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슬픔에게 자신을 내어준다는 건 몹시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별 후에 겪는 슬픔의 과정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울고, 시원하게 털어놓고, 충분히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 과정이 조금 느리고 때로는 힘들어도 마침내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우는 것이 내게는 좋았으니,
그 눈물이 나에게는 내 친구를 대신하는 진정한 기쁨이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친구의 죽음을 겪은 뒤 쓴 《고백록》의 일부입니다. 그는 친구의 죽음 후 유일하게 위안이 된 것은 ‘울음’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슬플 때 울면 몸속에는 모르핀만큼 강력한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고통의 느낌을 완화해줍니다. 슬픔에도 엄연히 타이밍이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바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듯이 마음이 슬플 때도 미루지 말고 울어야 합니다. 스스로 슬픔의 통로를 만들고, 그곳으로 슬픈 감정들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히 슬퍼하고 마음껏 우는 것입니다. 나에게 슬퍼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는 것입니다.
아내를 잃고 뜻밖의 곤경에 처하게 됐는데,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내가 골칫거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아내의 죽음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마음을 정하려고 있는 모습을 본다.
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싫고 아무 말하지 않아도 싫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은 후 C.S. 루이스가 쓴 글입니다. 수천 명의 청중을 사로잡는 명연설이자 영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었던 그도 아내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고 상실의 고통을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이처럼 슬픔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한없이 약한 존재입니다. 이럴 때는 나의 약함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만 힘들어하지 말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어 말하는 것입니다.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지금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나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상실을 대하는 현명한 태도입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밥을 지을 때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고, 술을 빚을 때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별에도 예외 없이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중했던 사람이 떠난 뒤 폭풍처럼 밀려오는 슬픔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 무지막지한 슬픔 앞에서 먼저 내 감정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떠나보내야 합니다. 즉 나에게 벌어진 상실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 상실의 상처로 힘든 내 마음을 정성껏 보살펴주는 겁니다.
때로 그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더라도 상실의 상처를 대충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내 안에 서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슬픔을 섣불리 억누르지 말아야 합니다. 감정이란 본능입니다. 슬픔이란 감정은 한 치의 오차가 없습니다. 슬픔의 대가를 일시불 아니면 할부로 치르느냐, 그것이 다를 뿐입니다.
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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