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온도
공항에 부모님을 내려드렸다.
따뜻한 봄날이었다면 덜 짠했을까.
볼 때마다 작아지고 굽어지는 등이 추운 날씨에
더 애처로워 보였다.
그 순간은 엄마 아빠가 내 자식 같고 내가 그들의
부모가 된 심정이었다.
차 트렁크에서 무겁지도 않은 작은 캐리어를 서둘러 내리는데, 등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 어.. 너 그거 무거워서 안돼. 아빠가 하면 돼. 얼른 나와” 하시며 내 손을 잡아끄신다.
아빠의 손은 따뜻했지만 이제 노인처럼 가느다란 뼈마디가 만져지는 낯선 손이었다.
내가 아빠 손을 이렇게 오랫동안 안 잡아봤었나.
아부지 연세가 정확히 팔순이시다.
그에게 나는 아직도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 작고 여리고 어린 딸이었다.
영영 이별이 아닌데 아쉬움이 서러움으로 바뀌면서 눈물이 났다.
부모 앞에서 자식은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 걸까.
공항으로 오는 차 안에서 팍팍한 속내를 털어놓은 게 잘못인 거 같다.
평소 아이들 앞에서처럼 대범하고 털털하고 강인하면 좋으련만…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맘이 급해진 아빠는 내 이름을 부르시며
“운전하면서는 딴생각하면 안 돼. 결국 모든 건 바른대로 돌아오는 거야”
얼른 들어가시면 좋으련만 한사코 게이트 앞에서 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드신다.
나도 자식을 둔 엄마라서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짐작이 됐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자식에게 든든한 산이 되어 주고 찬란한 지혜가 되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창문을 내리고 나도 손을 흔드는 찰나 아빠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는 우리 딸을 믿는다고.
이번에도 걱정을 끼쳤다.
매번 그들에게 빚을 지는 기분이 든다.
그 무거운 빚을 갚을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또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