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 에세이
소중한 사람이 곁에 없습니다. 이 기막힌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지만 이 상실의 문제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필수과정입니다. 그것이 죽음이든 사별이나 이혼이든, 아니면 다른 모습의 이별이든 상실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옵니다. 이렇듯 누구나 겪게 되는 상실이지만 그 고통의 시기와 크기는 누구나 같지 않습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블루 재스민>의 주인공 재스민은 상위 1퍼센트의 삶을 영위하는 여성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부와 명성,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 잃고 만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엔 과거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병들고 맙니다. 이처럼 고통스런 상실과 직면하는 순간, 대부분은 ‘사실이 아닐 거야’ ‘말도 안 돼!’‘믿을 수 없어.’ 라며 현실을 부정합니다.
재스민처럼 상실을 겪은 많은 사람들은 심리적 비상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면서 감정이나 행동이 평상시와 다르게 반응하게 되는데 그 심리적 반응을 분노, 우울, 망각, 불안, 중독, 충동, 냉소와 불신 등 7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실 이후 사소한 일에도 자주 화를 내는 화증, 수시로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우울증, 가끔씩 호흡이 가쁘거나 식은땀이 나면서 신체적 이상까지 동반하는 불안증, 괴로움을 잊고자 술이나 쇼핑, 도박 등에 빠지는 중독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재난처럼 충격적인 상실을 겪으면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망각 증세를 보일 수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로까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채정호 교수는 그동안 상실로 인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이들 중에는 상실 후 상처가 깊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마음이 더 단단해진 사람도 있다고 말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그 어마어마한 상실감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슬픔의 통로를 만들고, 그곳으로 상실의 감정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히 슬퍼하고 마음껏 우는 겁니다. 나에게 슬퍼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세요.
말은 밖으로 내뱉는 과정에서 어지러운 감정을 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슬픔의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머리로 슬퍼하는 것보다 말로 슬퍼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속내를 털어놓고 슬픔을 나누다 보면 의외로 많은 고민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떠난 뒤 폭풍처럼 밀려오는 슬픔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 무지막지한 슬픔 앞에서 먼저 내 감정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떠나보내야 합니다. 즉 상실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 상실의 상처로 힘든 내 마음을 정성껏 보살펴주는 겁니다. 이 모든 것에는 ‘시간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바닷가재는 1년에 한 번씩 자신의 껍질을 벗습니다. 자신의 몸이 노출되어 위험할 수 있음에도 과감히 껍질을 벗어버립니다. 껍질을 상실해야만 재생산이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내 상처도 때가 되면 떠나보내야 합니다. 미련 때문에, 상처 때문에, 분노 때문에 마음속에서 누군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면 이제는 잘 떠나보내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나의 삶을 이어가는 겁니다.”
-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본문 중에서
프롤로그 : 슬픔을 마음껏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애도의 말 : 이제, 당신을 떠나보냅니다
1장 상실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소중한 사람이 떠난다면
이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
과거의 상처가 아직도 아프다면
사람마다 치유의 방법이 다르다
* 애도심리 카페 - 슬픔을 위로하는 법
2장 마음의 상처가 남았습니다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분노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우울
우리는 한 번도 이별한 적이 없다: 망각
연락이 안 되면 미칠 것 같다: 불안
술이라도 마셔야 견딜 수 있다: 중독
인생 뭐 있어, 그냥 지르는 거야: 충동
이제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냉소와 불신
* 애도심리 카페 - 과거의 상실을 떠나보내는 법
3장 슬픔을 잘 떠나보내겠습니다
미루지 말고 마음껏 울어야 합니다: 눈물의 힘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합니다: 말의 힘
천천히 떠나보내야 합니다: 시간의 힘
* 애도심리 카페 - 상실 이후를 잘 보내는 법
4장 새로운 나를 만나겠습니다
다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
누군가 내 곁에 있었다는 것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잃어버려도 잃어버릴 수 없는 것
* 애도심리 카페 - 애도편지를 쓰는 법
에필로그 : 그래도 삶은 계속됩니다
가톨릭대 정신과 교수이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마음이 불행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러면서 ‘과연 의학적인 치료가 이들을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다는 진단과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게 옵티미스트 클럽이다. 옵티미스트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해결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행동하는 긍정주의자’를 뜻한다. 옵티미스트 클럽의 수장으로서 그는 매달 정기 모임과 워크숍 등을 통해 감사하는 삶, 더 나아지는 삶, 섬기는 삶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저서로 『퇴근 후 심리 카페』『행복한 선물 옵티미스트』『불안한 당신에게』, 역서로 『굿바이 블랙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