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우프, 호스트 할머니와 함께한 후라노 여행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일본 우프가 끝나기 이틀 전, 호스트 할머니께서 내게 물으셨다.


"키라, 홋카이도에 오면 가보고 싶었던 곳 없어?"


나는 바로,


당연히 있죠!
일본 드라마 <자상한 시간>에 나왔던
카페 <숲의 시계>에 꼭 가보고 싶어요.


사실 내가 비에이 지역을 우프 목적지로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드라마 때문이었다.


홋카이도 비에이와 후라노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홋카이도의 거대한 자연 속에서 '시간'을 통해 서서히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따뜻한 온기의 드라마였다. 게다가 주 배경이 되었던 카페 <숲의 시계>는 정말 울창한 숲속에 있었다.


드라마 제목처럼 정말 자상하고 다정한 시간들이 가득한 드라마였다.


내 대답을 들은 할머니는 다음 날, 집에서 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그 드라마 촬영지까지 나를 직접 데려가 주셨다.


가는 길에 유명한 소바 집에 들러 점심도 먹고, 드라마 촬영지에 나온 그 카페<숲의 시계>에 갔다.


신기하게도 여전히 드라마 세트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드라마 속 카페 <숲의 시계>가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상한 시간> 드라마의 OST가 흐르고 있었다.


'아, 어떻게...' 내가 진짜 그 드라마 속에 들어간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늘 자주 이야기 나눴던 바 자리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아 우린 다른 자리를 앉아야 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 앉았던 손님이 일어나신게 아닌가? 우리는 정말 운이 좋게도 바리스타를 마주보고 바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드라마에서처럼 바에 앉으면 커피 원두와 핸드밀을 줬다. 그럼 나는 핸드밀로 내 원두를 빡빡 갈았다. 그리고 다 간 커피 원두를 바리스타에게 다시 주면 바리스타가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었다.


할머니도 옆에서 함께 원두를 갈았다.

우리는 그때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와 나, 그리고 핸드밀. 나는 잠시 그 드라마 한 장면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드라마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매일 동네 사람들이 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상을 이야기하던 장면들.


그리고 난 그때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몇년 후 비에이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집 벽에 할머니와 찍었던 그 사진이 있어서 깜짝 놀랬다.


할머니와 함께 이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는 와이너리에 잠시 들리자고 했다. 나는 '아, 구경가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내가 와인을 좋아하니 키라 와인을 사주겠다고 이곳에 들른 거였다. 그리고 할머니는 내게 와인을 한병 사주셨다.


호스트 할머니는 나를 정말 가족처럼 챙겼다. 정원에서 잡초를 뽑을때도, 함께 '뻥이요!' 같은 과자를 먹을때도, 집 뒤뜰에 고사리를 끊으러 갔을때도, 온천에서도.


3주 동안 할머니와 함께 모든 일상의 순간을 살았다. 할머니가 왜 나를 데리고 후라노 여행을 제안했는지 나는 안다.


나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3주 동안 함께 일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웃었던 시간에 대한.


하지만 정작 감사한 건 나였다.

할 머니와 함께한 이 여행 자체가 내게는 커다란 선물이었고,할머니 함께했던 시간들이 내겐 너무나 따뜻했다. 그래서 더 특별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우프는 단순히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들과 가족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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