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다 보니 정말 다양한 귤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귤 품종 뿐 아니라 비닐하우스, 비가림 같은 귤농사를 짓는 다양한 형태의 귤밭도 보내게 된다. 특히 내가 몇 년 전부터 눈여겨봐 온 건 타이벡 귤.
타이벡 귤은 귤밭에 하얀색 타이벡 천을 깔아 햇빛을 반사시켜 귤의 당도를 올려서 농사지은 귤이다. 귤의 품종 자체는 일반 귤과 같지만, 귤밭에 타이벡을 깔아 당도를 높인 것이다.
타이벡 귤은 당도가 일반 귤에 비해 높기 때문에 당연히 값도 더 비싸고 맛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제주는 타이벡 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타이벡 귤밭을 지날 때마다 답답하다.
저거 저거 흙이 숨 막혀 죽겠다. 흙도 숨을 쉬어야 하지 않겠어?
어느 날, 비 오고 난 후 귤을 따러 갔다. 하필 타이벡 귤밭이었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타이벡 천 위로 물이 고여 있었다. 빗물이 땅으로 빠지지 못하니까. 미끄러져 다칠 뻔했다. 신발이랑 옷이 젖는 건 기본이었다. 귤을 따면서도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걷는데 나이 든 할머니들은 괜찮으실까? 미끄러져서 다치면 어쩌지?
어떤 농부들은 나무 사이에 골을 파서 물이 빠지도록 조절도 한다던데, 글쎄 난 아직 보질 못했다. 그리고 귤 수확하고 나면 저 타이벡은 쓰레기가 된다. 재활용도 안 되고.
얼마 전 귤 농사를 짓는 지인과 귤 농사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지인이 귤 농부에게 말했다.
"너도 귤밭에 타이벡 깔아!"
귤 농부가 대답했다.
"아이고, 그러면 귤밭 죽어요. 흙이 숨을 쉬지 못해서."
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난 그 말을 듣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의 농부라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타이벡 귤은 누구를 위한 걸까? 당도 높은 귤을 원하는 소비자? 더 비싼 값을 받고 싶은 농부?
인간의 이기심으로 흙은 숨을 쉬지 못하는데......
나는 묻고 싶다. 당도 2-3도가 흙이 숨쉬지 못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가? 인간도 지구도 모두 이로운 방법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