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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Nov 02. 2018

기후변화와 호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호텔 산업

자연환경과 천연자원은 사실 미래 세대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당장의 풍요로움을 위해 그들의 자산을 가져다 써왔고, 산업 구조가 고도화된 선진국들은 뒤늦게 산업화를 거쳐가는 개발도상국들의 미래 자산을 가져다 썼습니다. 그러나 실제 그 자산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는 미래의 세대들과 개발도상국들은 사실 그러한 수탈을 인지했거나 용인했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들을 대변하는 일부에게 지금 당장 모두가 누리게 될 풍요로움이 마치 구원의 손길인 양 내밀어졌을 것이고 그 일부의 정치적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 것입니다. 마치 대항해시대 제국주의의 재현인 듯합니다만, 뒤늦게나마 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리우회의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114개국 정상들과 185개국 민간 대표단들이 모였습니다. 정상들은 유엔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CED)에 참석하고 민간 대표단들은 지구환경회의(Global Forum 92)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이 모여 논의한 것은 '인간과 자연환경 보전 경제개발의 양립'과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물로 UNCED에서는 리우선언, 의제21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산림원칙을 채택했고 Global Forum 92에서는 지구헌장, 세계민간단체환경협약을 채택하였습니다.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1992)


1992년 6월 리우회의에서 채택되어 1994년 3월 발효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은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 현황에 대한 보고서 작성,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정책의 수립과 실행,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권고를 주요 내용으로 참여 국가들을 3개 그룹으로 분류하여 차별화된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먼저 Annex I에 속한 43개 국가들은 UNFCCC의 주축이 되는 국가들로 협약 내용에 대한 철저한 이행과 후속 세부 조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의무를 부여받았습니다. Annex II에 속한 24개 국가들은 Annex I에 속한 국가들 중 상당한 경제력을 보유한 OECD 국가들로 Annex I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한 지원 의무를 추가로 부여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1993년 가입 당시 Non-Annex I 국가로 분류되었지만 1996년 OECD에 가입하게 되면서 Annex I 국가들과 같은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교토의정서


1997년 12월 UNFCCC의 회원국들이 일본 교토에 모여 제3차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를 개최했습니다. 논의의 주제는 Annex I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로 명문화된 목표는 온실가스, 특히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2년까지 1990년의 5.2% 이상 감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원국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남는 쿼터를 거래할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도(Emission Trading)와 자국의 기업이 타국에 투자하여 얻게 된 감축분을 자국의 실적으로 인정받도록 한 공동이행제도(Join Implementation) 및 청정개발제도(Clean Development Mechanism)를 제도화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3위인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감축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으며, 2위인 미국은 이에 반발하여 2001년에 탈퇴했으며,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캐나다 또한 벌금을 피하기 위해 2011년에 탈퇴했습니다. 1990년에서 2000년까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세계 12위, 1990년에서 2005년까지 배출 증가율 OECD 1위에 해당되던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그룹에 포함되어 중국이나 인도와 마찬가지로 감축에 대한 의무를 공식적으로 부담하지 않고 있으나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0%를 감축하기로 선언한 바 있습니다.


한편, 2011년 12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COP에서 회원국들은 교토의정서의 기한을 2017년까지 연장하는 것과 미국 및 중국 등 의무 면제 국가들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의정서를 2020년까지 도출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COP에서 교토의정서의 기한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 캐나다가 합의를 거부했고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감축 대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 존재하며 미국은 교토의정서 자체에 대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리협정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COP가 개최되었습니다. 2주에 걸친 협상을 통해 회원국들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했습니다.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협정은 장기적으로 '평균 기온 상승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를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교토의정서와 달리 Annex I 국가들 뿐만 아니라 UNFCCC의 195개 회원국 모두에게 이러한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다만 감축의 목표는 각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설정하여 제출한 목표(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를 수용하도록 했으며 그에 대한 이행도 국제법 상의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7%를 감축하겠다는 INDC를 2015년 6월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회원국들은 2020년부터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다시 제출해야 하며 이행에 대해서도 5년마다 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호텔 산업과 기후변화


여행 관련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5%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21%가 호텔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호텔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하여 1% 정도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셈입니다. 전 세계 GDP에 대한 호텔 산업의 직접 기여도가 3%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죄책감을 가질 정도는 아니지만 호텔 산업이 인류 공통의 노력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Green Hotel World는 다양한 호텔 예약 채널들과 연동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친환경 호텔을 예약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호텔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박에 26.6kg씩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Hotel CO2는 개별 호텔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호텔 산업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은 사실입니다.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온 수익 구조 전반에 대한 조정을 요하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강한 동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수 있는 에너지 비용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열 발전 설비를 자체적으로 구비하는 호텔은 그나마 적극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뱀부인다 우붓처럼 적극적으로 패시브 리조트를 표방하는 경우 또한 존재합니다. 물론 아직은 실험적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적극적인 사례가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의외로 호텔 산업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구의 환경 문제 또한 자유무역과 국가 간 분업체계가 만들어낸 불균형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통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여 움직여야 ㅎ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모두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부분은 이러한 불균형의 해소에 있어 획일적인 잣대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업화의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갖는 다양한 국가들이 획일적인 시간 프레임에 따라 움직이도록 강요하는 것은 일부 국가들로 하여금 자국 내에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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