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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원은 순산 : 8주차

심장 소리를 들었다

by 퇴근은없다

임신을 확인하고 2주 후. 두 번째 검진을 위해 산부인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 말씀하신 날이었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했다. 아기는 이제 키가 1.3cm가 넘었다. 약 9주부터 배아가 아니라 태아라고 부른다고 하니 아직 사람은 아닌 것인데, 나는 어서 빨리 사람이 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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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아직 사람은 아니지만 2주 만에 심장이 생겼다. 건강히 잘 뛰고 있다. 진짜 아내에 배 안에 살아있는 생명이 있다. 평소 뛰는 줄 모르던 내 심장이 공명이라도 하는 듯 나댄다. 아기의 심장은 빠르게 뛴다. 심박수가 150 이 넘으니 내 심박수의 2배 정도다. 심장이 2배 빠르게 뛰는 만큼 아기의 시간은 나의 시간보다 두 배는 빠르게 흐를 거다. 여러 장기를 만들고 엄마의 태반과 연결될 준비를 하고, 팔과 다리를 만드느라 아주 바쁘다. 꼼꼼히 잘 만들어서 앞으로 100년은 튼튼하게 썼으면 좋겠다.


아이가 잘 자랄 수 있을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다. 좋은 얘기만 하기도 바쁜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든다. 아직 임신 초기인데 유산되거나 하면 어떡하지. 자폐아, 선천성 심장병, 언청이,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아이가 태어났는데 남들과 조금 다르면 어떡하지. 이런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가기 쉽지 않을 텐데. 나와 아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유해한 요소를 피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마침내 순산을 해서, 아이에게 아픈 곳이 없다면 너무나도 기쁠 거다. 나는 평소 호들갑떨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새해가 되어도 따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새해 소원을 비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럴 때야 말로 바로 새해 소원권을 쓸 때다. 그동안 특별히 바란 것이 없이 스스로 잘 해왔으니 올해는 그 소원권을 다 모아서 꼭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특별히 간절하게 빌어봐야겠다.


알고 있다. 올해 소원이 이루어진 대도 이것으로 끝은 아닐 거라는 사실을. 걱정이 많은 나는 계속해서 걱정할 거다. 임신 중에는 임산부의 걱정이 있고, 신생아에게는 신생아의 걱정이 있다. 3살, 4살에게는 또 나름의 걱정이 있고, 걱정은 초등학생, 중학생, 어른이 되어서까지 끊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잔소리가 이해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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