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 달 살기 vs 일본 우프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한 달 살기와 일본우프, 뭐가 다를까?

둘 다 '현지에서 한 달 산다'는 건 같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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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첫 번째 한 달 살기

2014년 가을, 발리에서 3개월을 살다 치앙마이로 여행을 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 <수영장>의 배경이 치앙마이였다. 언젠가 나도 치앙마이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한켠에 있었다.


내가 머물던 숙소는 치앙마이 외곽에 있는 반캉왓이라는 예술인 마을 안에 있었다. 태국의 옛날 집을 빈티지스럽게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마을.


난 다음 숙소로 이동을 해야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체크아웃을 하루 이틀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체크아웃하던 날 아침, 숙소 건너편에 있던 북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가게 됐다.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저 북카페만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도 흔한 북카페, 치앙마이에서 까지 굳이 갈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가지 않았었다.


카페 주인 땡모가 며칠 전부터 내가 저 숙소에 머무는 걸 알고 있었다며 우린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내가 말했다.


"이 마을 정말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야."


카페 주인 땡모가 대답했다.


"그래? 그럼 살아보면 되지."


난 그날부터 북카페 2층에서 카페 주인이자 태국 현지인인 땡모와 살게 되었다.

말도 안되는 마법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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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마켓과 빨간 진저숲 트럭

태국 친구 땡모와 넛이 북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나도 그들과 함께 북카페 일을 도왔다. 함께 카페 오픈 준비를 하고, 함께 카페 음료를 만들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가고, 카페 영업이 시작되면 이것저것 잡다한 일들을 도왔다. 쉬는 날엔 카페 인테리어에 쓰일 빈티지 가구를 사기 위해 옆 도시 람팡에 다녀오기도 했다.


정말 많은 추억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새러데이 오가닉 플리마켓이었다.

태국 친구 땡모와 함께 종종 우리는 오가닉 마켓에 갔다. 지금은 한국에도 마르쉐 같은 농부 시장이 인기가 많지만 그 당시 내겐 신세계였다. 농부들이 직접 기른 모닝글로리, 라임, 고수, 오크라, 꿀 같은 것들을 직접 판매하는 곳. 심지어 가격은 정말 저렴하고 신선함은 최상인 이 오가닉 마켓에 가는 게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카페에 사용할 우유를 사러 직접 우유 짜는 곳에 사러 가기도 했다.


저녁에 카페 일이 끝나고 땡모는 나를 치앙마이 시내 뒷편에 서 있던 오래된 작은 트럭(썽태우) 앞으로 데려가곤 했다. 관광객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그 썽태우에서는 바로 진저숲(ginger soup)을 파는 푸드 트럭이었다.(지금은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해졌지만 당시에는 태국어로만 씌어있었다.) 그 빨간 썽태우 트럭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우리는 정말 맛있는 진저숲을 사 먹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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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두 번째 한 달

그로부터 2년 후, 2016년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발리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예전에 치앙마이에 살았던 기억이 떠올라 갑자기 가게 되었다.(참고로 나는 T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에서 만큼은 계획해서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지난번엔 치앙마이 외곽에 태국 옛날 집에서 태국 친구와 함께 살았다면, 이번엔 치앙마이 시내에 고급 숙소에 혼자 살았다. 이 숙소는 1층에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커뮤니티 공간이 있는 고급 숙소였다.


난 언제나 혼자 여행에 익숙한 사람이라 이번에도 혼자 잘 지낼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첫 치앙마이 한 달 살이는 태국 현지인 친구와 함께 살지 않았던가. 두 번째 한 달 살이에서 혼자는 꽤 심심하고 지루했다. 태국 친구들은 각자 새로 시작하는 일들로 인해 바쁜 시기였기에 가끔 밥을 먹는 게 전부였다. 이제 난 그저 장기 체류하는 관광객 같았다.


진저티 트럭도, 오가닉 마켓도, 선데이 마켓도 혼자가니 재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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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의 한 달들

일본 우프를 가기 전까지 발리에서 4번 정도 한 달 살기를 했다.


내가 머무는 발리 숙소는 현지인 가족들이 운영하는 홈스테이였다. 치앙마이에서 태국친구와 함께 살았던 것처럼 일상을 함께 사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은 마을에 큰 행사가 있으면 내게 전통 발리 옷을 입혀서 사원에 데리고 가곤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난 여전히 관광객 시선으로 밖에 즐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기간은 똑같은 한 달인데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느냐 안 하느냐는 일상의 질이 달라질수 밖에 없다.


마트에서 신기한 식재료를 보면 관광객은 '이게 뭐지?' 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있으면 이 식재료 이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지 알 수 있다.


온천을 가더라도 가이드북에서만 읽었던 요령과 주의사항이 아닌 실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직접 볼 수 있다.


발리 홈스테이에서처럼 현지인 가족과 함께하면 관광객보다는 현지인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하지만 우프를 가면 현지인들과 함께 밥 먹고, 일하고, 한 집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진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장기 체류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한 달 살기도 좋다. 하지만 난 진짜 로컬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책에서 읽었던, 영화에서 봤던 그런 삶이 아닌 내가 직접 경험해보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처음 치앙마이에 살았던 그 때 처럼, 태국 전통집에 살고, 태국 농부들이 운영하는 오가닉 마켓에 가고, 태국 현지인들이 즐겨 마시는 진저티 트럭에서 함께 차를 마시는 그런 삶.


일본우프는 그걸 쉽게 할수 있게 해줬다.

관광객은 절대 알 수 없는 현지인들만의 먹거리, 즐길거리, 심지어 그들의 문화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것.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일본 한 달 살기 대신 일본우프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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