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그랑메종도쿄> 3화
사슴을 잡아 요리하는 셰프가 주방 한켠에 있는 불단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사슴을 위해. "우리는 생명을 거두며 살아요." 미네기시가 말했다. "최대한 맛있게 먹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
이 장면은 일본 드라마 <그랑메종도쿄> 3화에 나온다. 수렵육 프랑스 요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최고의 사슴 고기를 구하러 도쿄에서 시즈오카까지 찾아간 셰프 오바나와 린코가, 수렵육 식당을 하는 미네기시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미네기시는 직접 사슴을 잡아 요리하는 사람이다. 그는 살아있는 사슴을 잡아와 사슴 요리를 만들었기에 그의 작업공간 한켠에는 인간을 위해 기꺼이 생명을 내어준 사슴을 위한 불단이 있었던 것이다. "요리사는 생명을 거두기에 맛있게 다 먹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요리사의 존재 이유죠."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화면을 정지했다.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계탕을 먹을 때도,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도, 닭과 돼지가 자신들의 생명을 내어줬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당연하게 먹어왔다. 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이에게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연으로부터 온 식재료가 한 그릇의 음식이 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한 그릇의 음식 앞에서 '아, 이 식재료가 우리에게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거구나' 하고 떠올리게 되었다. 항상 '잘 먹겠습니다.'라고 했던 그 한마디에 이제는 고기를 먹을 때, 생선을 먹을 때, 채소를 먹을 때에도 그 식재료의 우주를, 삶을 함께 먹는다고 생각한다. 한 그릇의 완성된 음식이 되기 위해 누군가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감사하며 맛있게 먹는 것이라는 것을.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걸 이렇게 또 배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생명을 거두며 살아간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생명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 감사하며, 정성스럽게, 맛있게 먹는 것.
그저 먹는 것을 좋아했던 한 사람이 이제는 땅에게, 자연에게, 농부에게, 요리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 그릇의 음식이 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모든 것들에게도, 감사를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