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귤을 따러 가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아는 귤밭 주인의 귤밭에 개인적으로 귤을 따러 가는 방법, 두 번째는 귤따는 팀에 소속되어 팀의 멤버로 귤따러 다니는 방법, 세 번째는 인력 사무소나 당근마켓에서 귤따기 알바를 구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처음에 귤따기 선생님의 도움으로 첫 번째 방법을 통해 귤을 따러 다닐 수 있었다. H의 귤밭, H의 친구 귤밭, H의 큰누나 귤밭 등, H의 친인척 귤밭에서 필요할 때마다 나를 불러주면 달려가곤 했다. 비록 귤따기 초보였지만, 일손이 부족한 덕분에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개인적으로 도와드리며 귤따기 경험을 쌓아가던 중, 3개월 후 J언니가 유럽에서 제주로 돌아왔다. '자, 그럼 나도 이제 제대로 제주에서 한번 살아볼까?'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귤밭뿐인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손재주가 좋은 이주민들은 대부분 그림을 그리거나 작은 소품을 만들어 파는 공방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내게는 손재주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 시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때 문득, 제주는 내가 살아본 적 없는 곳이고, 같은 대한민국이지만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선 이곳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한번 겪어보자. 그다음에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지금 당장 귤밭이 가득한 이 시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귤따기'였다.
그래서 나는 집주인 할머니에게 지나가는 말로 '혹시 귤 따러 가실 때 자리가 생기면 저도 끼워 주세요~'라고 말했다. 며칠 뒤, 집주인 할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귤 딸 수 있냐?'라는 짧고도 단호한 질문이었다. 나는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것이 귤따기 팀의 멤버로 합류하는 일인 줄은 전혀 몰랐다.
점심 도시락 싸서 내일 아침 6시까지 위미우체국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귤가방을 챙겨 귤트럭을 타기 위해 위미우체국 앞으로 갔다. 처음 보는 할머니들 틈에 끼여 트럭을 타고 한라산 아래 어느 귤밭에 내렸다. 고개를 들면 바로 눈앞에 한라산이 보이는 중산간 어딘가였다.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귤을 따러 온 것이 신기했던지, 할머니들은 약간의 경계와 어색함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텃세가 심하다고 알려진 제주에서, 귤 따는 일에는 제주 사람이 아닌 육지 사람을 끼워주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나는 귤따기 멤버로서는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육지사람, 그리고 귤따기 초보.
평균 연령 65세, 평생 귤밭에서 귤 따기만 해온 제주 할머니들 사이에서 과연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