활성화되지 못할 경우에는 투숙객이 편안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없게 되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아트리움 호텔은 주변의 환경과 무관하게 이러한 부분들을 호텔 내에서 해결토록 함으로써 고객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호텔이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던 것입니다.


대도시의 치안 문제들이 사라져 가면서 아트리움 호텔이 퇴색되었지만 여전히 자족적 초대형 호텔들이 필요한 경우들은 존재합니다. 대규모 국제 행사들이 개최되는 컨벤션 호텔이나 대형 카지노와 연계된 호텔들에는 여전히 아트리움 호텔의 형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컨벤션 호텔의 경우 설령 일 년 중 절반을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더라도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는 동안에는 그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규모가 필요합니다. 카지노 호텔의 경우 게임을 즐기던 고객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건너 편의 호텔로 이동해야 하거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아 헤매는 번거로움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대규모의 자족적인 시설이 필요한 호텔들에서 아트리움 호텔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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