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편견, 내가 몰랐던 진짜 일본

한국인에게 일본이란 나라는 쉽지 않은 나라이다.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느낌이랄까?

특히 90년대에 초중고를 다닌 내 또래는 학교에서 일본은 나쁜 나라라고 배웠다. 그래서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여전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나라, 전쟁에 대한 반성은 없는 나라. 하지만 한국보다 더 잘살았던 나라. 일본이 싫다면서도 일본 물건이라면 최고로 치는 나같은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한때 나는 "일본은 없다"라는 책에 푹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던 만큼 일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스타벅스 창가에서

일본에 대한 편견이 처음 깨진 건 어른이 되어 3박 4일로 혼자 일본 여행을 갔을 때였다.


갑자기 비가 내려 스타벅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런데 사람들 손에 든 쇼핑백이 좀 특이했다.


'뭐지? 저건?'

자세히 보니 종이 쇼핑백이 비에 젖을까 봐 투명 비닐로 쇼핑백을 비옷처럼 씌워놓은 게 아닌가!


'뭐야? 저 디테일은!'

아니,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그때부터 내가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시선이 하나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디테일을 발견한 그날이후부터.


영국에서 만난 일본 친구가 말해준 일본

예전에 영국에 살 때 한 일본인 친구가 그런 말을 해줬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타운이나 코리아타운은 있지만 재팬타운은 없다고. 그건 일본인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서로 돕거나 뭉치는 경향이 없어서라고. 그러면서 타국에서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각자 자기 나라 사람들끼리 모여 타운을 형성하는 게 부럽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일본 사람은 더치페이가 정확하고, 개인주의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그런데...


우린 가족이잖아

내가 비에이에서 우프를 할 때 호스트와 함께 동네 마트에 간 적이 있었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마트가 궁금하기도 했고, 간식거리를 좀 사려고 따라갔다. 물건을 골라 계산대에 서 있는데, 우프 호스트가 나를 부른다.


"키라, 그거 이리 가져와. 함께 계산하게."

난 아니야, 이건 내가 계산할게, 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며 말했다.

우린 가족이잖아. 그러니 이리 가져와.

그때 나는 심쿵!

아니, 뭐야? 나보고 가족이래!!!


내가 아는 일본인은 개인주의가 강해서 더치페이가 당연한 나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가족이니 함께 계산한다고 하는 거다. 처음으로 '아, 이건 내가 알고있던 일본 사람의 모습이 아닌데' 싶었던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그들은 나를 가족이라 불렀다.

나 역시 가족들과 밖에 나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거나 편의점에 가면 서둘러 가서 미리 계산을 하곤 했다.



결국 사람은 사람이었다.

일본 우프는 그걸 보게 해줬다.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 책을 통해 읽거나 뉴스나 신문을 통해 본 것들로 인해 쉽게 판단하곤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뉴스에 나오는 일본 정치인들 이야기, 한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


뉴스나 책이 아닌 내가 직접 경험한 일본 사람은 한국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사는 여전히 복잡하다. 정치도 그렇다. 하지만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고, 함께 걱정하고, 이야기 나누며 가족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

그렇게 일본에 대한 나의 편견이라는 벽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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