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미쳐도 좋아. 지금까지 없던 색깔들을 보려면. 그게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필요한 거야.” 〈라라 랜드〉의 OST를 듣는다. 〈라라 랜드〉의 여주인공 미아는 새로운 시도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모르지만 그것에 미쳐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노래한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녀는 자기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자신의 길을 가려는 것이다.
헤세적인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가능성의 존재이다. 인간의 본분과 직분은 단 한 가지, 즉 자기 자신에게 가는 길이고, 그것은 실패가 아닌 항상 새로운 시도이다. 배우가 되기 위해 미아가 거듭했던 도전은 그 가능성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헤르만 헤세의 인생은 평탄하지 않았다. 열두 살 때 이미 시인이 되고자 결심했던 소년 헤르만은 가족들의 몰이해 속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고,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었으며 그 자신도 60차례에 걸쳐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런 혼란과 혼돈의 와중에 그가 천착했던 것은 ‘진정한 자아’였다. 그는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해 피나게 책을 읽었고, 피나게 글을 썼다.
헤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길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길은 평탄한 도로도 직진의 길도 아니다. 어떤 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방황하고 헤매더라도 그 길을 찾아가야 한다. 헤세가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말한 것처럼 온갖 인생의 우회로를 가더라도 “너희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토록 내가 되려고 하는 걸까.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기 존엄성과 개성을 가진 ‘나’로 살기 위해서, 그리고 밥 딜런의 노래처럼 인간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하는지 모른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길 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중년의 나는 내면의 나와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겉으로는 별 문제없어 보였지만 나의 내면은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하게 들끓고 있었다. 내 안의 내가 소리치며 말했다. ‘나 좀 쳐다봐!’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어 나를 잃어가는 하루하루가 나를 질식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영혼이 불쌍해서 나는 가던 길을 멈추었지만 불안했다. 나의 내면에서는 내 말에 귀 기울이라고 채근했지만 불안감도 요동쳤다. 그때 헤세가 말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나 혼자서 가야 하고 마지막 발걸음은 혼자서 내디뎌야 한다고. 순간, 내 인생의 결정권은 내가 쥐고 있다는 각성이 섬광처럼 스쳐갔다. 그렇다.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나에게 있었다.
내면을 성찰하지 못하면 불완전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나는 처음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나 자신의 변화를 위해 나의 길을 고집스럽게 찾고 있다. 청춘만이 아프고 힘든 것이 아니다. 청춘만이 방황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방황하는 것이다. 갈지자로 인생을 가더라도 나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가능성은 또다시 열릴 것이다. 내가 내디딘 길의 흔적들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을 만난 당신에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이기를 바란다. 헤세의 글은 우리를 이끌어주는 인도자의 역할을 해주지만, 틀에 갇힌 세계를, 알을 깰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가지가 수백 번 잘려 나간다 해도 새로운 싹을 틔울 것이며,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할 것이라는 헤르만 헤세. 오늘도 나는 나에게 말한다. 길 위에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기를, 길 위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최선의 나를 찾아서 / 헤르만 헤세 잠언집 <내가 되어가는 순간> https://c11.kr/kc3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