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주인공 혜준은 집안의 반대와 주변의 무시에도 배우라는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간다. 무명 배우에서 라이징 스타로 우뚝 선 그에게 주변에서는 더 큰 성공을 위한 제안을 시작하지만, 그는 제동을 걸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 이름 없을 때도 나였어.” 스타가 되었든 안 되었든 ‘자기만의 길’을 가겠다는 소신을 굳히지 않는다.
자기만의 길을 말할 때,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 아닌 어느 누구도 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할 만큼 자기만의 길, 자기만의 삶을 열망했던 헤세. 그에게 세계적인 작가라는 영예를 안겨준 《데미안》은 이런 자기만의 길을 향해 방황하고 고뇌하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펼쳐진다. 칼 융의 정신분석에 영향을 받은 후 쓴 첫 작품이 바로 <데미안>이었고,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자기만의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자기만의 길을 열망했던 헤세였지만 사실 그의 인생은 평탄하지 않았다. 열두 살 때 이미 시인이 되고자 결심했던 그는 가족들의 몰이해 속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또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었으며,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으로 화젯거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극도로 예민한 성격과 우울증으로 60여 차례에 걸쳐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혼란과 혼돈의 와중에도 그가 늘 천착했던 것은 자기만의 길, 즉 ‘진정한 자아’였다.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해 그는 피나게 책을 읽었고, 피나게 글을 써갔다.
헤세가 그토록 자아탐구에 열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존엄성과 개성을 가진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치열한 경쟁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헤세가 전하는 자기만의 길은 놀라운 통찰력을 전해준다. 그것은 남들과 경쟁하느라 ‘최고의 나’에 매몰되지 않고, 오직 나만이 살아낼 수 있는 ‘최선의 나’를 향해가는 삶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헤세가 전하는 자기만의 길은 최선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 곧 개성화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헤세적인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가능성의 존재다. 주변을 돌아보면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존재의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가지가 수백 번 잘려 나간다 해도 새로운 싹을 틔울 것이며,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할 것이라는 헤르만 헤세. 오늘도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기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헤세가 전하는 자기 발견의 꿈이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헤르만 헤세 잠언집 <내가 되어가는 순간> https://c11.kr/kc3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