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은 '일본 우프(WWOOF)'

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당시 나에게는 또 다른 관심사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제주 귤.


현재 제주에서 생산되는 귤이 원래 일본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귤의 본고장인 일본에는 우리가 모르는 귤 상품이나 농법이 있지 않을까? 나는 일본의 귤 생산지인 에히메와 와카야마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귤은 나에게 단순한 과일이 아니었다. 이 땅과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 같았으니까. 그렇게 귤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한 단어를 발견했다.


일본 우프 (WWOOF)


어디선가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건지 몰랐다.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유기농 농장에서 일하며 숙식을 제공받는 방식"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럼, 호주 워킹홀리데이랑 뭐가 다르지? 주변에 워킹홀리데이 다녀온 사람들이 있어서 워킹홀리데이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다. 대부분 호주 농장에서 돈 버느라 힘들었다는 이야기뿐, 호주 문화나 사람들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프는 조금 달랐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었다. 유기농을 하는 농장 중심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나이 제한이 없었다. 지금의 나에게 중요한 조건이었다. 워킹홀리데이는 나이가 지나면 갈 수 없지만, 우프는 언제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 우프는 안전하다는 평이 있었다.


그때 나는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하며 살아보는 방식을 찾고 있었다. 거기에 가장 적합한 게 우프였다. 알고 보니 우프를 운영하는 나라가 생각보다 많았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 그중에서도 내 눈을 끈 건 일본이었다.


일단 가까웠다.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닿는 거리. 게다가 내가 찾는 귤에 대한 답을 알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문화도 비슷한 듯 보였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자주 듣는 말이 있지 않나.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물리적으로는 분명 이웃 나라인데, 우리는 복잡한 감정으로 일본을 본다. 싫어하면서도 일본 여행은 정말 많이 간다. 나는 이런 일본이 궁금해졌다.


일본은 한국과 뭐가 다를까?

우리가 모르는 일본이 있지 않을까?

관광지 말고, 진짜 일본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제주에서 내가 본 건 여행지가 아니라 현지 사람들의 삶이었다. 살아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계절이 바뀌는 속도, 식당에서는 사먹을 수 조차 없는 집밥, 이웃과 나누는 소소한 일상.


나는 일본의 시골 농가에서도 그걸 보고 싶었다.

일본어를 못한다는 건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이미 있었으니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컸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정보가 너무 없었다.


당시 블로그에도, 구글에도 일본 우프에 대한 후기가 거의 없었다. 이럴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 런던 어학연수를 갈 때도 그랬다. 혼자서 인터넷으로 학교를 찾고, 혼자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때도 두려움보다 설레임이 훨씬 컸던 것 같다. 혹시 오해할까봐 내가 종종 말하곤 하는 데, 사실 나는 겁이 엄청 많은 사람이다. 용기? 추진력? 글쎄, 난 그런 거 모른다. 다만, 내 마음이 동하면 일단 저지르고 수습은 나중에 하는 그런 대책없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일본 우프 사이트에 가입했다.

가입비 5,000엔을 납부했다.


결제 완료 화면이 뜨는 순간, 아, 진짜 내가 일본 우프를 가는구나.


누군가에게는 '뭐야, 돈도 내야해?' 라며, 돈이 아까울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낯선 세계로 가는 입장권이자 모험의 시작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건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었다. ‘진짜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나의 열망이 공상으로 끝나지 않게 잡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우프가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늘 그렇게,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 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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