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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Feb 04. 2023

트라우마의 고통에도 살 수 있었던 힘은?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세월호 참사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휴대폰에 있는 아들 사진을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리던 어느 어머님이 있었습니다.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유가족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3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살면서 정신적 고통으로 힘든 분들을 수없이 만나 치료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저 자신이 참 무력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잊지 않고 싶었습니다, ‘유가족 곁에 끝까지 함께 있겠다!’ 고통의 현장에서 그분들의 피눈물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다짐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모두가 힘들고 아팠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트라우마 경험자를 살게 하는 핵심은 바로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입니다. 고통은 소외될수록 치유와 멀어집니다. 저희 연구실이 세월호 생존 학생 48명을 대상으로 고통의 시간을 잘 견디게 해 준 주요 요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장 큰 요인으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회에서 누군가 나를 돕고 지지한다는 감각이 있으면, 어떤 끔찍한 사건을 경험하고도 견딜 수 있습니다. 사회적 지지 유무에 따라 사람은 살거나 아니면 나락으로 빠집니다. 따라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고통이 소외되지 않도록, 혼자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도록 서로의 곁을 내주어야 합니다.


은 물리적인 공간인 과 다릅니다. 서로의 마음을 허락하고 열어주는 연결의 끈입니다. 너무나 아프고 힘들 때, 손 내밀어 잡을 수 있는 곁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위로로 다가옵니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으면,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은 빛이 연결되면 큰 빛이 됩니다.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중에서


채정호,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https://c11.kr/19z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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