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소년기를 관통할 때도 그랬지만 우리 교육은 지금도 여전히 자기돌봄의 중요성을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그냥 혼자서 감당할 뿐이다. 집과 학교에서 이 시기에 필요한 경험 역시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을 모르니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인들 존중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남도 함부로 대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이와 레오가 다니는 필리핀 국제학교는 ‘웰니스’라는 수업을 통해 자기돌봄 과정을 구체적으로 탐구한다. 몸과 마음, 관계 측면에서 세심하고 안전하게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익힌다. 특히 사춘기 몸·마음·관계의 변화, 감정과 올바른 성의식, 정체성, 식습관, 사회문화적 인식과 편견 등 자기돌봄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을 배운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 활발하다. 사춘기 자신에게 닥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조사하고, 토론·발표 등을 통해 삶의 중심을 하나씩 세워간다.
걱정과 불안이라는 감정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적절한 불안이 병적 불안과 어떻게 다른지 배우고,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을 기록·점검한다. 이에 학생들은 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며,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감정을 어떻게 존중하고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지 실습도 한다. 특히 과도한 불안이 야기하는 디지털 중독 등은 중요한 이슈로 다룬다. 부모교육 시간에도 종종 다뤄지는 덕분에 보호자는 청소년기 자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돌봄을 다른 누구도 아닌 보호자인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녀는 그런 부모를 보면서 자연스레 자신을 돌보는 법에 익숙해져간다. 신선미 가톨릭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은 ‘자기 관찰하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게 하고, 자신이 감정과 생각, 행동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자기돌봄은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의 기본이고, 삶의 중심을 구축하는 시작이며, 곧 상호돌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삶을 위한 수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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