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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Feb 20. 2021

이별의 슬픔을 애도하는 법
‘생일’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불의 참사였습니다. 미처 어찌할 수 없이 아들(이자 오빠)를 떠나보낸 가족에게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여전히 가족 곁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차가운 현실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안겨줍니다. 


나도 데려가, 수호야

그럴 때마다 엄마는 처절하게 오열합니다. 남은 가족들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삶의 무기력과 무의미들이 오갑니다. 가족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뾰족하게 날 선 감정은 남은 가족들에게 향합니다. 오해와 갈등은 켜켜이 쌓여갑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 <생일>의 한 장면
영화 <생일>의 한 장면


‘20144월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영화 <생일>


어쩌면 ‘견디고 버티라’는 말은 그들에겐 너무 가혹할 수 있습니다. 가족 각자의 이야기마다 그 절절함이 뚝뚝 묻어납니다. 영화 <생일>은 가혹한 삶의 무게를 남은 자가 감내해야 할 몫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어떻게 애도를 하면 좋을지 알려줍니다. 각자의 슬픔에 허우적대던 이들이 한 이벤트 덕분에 한 앵글 안에 모입니다. 이들을 엮은 것은 세상을 떠난 수호의 ‘생일’입니다.


생일에 수호도 오지 않을까?

아빠가 던진 이 한마디에 가족들은 함께 고통과 슬픔을 겪고 이들과 함께하기로 용기를 냅니다.    


영화 <생일>의 한 장면




떠난 날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없는 사람의 생일을 기억한다는 것


많은 경우 사람이 죽은 ‘기일’을 챙깁니다. 그러나 영화 <생일>의 특별하고 독특한 점은 바로 지금 곁에 없는 사람의 ‘생일’을 챙긴다는 것입니다.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잔치, 참사로 인한 기일은 희생자 모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이지만, 생일은  한 사람의 존재에게 집중하게 만듭니다. 생일을 맞은 개인의 삶을 기억하면서 그와 연관된 각자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각자 가슴속에 숨 쉬고 있고, 아직 우리 곁에 있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수호는 엄마, 아빠, 동생뿐 아니라 생일잔치에 모인 각자의 마음에 고래처럼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루퍼트 셀트레이크가 말했듯이 의례는 과거의 현존입니다. 수호는 그렇게 ‘생일’을 통해서 지금 이 자리에 현존합니다.


“더없이 소중했던 것들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갑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또한 우리를 스친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처럼 어떤 대상과 맺은 관계가 끊기거나 헤어지는 것을 ‘상실(喪失)’이라고 합니다. 어느 정신분석가는 ”인생은 이런저런 잃어버리는 것에 익숙해지고 견디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삶이란 잃어버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는 의미입니다.”

-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본문 중에서


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에세이

채정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https://c11.kr/mf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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