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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Aug 11. 2018

뱀부인다 우붓

호텔 산업의 친환경 어젠다

온타리오 예술대학에서 보석 세공을 공부한 하디(John Hardy)는 1970년대 중반 세계 각지를 돌던 중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통적인 보석 세공 기법에 매료됩니다. 그는 이곳에 머무르며 인도네시아의 전통 보석 세공 기법을 배웠고 1975년 아내와 발리에 존 하디 보석점(John Hardy Jewelry)을 오픈하며 인도네시아에 정착했습니다. 작은 보석점으로 시작한 그의 보석 세공 사업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보석 세공 기법과 서구의 현대적인 보석 세공 기법을 융합시킨 상품으로 빠르게 커나갔습니다. 1999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보석 디자이너인 베다리다(Guy Bedarida)의 합류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홍콩에서 데농쿠르(Damien Dernoncourt)를 영입하여 회사의 경영을 총괄토록 하면서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사업이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던 2007년 하디 부부는 영국계 사모펀드의 지원을 등에 업은 데농쿠르와 베다리다에게 회사를 넘기고 돌연 회사를 떠납니다. 사실 데농쿠르가 합류한 이래로 하디 부부는 경영 일선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였습니다. 한편 이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보석이 늘어갈 때마다 수익의 일부를 할애하여 인도네시아 전역에 대나무를 심어왔던 하디는 2006년 고어(Al Gore)의 ‘불편한 진실’을 접한 이후 환경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던 교육 컨설턴트 왝스텝(Alan Wagstaff)을 만나게 되면서 삶의 전환점이 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바로 거대하게 성장한 그의 보석사업을 매각하여 친환경을 주제로 하는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하디 부부는 왝스텝의 도움을 얻어 2008년 발리에 그린 스쿨(Green School)을 설립하게 됩니다.


한편 하디 부부는 2005년 자바섬의 전통 신혼집들 중 비교적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열한채를 발리로 옮겨와 전통마을의 형태로 복원하고 여기에 그들만의 친환경적 스타일을 가미해 새로운 유형의 숙박시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숙박시설은 뱀부인다(Bambu Indah)라는 이름으로 2007년부터 일반 여행객들을 받기 시작합니다. 리조트의 모델이 된 전통 신혼집들은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인 대나무를 기본적인 구조체로 하여 지어졌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리조트 내에서 재배된 유기농 식자재들을 활용하여 조리된 음식들이며 수영장은 자연적인 연못처럼 자체 정화 시스템에 따라 수질이 오염되지 않도록 조성했습니다. 물론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은 발리의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여 하디 부부가 직접 디자인한 것들이었습니다.


Bambu Indah Ubud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여행 산업 자체에 가지고 있는 시각 자체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호텔 산업이 친환경 산업이기에 가장 어려운 산업군들 중 하나라는 의견을 여러 매체를 통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특정 지역을 잠깐 찾을 뿐인 여행객들은 대형 호텔에 묵으며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대량의 폐기물을 남겨둔 채로 떠나가는 일들을 반복하면서 결국 그 지역을 망가뜨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뱀부인다를 통해 그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에너지의 소비와 인공적인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지역적인 특수성이나 독특한 자연환경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던 듯합니다.


여느 글로벌 브랜드와 달리 별다른 마케팅 플랫폼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뱀부인다는 일반 여행객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후 시장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소셜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연 친화적이면서 발리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비교적 잘 담아내고 있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감안하면 향후 다양한 복제 재생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품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환경보호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들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가해자의 입장에 서는 사업들과 달리 이러한 이슈들에 있어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접근 방법으로 대중의 호응을 지속시키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뱀부인다가 호텔 사업 자체로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사업계획들이 혁신적인 상품의 출시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가치사슬의 창안을 통해 완성되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뱀부인다가 시장에 선보인 상품의 혁신적인 포지셔닝에 비해 향후 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복제 재생산 해갈 것인지 아직 명확해 보이지는 않는 것이 한계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지속적인 가치사슬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면 환경 문제에 대해 민감한 여행객 수요군을 확실하게 포획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상품과 함께 시장에 내어 놓아야 했을 것입니다. 물론 존은 뱀부인다를 지속적인 호텔 사업으로 가지고 가기보다 환경과 관련한 자신의 화두를 시장에 명확하게 선언하기 위한 도구로서 호텔을 활용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회성 목적이었다면 뱀부인다는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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