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일본 여행 가면 보통 관광객처럼 무조건 유명한 라멘집에 갔었다. 하지만 일본우프를 통해 관광객이 아닌 일본 사람들이 매일 먹고 사는 일본 밥상의 밥을 먹을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절대 돈주고 사 먹을 수 없는 그들에겐 평범하지만 나에겐 특별한 그 일본 가정식.
첫 번째 우프를 했던 도요우라 집의 식탁은 언제나 단순했다.
밥, 국, 반찬 하나.
처음 이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일본 사람들은 밥, 국, 반찬 한 가지만 먹고 사는구나. 검소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두 번째 우프를 하는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그게 아니란 걸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첫번째 우프하는 집은 가정 형편 때문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어린 아이들이 4명이나 있는 집. 아직은 농사로 벌이가 많지 않은 젊은 부부에게 먹는 것에 돈을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가끔 이 집에는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일주일에 한 번씩 먹을 것들을 한가득 가져오시곤 했으니까.
그래도 난 이 집 밥상이 따뜻했다.
반찬은 집 주변 들판에서 따오거나 밭에서 직접 기른 것들이었다. 집 주변엔 정말 먹을 게 많았다. 직접 키우는 닭이 매일 아침 낳은 달걀로 음식을 해 먹고, 집 주변에 부추, 표고버섯, 아스파라거스도 있었다. 특히 5월 말 도요우라 집 주변엔 두릅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그걸로 두릅 튀김도 해 먹고, 두릅 줄기는 반찬으로 만들어 먹었다.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랄까?
많은 반찬이 없어도 아침마다 갓 지은 흰 쌀밥과 미소시루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이 집은 본질에 집중한 있는 자연 그대로의 밥상이었다.
두 번째 우프를 했던 비에이 집은 일본식 민박집이었다.
식사가 잘 나오는 집으로 제법 유명한 곳이었다. 손님들에게 내어주는 식사가 맛있고 푸짐하다 보니 우리 식사 역시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푸짐했다. 늘 손님들의 식사 메뉴와 우리의 식사 메뉴가 똑같았다. 우리의 식사에도 손님들 식사처럼 정성을 가득 담아서 만들어주셨다.
일본의 아침 밥상은 흰 쌀밥과 미소시루가 기본이다. 고등어구이나 달걀말이 등 한국 반찬과 똑같다.
하지만 이 집 밥상의 특별함은 '환대의 마음'이었다. 밥을 먹을때마다 내가 정말 대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매일 새벽, 호스트는 혼자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침에 커피를 가지러 부엌에 들어가면 늘 요리하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봤다. 손님들에게 내어줄 음식 하나하나의 정성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 지 보고 있는 내가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녀의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아, 이 사람 음식에 진심이구나!'하고 느껴졌다. 이것이야말로 이 집만의 특별함이었다. 그래서 한번 이곳에 머물렀던 손님들은 그녀의 음식을 기억하고 다시 방문하곤 했다.
내가 제주에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계절을 먹고 산다는 거였다. 그 계절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그 계절에 먹는 음식. 일본 가족들과도 마찬가지였다.
비에이에서 6월, 집 뒤편에 할머니와 고사리를 꺾으러 갔다. 제주 5월에 고사리가 한창인데 홋카이도는 제주보다 북쪽에 있다보니 한 달 늦게 고사리가 올라왔다. 일본에서도 고사리를 먹는다는 게 신기했다. 고사리로 장아찌를 담아서 소면 먹을 때 올려 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한국이랑 비슷한 듯, 다른 듯.
그 '다름' 속에 각 집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두 집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끼를 고르라면, "징기스칸"이다.
홋카이도 사람들의 소울푸드라는 징기스칸은 간단히 말하면 양고기 양념구이다. 한국 관광객들도 홋카이도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가 징기스칸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식당이 아닌 집에서 가족들과 모여 앉아 징기스칸을 구워먹었다.
집에서 식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모자처럼 생긴 징기스칸 불판을 꺼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가족들이 집에서 모여 삼겹살 불판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처럼, 징기스칸 불판에 양고기를 구워 먹었다.
징기스칸 판 가장자리에 숙주나물을 깔고, 불판 가운데 양고기를 올리고, 우동 사리를 얹어 고기를 구웠다.
마치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이건 이 가족들이 나를 정말 가족으로 받아들여주는 환대의 마음같았다.
그렇게 일본 농가 밥상을 보면서 각자의 삶의 방식이 밥상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요우라는 본질에 집중한 삶이었고, 비에이는 환대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 각자의 삶이 담긴 '그들에겐 평범하지만 나에겐 특별한 밥상'에 함께 앉았다. 관광객이 아니라, 가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