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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Sep 22. 2020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슬기로운 심리방역의 자세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굿바이 블랙독> 옮긴이.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굿바이 블랙독> 옮긴이.

요즘 코로나19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일명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이 우울증은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일상의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더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우울증은 혼자서 감당하지 말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이겨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다음은 채정호 교수님과 <굿바이 블랙독> 출간에 맞춰 코로나 블루와 재난 시 심리방역에 대해서 들어봤습니다.   







Q. 코로나 블루가 많아지는 원인은? 


몸과 마음이 지치면 우울감이 높아진다.  ▶ 그림 <굿바이 블랙독> 중에서

1.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

기본적으로 코로나는 감염병으로 대상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자신이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몸은 긴장되고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계는 활성화됩니다. 그러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정신적•신체적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불안 상태는 몸과 마음의 소진을 야기하고, 그것은 바로 우울로 연결됩니다.
 



2. 뉴스, SNS 등 정보 과잉 스트레스


사실 코로나19는 감염력은 높지만 치명률 자체는 높은 편은 아닙니다. 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기저 질환이 심각하지 않다면 설사병에 걸린다고 해도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쁜 소식에 더 예민합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나쁜 이야기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들으면 쉽게 분노가 치솟기도 합니다. 또 물리적 거리두기 등으로 경제활동을 우려하는 소식들을 듣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소식에 대한 예민함이 지속되면 대체로 우울로 연결됩니다.


운동은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그림 <굿바이 블랙독> 중에서

3. 물리적 거리두기 등 일상 활동량 저하  


미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대체요법 중 하나가 ‘운동’이었습니다. 운동이야말로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물론 우울증이 심해지면 무력감과 동기 저하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움직일 수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애써 조금씩이라도 움직인다면 아주 심각한 우울증 상태까지 이어지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금세 우울해집니다. 교도소에서 가장 가혹한 처벌이 독방에 가두고 운동을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가 오래되면 우울증이 촉발됩니다.
코로나19처럼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사람들의 활동이 부쩍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다면 줄어든 활동량만큼을 대체할 만한 움직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한다든지, 사람들이 적은 시간대에 야외활동을 하면서 부족한 활동량을 보충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Q. 코로나 블루에 특히 더 취약한 사람은?


불안이 높을수록 우울해질 확률도 높다.   ▶그림 <굿바이 블랙독> 중에서

평소 불안과 걱정이 많은 분들이 코로나 블루에 특히 더 취약합니다. 불안과 걱정은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듭니다. 실제로는 아직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됩니다. 자신이 전염병에 걸렸을 때를 상상하면서 그에 따른 힘든 과정을 미리 겪습니다. 그러는 사이, 과도한 에너지를 쓰면서 쉽게 지치고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특징적으로 ‘회피’라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불안과 걱정이 너무 싫어서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회피의 수단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선택합니다. 감염을 피하려고 아예 활동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우울증에 더 쉽게 빠집니다. 활동은 회피하고 걱정을 많이 할수록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Q. 코로나 블루에 효과적인 심리방역은?


생각을 많이 하고 활동은 적게 할수록 코로나 블루에 더 쉽게 빠집니다.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려면 이와 반대로 해야 합니다. 즉 활동은 늘리고 생각을 적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물입니다. 즉 움직이는 물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생활은 갈수록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무엇이든 해결되고 연결되는 편리함 덕분입니다. 하지만 편리할수록 움직임은 적어집니다. 전염병의 불안 때문에, 그리고 생활의 편리함 때문에 움직이는 활동을 줄인다면, 이것은 당연히 우울증을 촉발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은 행동도 알아차리면서 움직이기


자신의 작은 움직임을 충분히 느껴보는 것으로 시작해봅니다. 예를 들어 걷기를 할 때, 발이 땅에 닿는 느낌, 팔의 흔들림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자세를 어떻게 취하고 있는지 그 작은 관심만으로도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몸을 안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좀 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봅니다. TV를 시청할 때 다리를 계속 번갈아 올리거나 컴퓨터 작업도 서서 하기, 스쿼팅 자세를 자주 하기, 누워서 다리 올리기 등 일상적인 움직임을 많이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어떤 움직임이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생각을 줄이기고 감각을 높이면 우울증을 줄일 수 있다.   ▶ 그림 <굿바이 블랙독> 중에서

생각보다는 감각에 집중하기   


생각을 줄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미 ‘생각의 노예’여서 그 생각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감각에 집중하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오감, 즉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 등 최대한 자기 감각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것이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껴보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소위 음미의 능력이 높아지면 생각에 빠져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명상은 불안과 우울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림 <굿바이 블랙독> 중에서

이 순간을 만끽하기 - 명상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에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뇌가 생각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즉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이어서 다른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여기서는 전환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생각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보는 것! 지금 이 순간을 감각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감각에 집중할수록 불안과 걱정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명상도 이런 방법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마음을 집중하고 그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불안과 우울에 시달릴 때 명상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평안함을 준다.  ▶그림 <굿바이 블랙독> 중에서

물리적으로는 거리두기,
심리적으로는 연결되기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가장 중요한 심리방역은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사실 요즘처럼 불안하고 우울할 때는 타인을 멀리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친밀한 관계들과 적극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만나지 못해도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전화 안부를 나누고, 아니면 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우울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신이 믿는 절대자, 대자연, 하늘, 별, 해, 달 등 자신이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우울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타인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갖게 됩니다. 연민의 마음이 강화되면 세상 모든 것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치유와 회복은 이런 심리적 연결감을 통해서 완성됩니다.




지금
그 어떤 최악의 상태에 있더라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일이다.

- 매튜 존스톤, <굿바이 블랙독> 중에서 



내 안의 우울과 이별하기 <굿바이 블랙독> https://c11.kr/hz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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