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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Dec 04. 2020

걱정, 불안 때문에 글을 쓸 수 없다는 어느 저널리스트

「창의력 코칭」

앤드류는 언론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영국의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뉴스를 진행했고, 대중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기사를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지금은 책을 쓰기 위한 시간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해 런던대학교에서 펠로우십 과정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책을 쓰지 못했습니다.        

                                  

앤드류의 행동은 아내를 힘들게 했습니다. 하루는 A라는 책에 대해 열의를 보이며 아내에게 그 책 이야기를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그럼 아내는 "좋은 것 같아요. 당장 써 보세요."라며 남편의 사기를 북돋아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그는 A라는 책을 내팽개치고 다시 B라는 책에 대해 열성을 보였고, 아내에게 열정적으로 또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다시 다른 책에 열정을 보이며 쉴 새 없이 아내에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말했습니다.



앤드류는 저에게 연락했고 우리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가 73가지의 집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누군가가 이미 책에 쓴 이야기였고,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A라는 아이디어는 B라는 결점이 있고, C라는 주제는 D라는 문제가 있고, E라는 소재는 F를 제외하곤 나름 괜찮아서 G로 보완할 수 있지만 H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것 같아'라는 식이었습니다. 결국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아이디어가 새로 떠오르는 순간, 조바심을 내며 현재 작업 중인 것을 내팽개치고 새로운 것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얼마 뒤 우리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앤드류는 저를 처음 본 순간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널리스트의 특유의 계산된 행동인지, 아내의 강요에 떠밀리듯이 저를 만나서인지 아니면 원래 걱정이 많고 불안을 쉽게 느끼는 성향인지 궁금했습니다. 얼마 동안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고, 그러면서 점점 핵심 문제에 접근해갔습니다. 




▷창의력 코칭 : 오늘은 어떤 책을 쓸 예정이세요?
▶앤드류 : 영토 분쟁 중인 섬들에 대해 쓸 참입니다. 세상에는 영토 분쟁 중인 섬이 230개나 됩니다. 
창의력 코칭 : 그 이야기로 당신이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뭔가요? 대중들이 영토 분쟁 중인 섬들에 흥미를 느낄까요?
▶앤드류 : 맞아요. 대중의 흥미를 끌기는 어렵겠죠. 그렇다면 양봉 숭배 의식에 관한 책이 더 낫겠네요. 벌에 관한 새로운 연구 자료도 많이 발표되었고, 벌을 키우는 데 좀 특이한 형태가 있잖아요.

                                        

저는 미심쩍은 듯이 눈동자를 돌리자 앤드류가 말했습니다.


▶앤드류 :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군요. 호소력 없는 주제라는 걸요. 그럼 이건 어때요? 별난 곳에서의 별난 직업. 타이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에 사람들을 치유하는 의식을 행하는 어떤 사람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


저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창의력 코칭 : 군가는 분명히 분쟁 중인 섬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할 겁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벌에 관한 책을 진심으로 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섬, 벌, 불타는 옷, 모두 집어치워요.


앤드류는 제 눈길을 피했습니다. 저는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앤드류 : 실제로는 게이가 아닌 동성애자인 것처럼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영국의 중산층 도시가 배경이죠. 사실 제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 아, 모르겠어요.


앤드류는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는 다시 이야기를 멈추고 제 눈을 피했습니다.


창의력 코칭 : 지금 말한 아이디어로 책을 쓰세요.
▶앤드류 : 예? 뭐라고요?
창의력 코칭 : 
지금 말한 내용을 책으로 쓰라고요.
▶앤드류 : 저는 당신이 직접적으로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어요. 상담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프로이트 식의 상담을 기대했거든요. 선생님은 제가 이 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창의력 코칭 : 그래요. 앤드류, 당신은 책을 쓰기 위해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이제 뭔가를 쓰기 시작하면 돼요. 좋은 책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아예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겠죠. 당신은 자신을 시험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요. 자기 자신을 시험해보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에 1분도 전념하지 못했죠. 당신이 제게 들려준 여러 아이디어 중에 방금 말한 것이 가장 좋아요. 내용도 가장 풍부하고 진실하게 느껴져요. 당신이 제 말에 동의한다면, 이게 바로 당신이 쓸 책이죠. 동의하세요?
▶앤드류 : 음... 그렇다고 해두죠.
창의력 코칭 : 당신은 지금 책을 쓰기 시작해야 해요. 책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글을 써서 확인해야 해요. 단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한 시간 동안 계속 앉아 있어야 해요. 당신이 느끼는 불안도 처리할 수 있어야 해요. 불안이 당신의 머릿속을 빠르게 돌아다니도록 그냥 놔두면 안 돼요. 지금 바로 글을 써야 해요."





창의력 코칭 : 어떤 작가 지망생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불안을 다루죠. 책을 쓰면서 또 다른 책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면 책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겠죠. 다른 예비 작가들은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사이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하지요. 마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책에 관한 모든 아이디어를 다 털어놓으니까 실패작을 쓸 기회조차 없겠죠. 이런 방법은 효율적이지 못해요. 이렇게 해서는 책을 완성시킬 수 없고 실망, 절망, 그리고 우울증만 생길 뿐이에요. 당신은 쓸모없어 보이는 책을 비효율적으로 집필하면서 생겨난 불안을 없애려고 지금껏 애써왔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는 여태껏 주제 바꾸기로 자신의 불안을 달래 왔던 앤드류에게 불안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호흡 훈련, 명상, 인지행동치료 등, 꾸준히 연습하고 마스터하거나, 아니면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자기 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길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끝낼 때 제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창의력 코칭 : 어떤 책을 쓸 건가요?
▶앤드류 : <호모가 아니에요.>
창의력 코칭 : 그게 잠정적인 책 제목인가요?
▶앤드류 : 지금 막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창의력 코칭 : 훌륭하네요. 이 책을 쓰겠다고 확실히 마음을 먹은 거죠?
▶앤드류 : 네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소지품을 챙겨 일어나며 악수를 했습니다. 앤드류의 표정을 보니 겉으로는 불안이 사라진 듯했습니다. 저는 그가 솔직하게 다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불행한 일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를 너무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이 그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책의 주제를 계속 바꾸는 것 뿐이었습니다. 


창작을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은 불안을 무시하기보다 불안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불안을 감싸 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불안을 다스릴 줄 알게 됩니다.


당신이 삶에서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 알버트 후버


일에서 나만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12주간의 창의력 셀프코칭
<나만 모르는 나의 가능성> 중에서 https://c11.kr/7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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