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증상을 감정인지불능증Alexithymia이라고 한다. 이것은 감정의 언어를 행동으로 대체하는 증상이다. 불안이나 분노, 슬픔 등 불편한 감정을 근육통, 불규칙한 장운동 혹은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온갖 신체증상으로 대신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문제가 신체증상으로 표현되는 현상을 신체화somatization라고 한다. 우리가 진짜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면 신체화된 언어, 즉 증상으로 표현하게 된다. 마음의 고통을 말할 수 없으면 몸의 통증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결국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수 없을 때, 몸이 대신 아픈 것이다.
울음을 터트리거나 화를 내거나, 외로움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신체화 증상들도 조금씩 완화된다. 몸으로 담아두었던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신체증상도 자기소명을 다하기 때문이다. 증상의 소명은 차단되어 있던 몸으로 의식을 돌아오게 하고, 감정과 접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감정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신체상body image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두 발이 바닥으로부터 견고하게 접지되어 단전에서부터 척추가 세워지고, 눈빛과 안색도 달라진다.
아무리 소외된 몸이라도 아플 때는 처절하게 통증을 감각할 수밖에 없다.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증상으로서 두통을 신체에 살지 못하고 ‘머리 안에 위치한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이때 두통은 마음이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이다.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고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통에 갇혀서 미래의 희망이나 가능성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고통의 조각을 받아들이고 나면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너머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시련을 겪어낸 사람에게는 반드시 살아남은 힘이 존재한다. 살아남은 힘은 살아갈 힘이기도 하다.
건강health의 어원은 온전함wholeness에서 왔다. 온전함이란 몸과 마음이 분열되지 않고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은 몸에서 태어나서 정신을 발달시켜가고, 몸이 건강할 때 정신은 몸에 닻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온전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감각과 감정의 관계를 인식하고, 마음이 몸이라는 집home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