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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Feb 23. 2021

슬픔을 말할 수 있어야 건강하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났지만 가슴속에는 여전히 슬픔이 멍처럼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없이도 행복하게 살자며 아빠를 달래지만, 몸과 마음은 아내를 상실한 그때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 남편이 다시 아내를 만났습니다.

MBC <너를 만났다 2>의 한 장면
MBC <너를 만났다 2>의 한 장면


얼마 전 TV로 방영되어 감동과 화제를 일으켰던 VR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2> 이야기입니다. 비록 VR로 재현된 아내를 만났지만,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을 전심으로 전하며 비로소 아내를 떠나보낼 수 있었습니다. 촬영이 끝난 후 그는 이제 좀 마음이 후련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MBC <너를 만났다 2>의 한 장면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 없다는 것, 이 상실의 문제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필수과정입니다. 그것이 죽음이든 사별이나 이혼이든, 아니면 다른 모습의 이별이든 상실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옵니다. 이렇듯 누구나 겪게 되는 상실이지만 그 고통의 시기와 크기는 누구나 같지 않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채정호 교수는 30여 년간 상실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그는 상실 후 상처가 깊어진 사람과 오히려 마음이 더 강인해진 사람이 있다면서, 이 둘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는 ‘충분히 슬퍼하기, 즉 애도의 능력’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슬픔을 마음껏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탓에 상실의 슬픔을 내내 숨기고 있다가 마음의 병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너무 힘들었지만 주변 사람을 의식하느라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었어요.

많은 사람이 슬픔의 순간을 기억할 때 하는 말입니다.


그만 추스르고 제대로 살아야지!”라는 주변 사람의 한결같은 말에 위축되어 애도의 과정을 억제하거나 건너뛴 채 살아가지 바쁩니다하지만 그렇게 감춰둔 슬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슬픔의 감정은 억누르려 할수록 그 고통은 강화됩니다




어떤 감정이라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감정이란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슬픔의 감정이 움직였다면, 그 감정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야 그 슬픔의 감정 때문에 내가 아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슬픈 감정을 꾹꾹 눌러둘 필요는 없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 오히려 건강할 수 있습니다.


상실을 겪으면서 애써 괜찮은 척하지 말고 지금은 힘들다고 말하면서 슬픔을 표현해야 합니다.


덮어놓은 상처는 더 큰 상처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애도(슬퍼하기)가 더 이상 '약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심리적 건강에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슬픔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입니다.

- 채정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중에서


채정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https://c11.kr/mf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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