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귤밭 농약과 두 가지 마음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 8월 말쯤이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동네 산책을 나섰다. 여기저기서 경운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벌써 귤밭에서 일을 시작한 모양이다.


제주 시골의 여름 아침은 농부들에게 아주 바쁜 시간이다. 9시만 되어도 뜨거운 햇볕 때문에 일하기가 힘들기에 새벽 5시부터 이미 밭에 나와 있어야 한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에 거의 다 왔을 때쯤이었다. 길가 옆 귤밭에서 농약을 치고 있었다. 농약 때문에 지나갈 수가 없어 돌담 옆에서 농약 치는 게 끝날 때까지 멀리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농약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우주복을 입은 것 마냥 머리부터 발까지 노란색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농약 분무기로 귤나무에 농약을 뿌리고 있다. 마치 하얀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것 마냥 농약은 공기 중에 뿌려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귤밭에 농약 치는 걸 볼 때마다 늘 두 가지 마음이 든다.


마음 하나, 아, 더운데 정말 고생 많으시네..... 이런 생각과 함께,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모습에 농약이 눈과 코로 다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


마음 둘, 소비자들은 귤에 농약을 저렇게 많이 하는데 알기나 할까? 결국 저 농약도 소비자 입으로 들어갈 텐데... 사람들은 마트에 포장된 예쁜 귤들만 보았지 귤이 어떻게 자라는지 농약을 얼마나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이 두 마음은 늘 정답이 없다. 힘들어도 농약을 쳐야만 하는 농부와 그 농약 잔뜩 친 귤을 먹어야 하는 소비자.


우리는 어디쯤 서 있어야 할까? 농부의 땀과 우리의 식탁 사이, 그 어딘가.....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5화마을버스 기사님과 삼각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