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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기사님과 삼각김밥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아침 7시 28분. 늘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마을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간다. 내가 직접 운전할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버스를 타기 시작하면서 보게 된다. 그리고 버스에 탑승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관찰하게 된다.


늘 맨 뒷자리에 앉아 밤샘 게임이라도 한 듯 졸고 있는 중학생 남자아이, 제주시에서 서귀포 시골 귤밭에 가는 아줌마, 다른 할머니들과 달리 수영장 가는 멋쟁이 제주 할머니, 그리고 대부분 할머니들은 병원에 가는 듯하다. 할머니들로 북적거리는 버스 안은 읍내 병원 앞에서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하차하니까. 그리고 도서관까지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은 항상 나 혼자다.


그날도 평소처럼 할머니들이 병원 앞에서 모두 내리고, 버스 안 승객은 나 혼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멈췄다. 어? 사고 났나? 뭐지? 하고 밖을 쳐다보고 있는데, 버스 기사님이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잠깐 여기 편의점에서 뭐 하나만 사와도 될까요?" 하고 내게 묻는다. 난 당연히 '네'하고 대답을 했다. 버스 기사님은 급하게 편의점에 들어가서 뭔가를 들고 다시 버스로 돌아오셨다. 버스는 다시 운행 시작.


잠시 후 내 목적지에 버스가 멈춰 섰다. 나는 버스카드를 카드 기계에 대고 내리려는데,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조금 전에 버스 기사님이 편의점에서 사 온 것. 바로, 삼각김밥 2개였다. 아, 식사하시려고 삼각김밥을 서둘러 사러 가셨던 거구나. 괜히 마음이 짠했다. 서둘러 가방 안에 간식거리가 있나 뒤져보는데 하필 오늘따라 그 흔한 약과도 안 보인다.


나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다. 게다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든든하게 먹어야 힘이 나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밥을 못 챙겨 먹는다거나 하면 그게 그렇게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였을까. 버스 기사님이 서둘러 사 오신 삼각김밥 두 개를 보며 마음이 더 짠해졌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따뜻한 밥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삼각김밥으로라도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구나 싶었다.


도서관 가는 길에 괜히 마음이 복잡했다. 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잘 못 먹고 다니는 걸까? 그리고 얼마 전 점심시간에는 마을버스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에 짜증 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제대로 된 식사시간조차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몰랐던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나의 당연함'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 작은 삼각김밥 두 개가 가르쳐주었다.


이제부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쓰는 모두의 수고와 한 끼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부디 모두가 따뜻한 밥을 먹고, 서로의 수고를 배려하며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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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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