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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Jun 10. 2021

모든 요일은 여행이다

김지혜 (아워플레이스 나무집 호스트)

혼자 하는 여행, 김치러버, 자연 소리 모으기, 일출, 일몰, 배철수 음악캠프, 사색, 끄적이기, 줄리아로버츠, 내가 찍는 모든 것들, 비디오, No Plastic!



그녀를 만나기 며칠 전,


그녀의 블로그에서 써있는 단어들을 보며 김지혜 호스트의 취향을 짐작해보았다.


아마도 환경을 중요시 여기고 아날로그를 사랑하며, 핫플레이스 보다는 추억이 깃든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리라.


보통은 상대방과 친해지고 나서 그의 집에 초대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관계는 정 반대였다. 아워플레이스를 통해 수 많은 뮤직비디오와 스냅 촬영이 진행됐던 집이기에, 이미 그녀의 집이 내 집 마냥 익숙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익숙한 집에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김지혜 호스트를 만나보니, 예상대로 그녀는 집을 꼭 닮아있었다. 오래된 나무 벽과 파란 카펫, 책장 위의 카메라와 화분에 꽂혀있던 피규어까지.. 사진으로만 보던 정겨운 집의 풍경은 김지혜라는 사람 그 자체였다.



공간을 공유하는 것

저희 부부가 정말 원했던 일


“예전에 프라하에 있는 한인 민박 집에서 스태프로 3개월간 일한 경험이 있어요. 그 때의 기억이 좋아, 내 공간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죠. 작년 1월에 퇴사를 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는데 마침, 화곡동의 45년 된 단독주택에 살면서 집을 촬영 장소로 공유하는 어르신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어요. 정년퇴직 후 아워플레이스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시다는 이야기에, 저희 부부는 동시에 바로 이거다! 외쳤어요. 남편과 작년 한 해 동안 제일 잘 한 일은 아워플레이스를 시작한 것이라고 지금도 종종 이야기해요.”



세월이 느껴지는 것들이 좋아요


“신혼 집을 왜 이렇게 오래된 집으로 골랐는지 묻는 이들이 가끔 있어요. 저와 신랑은 이게 좋아요. 새로 지은 아파트보다는 낡았지만 세월이 깃든 집이 마음이 편하달까요?


오래된 사물 뿐 아니라 오래된 옛 친구들을 좋아해요. 새 것은 왠지 내 것이 아닌 것 같거든요.

지금의 집에 뭔가 새로운 것을 추가하거나 덧입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는 큰 욕심 없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고, 저희 부부의 신념이 담긴 공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요.”



김지혜 호스트의 말대로 이 집에는 값비싼 가구나 트렌디한 소품은 없지만, 공간이 지니고 있는 오랜 세월과 그 시간을 존중하는 호스트가 만나, 나무집만의 고유한 향과 색이 형성되었다. 많은 제작진과 게스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아워플레이스의 스테디셀러 공간, ‘나무집’에서 탄생한 뮤직비디오가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기억은 왜곡되지만 기록으로 남긴 것은 진실하다고 생각해요. [지혜 레코드]라는 이름으로 SNS에 제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손으로 직접 다이어리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아워플레이스는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기록하는 수단이에요. 매번 다른 사진 작가와 감독님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집을 촬영해 주신 것을 보면 평소에 내가 알던 집이 아닌 완전 다른 집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많은 뮤직비디오가 저희 집에서 촬영 되었지만, 최근에 다녀가신 한동근님의 방문은 의미가 남달랐어요. 신랑이 결혼식 때 축가로 한동근님의 ‘그대라는 사치’를 불러줬었거든요. 촬영을 마치고 싸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어요.”



방문객들에 대한 김지혜 호스트의 배려심은 냉장고 옆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방명록을 통해 잘 드러난다. 이 곳에서 한 번 촬영을 했던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들은 호스트의 친절함과 감성 가득한 공간의 매력에 푹 빠져 또 다른 촬영을 위해 재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김민철 작가의 책 [모든 요일의 여행]을 좋아해요. 모든 요일의 '의'를 '은'으로 바꾸면 제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되더라고요.


‘모든 요일은 여행’이다.


먹고 사는게 전부인 일상에 여행이란 단어를 붙이는게 좀 억지스럽지만 어느 날이든 여행하듯 설레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에디터의 후기]


지혜님께서는 인터뷰 BGM으로 노팅힐 LP를 틀어주셨다. 나무집의 감성과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지혜님은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 장난스러운 말투로 즐겁게 인터뷰를 진행하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을 나올 때에는 냉장고에서 사탕과 젤리를 한 주먹 꺼내 손에 쥐어 주셨다. 드릴게 없어서 미안하다며 다음에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씀하신 지혜님.
저 언제 가면 될까요? (밥 한 번 먹자는 말에 집요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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