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으로 일본을 여행할 때와 우프로 일본에서 살 때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바로 현지인만 아는 장소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저녁, 호스트 가족들이 나를 동네 작은 이자카야에 데려갔다.
관광 가이드북에도 없는 곳. 무조건 예약만 되는 이 일본 식당은 메뉴판도 당연히 일본어뿐이었고, 관광객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는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듯한 시골 선술집 그 자체였다.
'아, 여긴 관광객은 쉽게 찾아올수 없는 곳이겠다.'
그날 저녁은 호스트의 오래된 동네 친구들과의 회식이었다. 총 10명.
호스트의 친구 두 가족이 우리 가족과 함께 모였다. 50대 부부들이었고, 그중 한 가족은 홋카이도에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분위기는 우리나라 가족 외식과 똑같았다.
호스트가 나를 소개했다.
키라는 한국에서 온 우리 가족이야.
친구들은 신기해하며 이것 저것 물어왔다. 조금 이제 친해졌다 싶었을때 한 일본 가족이 내게 물었다.
"왜 하필 홋카이도 비에이로 우프를 왔어요?"
나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친구와 번역 어플의 도움을 받아 대답했다.
"여행은 결국 장소, 사람, 자연이 핵심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곳을 선택한 것 같아요."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우리는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정말 많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평소 관광객으로 왔을때는 전혀 맛보지 못했던 음식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새로운 홋카이도 사람들의 소울푸드를 발견했다.
바로 라멘 사라다
라멘과 샐러드의 조합이라니! 처음엔 의아했지만, 고소한 참깨 드레싱을 뿌린 이 샐러드는 정말 맛있었다. 이게 진짜 홋카이도 사람들의 소울푸드라고 했다. 징기스칸만 아는 관광객은 절대 모를 맛이었다.
가게 주인은 호스트와 아주 친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관광객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제주에서도 제주 현지인들과 현지 식당에 가면 내가 육지 사람이 아닌 느낌이 들곤 했는데 딱 그 느낌이다. 현지인 찬스로 잠시 현지인이 된 것 같다고나 할까?
그 작은 이자카야에서 이 현지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떠들고 웃다 보니, 나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너무나 편하고 재밌었다.
아직도 그 이자카야의 약간 어두운 듯한 조명과 다다미에 앉아 이야기 나누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 이게 정말 살아보는 여행이구나.'
어떤 날은 호스트 가족들이 나를 비에이 근처 온천에도 데려갔다. 이곳은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 많이 이용하는 유명한 온천이었다. 하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가니 내가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 같은 느낌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천 온천에 몸을 담갔다.
따뜻했다.
물도, 마음도.
물론 비에이 마을 자체가 관광지이다 보니 관광지 식당과 온천이 있었다. 차이는 뭐니 뭐니 해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였다.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는 늘 가격이 저렴하다. 분위기도 시골의 소박한 분위기. 사람들도 순박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그곳에서 나의 정체성이었다.
혼자 관광지에 가면 나는 늘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하지만 호스트 가족과 함께 동네 이자카야에 가고, 온천에 가면 나는 잠시 이 동네 사람들의 일부가 됐다.
우프는 단순히 일본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관광 가이드북에는 없지만, 현지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곳. 예약제 이자카야, 동네 온천, 라멘 사라다.
그곳에서 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 비에이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