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군인 할인 행사를 하면
어떨까요? 근처에 경찰청도 있고
주변 식당들도 많이 하는데"
"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냥 전단지만 돌리지 말고 포장용기에
만두를 좀 담아가서
하나 씩이라도 시식을 하게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점심시간을 살짝 지나긴 했지만
주변 가게 들에 비해 조금은 한산한 가게 구석에서
점장과 슈퍼바이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유동인구 많은 오피스 상권의 프랜차이즈
설렁탕집으로 오픈 한지는 6개월
이상된 매장입니다.
가게 앞에는 메뉴에 대한 소개가 잘 드러난
배너와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재료와 맛, 가격까지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주변의 다른 동종 식당에 비해
내부는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매뉴얼대로 접객도 잘 하는 듯했습니다.
설렁탕을 파는 다른 식당처럼
깍두기와 김치는 각자 덜어먹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보통 음식 나오기 전에 김치부터 덜어 놓고
심심하니까 한 점씩 먹어보곤 합니다.
이 집 깍두기는 놀랍게도
가을무의 단맛을 극대화했더라고요.
직장인의 건강을 생각하여
'무염 깍두기'를 개발한 것인가
짠맛이 거의 없는 깍두기라니.
이어서 맛본 김치와 설렁탕은
익히 아는 그 맛이었고
흠잡을 곳은 많았으나
그럭저럭 알고 있는 그 맛 이긴 했습니다.
깍두기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계속 식사를 했고
두 분은 여전히 한 켠에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가게 운영에 보탬이 될
여러 생각들을 궁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그러한 지원을 해 줄 만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프랜차이즈 매장의 장점이겠지요.
다만 진지하게 논의하는 두 분께
한 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이 보세요 들.
깍두기 한 점 드셔 보시고 의논하시죠 '
프랜차이즈 매장의 본사 지원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어떤 매뉴얼에 의해 움직여지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 회사의 슈퍼바이저의 가맹점
지원 매뉴얼에는
'먼저 맛을 봐라'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먹은 깍두기의 맛이
본사에서 정해 놓은 레시피 일 수도 있고
직접 공급하는 깍두기 일수도 있고요.
'당신이 평소에 너무 짜게 먹는 거 아닙니까'
라고 물으신다면
주점 주방보조 경력이 있고,
국민학교.. 아니 초등.. 아니 국민학교 때
애청 프로그램이 '오늘의 요리' 였으며
집으로 친구 부르면 짜장면 시켜주지 않고
찌개 끓이고, 나물 무치고,
지지고 볶고 해서 집밥 차려주는
저의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데
깍두기의 간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부러 깍두기를 반토막 씩 먹고
이빨 자국을 냈습니다.
반찬 재활용을 걱정하거나 의심해서가 아니라
주방에서 한번 생각을 해 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심한 오지랖을 부렸습니다.
뻔한 말이지만 먹는 걸 파는 집이 잘 되려면
기본은 '맛'입니다.
매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의 기본 또한 '맛'입니다.
카페 일하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월급 들어오는 거고
그다음은 빈 컵이 돌아오는 순간입니다.
매출이 떨어질 때는 반납되는 컵을 한번 보십시오.
많이 남았다면 맛을 보십시오.
할인을 하든, 광고를 하든, 시식행사를 하든
소개하는 일은 그다음입니다.
반토막 먹고 남긴 깍두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욕했을라나
'음식 갖고 뭐하는 짓이야?'
written by 취향의문제, 최이사
취향의문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motinc/
취향의문제 블로그.
https://blog.naver.com/amatteroftaste
취향의문제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asteimi/