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 먹겠습니다. 라는 말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나는 항상 음식을 먹을 때 앞에 사람이 있든 없든 늘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음식을 먹는다. 당연히 다 먹고 나서는 "잘 먹었습니다" 말을 한다. 부모님이 인사와 예절을 중시하셨기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하며 자랐다.


어느 날, 귤을 따러 갔다. 귤밭에는 아침 8시쯤 아침 간식이라고 해서 아침 식사를 간단히 먹는 시간이 있다. 그때 내가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을 했더니 제주 할머니 한 분이 그러는 거다. 저렇게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꼭 육지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 말고는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안 한 거다. 제주 사람들은 그런 말을 안 한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정말 제주 사람들이 그런 말 한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옆에 앉은 제주 사람인 함께 귤 따는 언니에게 물어봤다. 왜 잘 먹겠습니다 라고 안 하냐고. 그랬더니 원래부터 안 했다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말하기가 어색하다는 거다.


"굳이 그걸 말로 표현해야 하나 싶어서"

아, 그렇구나.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나는 일본 홋카이도에 갔다. 나는 매년 6월이면 한 달 동안 일본인 가족들과 함께 일본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매일 같이 삼시 세끼를 함께 먹는다.


어느 날 우리는 밥을 먹으며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 사람들은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항상 한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일본인 동생이 그럼 한국 사람은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안 하냐고 묻더라. 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안 하지. "진짜? 왜?" 하면서 깜짝 놀라는 거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몸에 배인 당연히 하는 인사였던 거다.


생각해보니 일본 사람들은 스미마셍(실례합니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같은 말이 습관처럼 몸에 자연스럽게 배여 있다.


제주에서는 "굳이 말로 해야 해?"라고 했고, 일본에서는 "당연히 말해야지!"라고 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감사를 표현하긴 한다. "정말 맛있네요!"라고 음식 만든 사람을 칭찬하거나, 다 먹고 나서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 정도는 한다. 하지만 먹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흔하지 않다.


나는 이 말 한마디에 많은 게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에 대한 감사함, 자연으로부터 온 식재료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그것들을 길러준 농부들에 대한 감사함 말이다.


감사함은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보람이 되고, 기쁨이 될테니까.


오늘도 나는 늘 그랬듯 말한다.

"잘 먹겠습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1화완두콩 한 소쿠리, 귤 한 컨테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