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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 지옥과 입덧 서포터 : 7주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하라

by 퇴근은없다

"나 입덧이 이런 건 줄 몰랐어.. 임신 안 할래"


6주 차까지 아내에게 입덧이 없는 줄 알았다. 그저 식욕이 돋아 평소보다 잘 먹는구나 싶어 좋았을 뿐. 하지만 그것도 잠시. 6주 차 끝날 즈음부터 아내는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입덧이 찾아왔다. 미디어에서 임신의 증표로 여겨지던 그것. 80%의 임산부가 경험한다는 바로 그 증상이 우리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입덧은 미디어에서 비치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분명 드라마에서는 밥 먹을 때 헛구역질 몇 번 하고 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은 실제 입덧의 아주 일부분의 불과했다. 임산부에 따라 입덧의 증상은 다양한데 아내가 겪었던 증상은 다음과 같다.


토덧: 구토가 동반되는 입덧. 구역질과 메스꺼움이 심해져서 구토로 이어진다.

속덧: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리는 증상. 속이 계속 불편하고 메스꺼운 느낌이 지속된다.

밤덧: 저녁이나 밤에 입덧 증상이 심해지는 현상이다.


아내가 말로는 심한 숙취가 풀리지 않고 지속되는 느낌이라고 한다. 낮에는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우며, 배가 고파서 새벽에 일어나서는 먹고 토하기를 며칠을 반복하니, 체중이 며칠 만에 2~3kg는 빠졌다. 밥을 차려줘도 두 세 숟가락 밖에 먹지를 못했고. 그나마 게워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숙취는 해장, 술똥 등으로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킬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가 되지만, 입덧에는 마땅한 해법이 없다. 다만 대응을 잘한다면 조금은 괜찮아질 수 있다.


작은 식사 자주 섭취: 허기가 느껴지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입덧은 심해진다. 소량의 음식을 자주 먹어라.

비타민 B6 보충: 일부 연구에서 비타민 B6가 입덧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입덧약 먹기: 안전하다고는 이야기하지만 안전한 줄 알았던 입덧약이 뒤늦게 위험성이 밝혀진 사례도 있다. 그리고 약을 먹으면 잠이 오는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 개인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입덧이 심하지 않은 음식이 있다.


비타민 B6는 이미 영양제로 섭취하고 있고, 입덧약은 가능하면 먹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먹기 위한 시도 자체가 도전이다. 맞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게워냈고, 남은 음식은 모두 내가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밥을 잘 먹지 못해 체중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계속해서 시도를 해야 했다. 평소 좋아하던 월남쌈이나 고기 종류는 입에 대지도 못하고 야채죽도 넘기기 힘든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시도 끝에 입에 딱 맞는 음식들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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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처음으로 발견한 입에 맞는 음식이다. 아내는 차가운 과일은 많이 먹지 못했지만 상온에 보관하는 바나나는 잘 먹었다. 칼로리도 충분해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 계란국: 야채 육수에 국간장만으로 간을 한 계란국. 밤늦게 허기질 때 속을 뜨끈하게 채울 수 있었다. 만들기도 쉬워서 급할 때는 계란국을 끓인다.

- 김치볶음밥: 집에 있는 신김치에 설탕 조금 넣어 들기름에 볶는다. 밥 종류를 그다지 잘 먹지 못했었는데, 생각 외로 잘 먹었던 음식이다.

- 피자: 평소 피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아내이기에 가장 의외였다. 다만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 육류를 많이 먹으면 좋지 않고 하여, 배달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또띠아 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입에 잘 맞아서 요즘 주식이다.


다른 사람들이 임신 기간 중에 괜찮았다고 하는 음식과 아내가 먹고 싶다고 말하는 음식 위주로 시도했다. 평소 잘 먹던 음식보다는 갑자기 당기는 음식이 성공률이 높았다. 다만 임산부도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임산부를 잘 관찰해서 비슷한 느낌의 음식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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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맞는 음식을 잘 찾아서였는지. 아니면 8주차에 접어들면서 가장 심한 시기는 지났는지. 아내는 먹었던걸 게워내거나 새벽에 일어나서 음식을 찾아 먹지는 않게 되었다. 다만 아직도 제때 음식을 먹이지 않으면 다시 어지럽고 울렁거려한다. 그래도 이제 대처 방법을 알았으니 문제없다. 5분이면 계란국 끓일 수 있고. 피자는 밀키트로 준비해 둬서 굽기만 하면 된다.


임신 초기 남편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미션이 입덧 서포터의 역할이다. 먹지 못하는 것만큼 큰 고통도 없다. 오죽하면 입덧이 무서워서 임신하기 싫다는 사람들도 있을까. 이 시기의 입덧 서포터로써 활약한다면 아마 두고두고 칭찬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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