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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Nov 01. 2018

마이너의 NH 인수전

태국 브랜드의 스페인 브랜드 인수

스페인 호텔 잔혹사


스페인의 북서쪽 프랑스와의 접경 지역 나바라(Navarra)에서 태어나고 자란 카탈란(Antonio Catalan)은 30세가 되던 1978년 '나바라의 호텔들(Navarra Hoteles)'이라는 의미의 NH를 설립하여 호텔 위탁운영 및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젊고 혈기가 왕성했던 카탈란은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열정적으로 회사를 키워갔지만, 회사가 커갈수록 최대 주주였던 COFIR와 의견 충돌이 잦아졌습니다. 결국 그는 19년이 지난 1997년, 자신이 보유한 NH의 주식을 모두 시장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물론 자식과 같은 회사를 남의 손에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카탈란은 이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자본을 축적합니다. 그리고 NH와 마찬가지로 호텔 위탁운영 및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는  AC를 설립했습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AC는 카탈란의 이니셜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중저가 호텔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였고 회사의 지배구조 또한 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특유의 에너지로 AC 또한 가파르게 성장시켜 가지만 유럽을 휘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AC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됩니다. 결국 그는 AC를 2011년 매리엇에 매각하고 AC by Marriott의 총괄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Antonio Catalan


한편, NH 또한 AC 못지않게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는데 1999년에는 이탈리아의 호텔 브랜드 졸리(Jolly)를 인수했고, 2000년에는 네덜란드의 호텔 브랜드 크라즈나폴스키(Krasnapolsky)를 인수했으며, 2002년에는 독일의 호텔 브랜드 아스트론(Astron)을 인수했습니다. 2007년 무렵이 되어서는 유럽과 남미 지역 21개국에 341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NH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경영진의 교체가 잦았고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NH는 기업 사냥꾼들의 지속적인 표적이 되어야 했습니다.


NH 인수전


중국 자본이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기 시작하면서 2014년에는 NH의 최대 주주가 COFIR에서 하이난항공(HNA)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는 기미를 보이는 중에 외화의 급격한 유출에 우려를 보이던 중국 정부가 자국 자본의 해외 투자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특히 2016년 중국 정부가 HNA를 포함한 다섯 개 기업에 대하여 정밀 조사를 벌이고 이듬해 이들에게 해외 투자를 회수하도록 지시하자 NH는 또다시 기업 사냥꾼들의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스페인의 경쟁사인 Barcelo였습니다만 NH 이사회는 이들의 헐값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이후 NH의 인수에 가장 진지하게 접근했던 곳은 태국의 호텔 투자 및 브랜드 회사였던 마이너 인터내셔널이었습니다. 이들은 투자의 목적으로 이미 NH의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브랜드를 유럽으로 확장하고자 지분을 51~55%까지 늘리려는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마이너는 2018년 5월 오션우드(Oceanwood)의 지분 8.6%를 192백만 유로에 인수하여 NH 지분을 9.7%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6월 HNA의 지분 25.2%를 619백만 유로에 인수하여 NH 지분을 34.9%까지 늘렸습니다. 그러나 주주들에 대한 개별 접촉을 통해 원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나머지 지분 65%에 대하여 1,640억 유로를 공개적으로 제안하며 인수를 마무리하고자 했습니다.


마이너의 COO인 Dillip Rajakarier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던 마이너의 전선에 불의의 일격을 가한 곳은 미국의 하얏트였습니다. 하얏트는 7월 NH 이사회에 인수 의향이 있다는 서한을 제출했습니다. 물론 주주들에 대한 공개서한이 아니라 이사회에 비공개로 전달된 서한이기 때문에 제안한 금액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이후 전개된 마이너와 하얏트의 논쟁을 보면 하얏트의 제안 금액은 마이너보다 높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하얏트는 이미 최대 주주의 지위와 이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던 마이너를 돌파하지 못한 채 제안을 철회하게 됩니다. 결국 10월 26일 NH 이사회가 마이너의 지분 94.1%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면서 다이나믹했던 인수전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격동의 호텔 산업


2017년 기준으로 마이너는 158개의 호텔에 20,209실의 객실을 보유한, 객실수 기준 세계 68위의 호텔 브랜드사입니다. 한편, NH는 380개의 호텔에 58,926실의 객실을 보유한 세계 27위의 브랜드사입니다. 마이너는 NH의 인수를 통해 538개의 호텔에 79,135실의 객실을 확보하게 되면서 단숨에 세계 23위의 브랜드사로 올라서게 됩니다. 아시아계 호텔 브랜드들 중에 2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7개 브랜드사들 뿐이고 일본의 토요코인이 28위에 겨우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태국 브랜드의 약진은 모두의 허를 찌르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이너가 그동안 쌓아온 구력을 생각하면 NH가 끝은 아닐 것 같습니다.


반면 10월 부티크 호텔 브랜드들인 알릴라(Alila),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 조이드비버(Joie de Vivre), 톰슨(Thompson), 토미(Tommie)를 한꺼번에 인수한 하얏트는 미국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있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브랜드사들에 비해 직접 보유한 자산의 비중이 높은 하얏트는 이들을 매각하여 브랜드를 확장해가던 중에 상당한 내상을 입은 셈입니다. 다만 여전히 우량한 자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하얏트가 이들을 매각하여 확보하게 될 자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주류 시장에 편입되지 못했던 유형의 호텔들이나 시장들을 표방하는 브랜드들, 특히 하얏트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 겹치지 않는 브랜드들을 인수하여 확장을 가속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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