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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진을 보다가

화산같은 붉은 핏덩이
쌔근한 숨은 거친 파도 같고
갸릉거리는 옹알이는 마치 가냘픈 돛하나 단 배
연신 두 팔을 휘저으며 버둥,
생명에 대한 강한 열망이
얼굴 위를 울그락불그락 오르내린다

그러면 나는 꼭 안아주었다
나 또한 어설픈 생명이지만
나보다 더 연약한 너를 꼭 안아주었다
티끌보다 작은 나는
그래도 나의 온기를 너에게 주려
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너를 꼭 안아주었다
무엇도 줄 수 없지만
무엇보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뜨거움이라
더 힘주어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너는 또 내게 언젠가 웃어주었다
티끌보다 작은 나에게.
화산같은 붉은 핏덩이, 그 속에
내가 준 온기를 고스란히 담은채.

보잘 것 없는 나에게 경이로움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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